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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타고 전해오는 ‘네버엔딩 스토리’

등록 2011-09-08 16:02

가을의류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필그림 액세서리
가을의류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필그림 액세서리
[매거진 esc]
자연·이야기 담긴 ‘덴마크 커스텀 주얼리’…올가을엔 바람 불까

덴마크에 따라붙는 가장 친숙한 단어는? 아마도 요즘 많은 여성들의 뇌리에는 ‘덴마크 다이어트’(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는 식단으로 식이조절해 살을 빼는 방법)가 떠오를 테다. 하지만 놓치면 안 될 단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디자인’이다. 단순하면서도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오늘날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 식탁 위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넋 놓고 바라보는 ‘로열코펜하겐’,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디자인 창조력을 샘솟게 하는 ‘레고’가 모두 덴마크 디자인을 대표하는 사례이다. 수도인 코펜하겐을 ‘디자인의 수도’라며 자부심을 뽐낼 만하다. 덴마크 디자인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인기가 더해지며 더욱 각광받고 있다. 북유럽 디자인의 특징에는 ‘간결하고 실용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그 테두리에서 벗어나 덴마크 디자인만의 강점을 뽐내기도 한다. 덴마크에서 날아온 ‘커스텀 주얼리’가 그 주인공이다.

커스텀 주얼리는 ‘파인 주얼리’와 구별되는 특징을 가진다. 파인 주얼리는 다이아몬드나 금과 같은 비싼 재료를 주로 사용한다. 이에 견줘 커스텀 주얼리는 금이나 은의 대체 금속이나 유리로 패션 흐름을 더욱 실속있게 담아낸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덴마크 주얼리 브랜드들이 제품을 만들 때 금이나 은을 아예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금이나 은을 썼다는 것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더 중요하게 내세우는 건 개성과 스토리다. 커스텀 주얼리들은 올가을 유행을 선도하겠다며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이들 브랜드가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됐다. 필그림(PilGrim)은 2005년 첫선을 보였다. 꾸준히 국내에서 팬을 끌어모았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이런 경향성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게 지난해부터다. 트롤비즈(TROLLBEADS)와 판도라(PANDORA)는 지난해 8월과 11월 각각 국내 시장에 등장했다.

지난해 말 덴마크 주얼리 본격 상륙

숨겨져온 덴마크 주얼리 디자인의 특징은 다소 명확해 보인다. 물론 계절과 패션 트렌드에 따라 변조가 있지만, 대부분은 그 뿌리와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변조가 이뤄진다. 이런 특징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있었던 필그림과 트롤비즈의 2011년 가을·겨울 컬렉션 발표 현장과 판도라의 판매 공간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큰 꽃 장식물을 반지 위에 얹은 제품.
큰 꽃 장식물을 반지 위에 얹은 제품.
디자인의 특징은 ‘자연’과 ‘이야기’로 모아진다. 덴마크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따뜻한 색감도 빼놓을 수 없다. 1983년 생겨난 필그림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꽃’이다. 올해 여름에도 큰 꽃 장식물을 반지 위에 얹은 제품(사진)이 큰 인기를 얻었다. 여기에 이번 가을을 대표하는 콘셉트를 ‘숲속 걷기’로 삼았다. 낙엽 모양을 한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 단순히 나뭇잎만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유치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여성스러운 ‘보헤미안’의 이미지를 더해 세련되게 나타냈다. 주된 색감이 보라색과 검은색이어서 ‘저는 주얼리입니다!’ 하고 주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사람과 옷에 녹아든다. 필그림은 이번 가을과 겨울 컬렉션에 보헤미안과 더불어 록스타의 이미지를 과하지 않게 담은 ‘애티튜드’, 덴마크 공주의 이미지와 상징 이미지인 꽃 문양을 더한 ‘델리킷’ 라인을 선보였다. 나뭇잎뿐 아니라 부엉이와 곰과 같은 동물부터 록스타 이미지를 강렬하게 표현한 해골 문양의 디자인까지, 어쩌면 종잡을 수 없는 다양함이 눈을 즐겁게 한다. 여기에 가격은 1만원대부터 시작해 가장 비싼 목걸이가 29만원대여서 더욱 반갑다.

트롤비즈와 판도라 역시 자연에서 모티브를 따온 제품들이 많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특징은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건네기도 하고, 들려달라고도 한다. 주력 상품은 팔찌이다. 그냥 만들어진 제품 하나를 두르면 되는 팔찌가 아니다. 은이나 가죽으로 만들어진 팔찌에 참(charm)이라고 불리는 장식물을 끼워야 한다. 참이 끼워진 채 전시된 제품을 그대로 사도 된다. 하지만 그건 손해다. 가격 이야기가 아니다. 트롤비즈에서 내놓은 참의 종류는 480여개, 판도라는 2000여개나 된다. 이들 브랜드의 팔찌는 마치 레고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참’들이 모이고 엮여 이야기 된다

트롤비즈는 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중점을 둔다. 참마다 고유의 이름뿐 아니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번 가을 컬렉션에 선보인 ‘모성’(maternity)이라는 참은 ‘엄마와 아기가 함께 노는 것은 신성하고 감미로운 의례’라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처럼 모든 참에 이야기가 있어, 듣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팔찌로 표현할 수 있다. 유리로 만들어진 원형 참의 지름은 1㎝가 될까 말까 한다. 이 작은 장식물 하나하나를 끼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트롤비즈의 참은 색상이 아기자기하고 발랄하다. 물론 참을 고르기 나름이지만, 원색 계열의 참을 끼웠을 때 더욱 돋보이는 느낌이다. 가격은 참의 재료(유리, 금, 은)에 따라 달라지지만, 참 6개(1키트)를 끼울 경우 가격은 30만~40만원대이다.


(왼쪽부터) 트롤비즈의 참, 필그림 팔찌들, 트롤비즈 팔찌, 판도라 팔찌(각 업체 제공)
(왼쪽부터) 트롤비즈의 참, 필그림 팔찌들, 트롤비즈 팔찌, 판도라 팔찌(각 업체 제공)
국내 시장에 가장 늦게 도착한 판도라이지만,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2000여개에 이르는 다양한 참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참을 엮어 소비자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데 더 중점을 둔다. 판도라 역시 주력 상품은 팔찌. 하지만 트롤비즈와는 확연히 다른 디자인 콘셉트가 느껴진다. 유리로 된 참보다는 은으로 된 참을 더 많이 끼우니 은은한 분위기가 난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 있는 매장에서는 이런 디자인 콘셉트의 영향인지 남성 소비자들이 열에 한명꼴이 될 정도란다. 남성 소비자는 반짝이는 참을 가득 채운 것보다는 가죽 팔찌에 은으로 된 참을 한두개 정도 끼운 제품을 선호한다. 여기에 각종 별자리와 알파벳 이니셜 참은 생일 선물 등을 할 때 더없이 좋아 보인다. 자신만의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을 기념할 수 있는 ‘모멘츠 컬렉션’에 포함된다. 아기자기한 팔찌와 더불어 반지를 여러개 겹쳐 끼워 한껏 멋스러워 보이는 제품들은, 세 브랜드 가운데 가격대가 가장 높지만 지름신 강림을 독촉한다.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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