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하늘 아래 뫼이로다

등록 2011-09-15 10:39

esc를 누르며
가을이다 하고 기대하고 나면 꼭 대낮 열기가 한여름을 방불케 하고야 맙니다. 한가위 연휴 마지막날 해님도 ‘나그네 옷 벗기기’ 게임이라도 하는지 공기를 볶아대는군요. 니가 이겼다 하고선 재킷을 벗어던져 버립니다. 반소매 편안한 티셔츠 차림으로 연휴 음주에 젖은 몸을 편집국에 두고 말리고 있습니다.

커버스토리를 읽다 지난해 11월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한겨레> 20기 수습기자 후배들과 함께 한라산을 올랐던 기억입니다. 전날 새벽까지 술 푸고 비행기를 놓칠 뻔했던, 후배들에게 창피했던 얼굴을 돌아봅니다.(그땐 뭐 저런 사람 다 있어? 했겠지만 이제는 아마도! 이해하지 않을까요….) 온통 젖은 채 등산을 마쳤지만, 몸은 뜻밖에 날아다니고 있었고, 그래서 깜짝 놀랐던 겁니다. 그 뒤 술자리에서 esc팀장 인사발령 소식이 날아들었고요. 이런 이야기를 담은 저의 첫 ‘esc를 누르며’에, 당시 김아무개 문화부장은 ‘수습기자 몸 빙의 선언’이라고 제목을 달았습니다.

수습기자처럼 살았던가 되돌아보지만, 별생각 떠오르질 않네요. 다만 10개월이 금세 지나가 버린 건 확실합니다. 지루하지 않았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행위와 존재의 이유가 주어졌던 건 아닐 겁니다. 등반가들에게 물어보세요. 산은 왜 오르나요? 누군가 그랬다죠. 거기 있으니까 오르지요. 삶도 그런 게 아닐까요. 왜 일을 하고 돈을 벌고, 힘들게 취직에 매달리고, 안달복달하며 살아가는지…. 그렇다고 생이 재미없고 괴롭기만 한 건 아니죠? 시시포스도 끊임없이 굴러떨어지는 돌덩이를, 묵묵히 굴려올리며 고통스러워만 하진 않았을 겁니다. 때로 요령을 터득해 환호했을 테고, 때로 정상에 올라선 뒤 승리의 쾌감을 맛봤을 테고, 때로 금단의 상상 속에 전율했을 테죠…. 음주에 젖은 몸이 덜 마른 탓일까요. 허튼소리가 길어졌습니다. 여하튼 결론! 샤모니든 돌로미테든,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입니다!

김진철 〈esc〉 팀장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