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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는다는 일

등록 2011-09-22 10:43

esc를 누르며
영화 <북촌방향>은 못 봤지만, 추자도는 다녀왔습니다. 동트는 새벽녘 김포공항에서 esc팀원들을 만나 비행기로 한 시간 제주공항에 착지했고, 하루 전 내려가 있던 이병학 기자는 제주항에서 합류했습니다. 독수리 5형제도 아닌데, 1박2일을 추자도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낚시도 했고 굴비 뜯고 삼치회도 먹어가며 술도 쬐끔 마셨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을 보며 아무개 심사위원을 안주 삼아, 한라산 소주와 맥주만 축냈습니다. 밤하늘은 말갛게 환했고 새벽 바다는 적잖이 파도가 높았다고 합니다.

사실 낚시는 갈 작정을 하면서 한량의 꿈을 꿀 때가 황홀합니다. 상상이 시작되는 거죠.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한가하게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장면. 아무런 생각 없이 넋 놓고 기다리다 입질이 올 때 낚아채면 커다란 고기가 걸려 있으리라는 상상. 사람에게 상상력이 없었더라면 비극은 더욱 많았을지 모릅니다. 한량의 꿈은 낚시하러 가기 직전 최고조에 이릅니다. 그야말로 절정과 환희의 순간. 꿈은 이루라고 있을까요, 깨지라고 있을까요. 낚싯대를 든 한량의 꿈은 대개는 깨지기 마련입니다. 현실은 녹록지 않은 거죠. 크릴이든 갯지렁이든 미끼를 손으로 만지고 낚인 물고기에서 바늘을 떼어내고 끌어당기고 기다리고 하는 일은 간단치 않습니다. 그것도 조금 잘 잡힐 때야 견딜 만하지 허탕만 치고 있자면 정말, 내가 미쳤지, 소리가 절로 나오고야 맙니다. 집에 돌아갈 때면 상상을 초월하는 비린내가 온몸에서 풍겨나오죠.

낚는다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실감하게 됩니다. 싸구려 엉터리 가짜 미끼로 낚는 일은 참 지질하죠. 낚는 자나 낚이는 자나 참담할 일입니다. 추자도에서, 그래서 결의했습니다. 쪼글쪼글한 종이컵에 맥주와 한라산을 섞으면서 말이죠. 진정성 있는 미끼로 낚자, 이왕이면 맛있고 영양 좋은 미끼로 낚아보자고 말입니다. 뭘 낚냐고요? 독자 여러분이죠.

김진철 〈esc〉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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