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당신의 ‘애플’은 어디 있나요

등록 2011-10-20 11:06수정 2011-11-09 17:03

일러스트레이션 손재영
일러스트레이션 손재영
[매거진 iesc] 커버스토리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 죽음을 결국 경험했습니다.

나는 이제 헌것, 과거가 되었습니다. 나는 여기서 행복합니다. 소크라테스를 드디어 만났습니다. 내 모든 재산을 털어서라도 만나고 싶었던 그와 대화를 하노라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위대한 예술가이자 과학자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채석장에서 돌 자르는 방법에 대해 엄청난 지식을 갖고 있던 미켈란젤로도 결국 만났습니다. 위대한 선승들과 차를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로 또다른 나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마침 일주일 뒤 이곳으로 온 C언어의 창시자 데니스 리치 덕분에 이야깃거리가 더욱 풍부해졌습니다. 내가 하는 일은 여전히, 매일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수다를 좀 떨고 나면 떠오르는 아이디어 탓에 여기서도 잠 못 이룰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극락세계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줄 물건들이 떠올라 나를 괴롭힙니다. 어리석은 일입니다. 극락에도 한 방 먹이고 싶지만…. 행복하면서도 괴로운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내 아이디어를 최고의 제품으로 만들어 줄 친구들이 없어서죠. 그것을 이리저리 만져보고는 흥분한 목소리로 “바로, 이거야!”라고 외치며 환호해 줄 당신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 모든 욕심을 버려야 할 때겠죠. 그래도 점들이 이어져 선이 만들어지고, 선들이 모이고 모여 면이 되고, 면들이 모여 공간을 이루고, 공간과 공간이 시간으로 매개되어 또다른 세계로 뛰어들어가리라는 믿음은 버릴 수가 없습니다.

과연 당신들은 나를 계속 기억할까요? 기억하지 않는다 해도 속상하지 않습니다. 당신들의 열정과 에너지는 지나간 사람에게 쏟을 만큼 무가치하지 않으니까요. 100년이 지나도 기억될 인물이라고 낯간지럽게 치켜세우지 말길 바랍니다. 그보다는 당신 자신들에게 집중하십시오. 이미 당신의 마음과 직관이 알고 있는,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는 데도 시간은 부족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모르는 우주는 얼마나 멋진 곳인지 모릅니다. 이제 곧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가 되어 떠나려 합니다. 나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여기 왔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왜 내가 여기 있겠습니까. 다시 한번 맨발로 정처 없이 순례자의 길에 나설 것입니다. 이렇듯 나는 죽음 뒤의 경험과 변화를 즐기고 있습니다.

기회는 주어졌습니다. 변화는 시작되었고, 헌것은 새것으로 대체될 것입니다. 나를 영웅으로 불러주는 당신, 당신이 이제 영웅이 될 차례입니다.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될 겁니다. 시대는 변하고 있으니까요.

극락에서 편히 쉬고 있을 스티브 잡스를 상상하며…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 일러스트레이션 손재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