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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가르침

등록 2011-10-20 11:07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조금 전 뜻밖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한 고등학교 선생님이 보내오신 이메일입니다. 지난주 그 학교 자그마한 도서관에서 1시간 정도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죠. 그즈음 아이들 특유의 반짝이는 눈빛들에 눈부셨던 정경이 아직 잔잔히 남아 있습니다. 글쓰기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아이들의 궁금증 또는 답답함을 풀어주는 자리였습니다. 그 아이들의 반응이 이메일에 담겨 있네요. 아, 이런 기쁨이라니. 새삼 오랜만에 마음이 파릇파릇해집니다. “내가 과연 하루 동안 생각을 얼마나 할까?”라며 한 아이는 반성하고 있었고, 또다른 아이는 제게서 열정을 읽었다고 그렇게 자극을 받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얼굴이 빨개집니다. 그래서 저 역시 반성하고 다짐하게 됩니다.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아이들의 팔딱이는 열정을, 제가 배웁니다. 또다시 부끄럽습니다.

사람들과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행복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스티브 잡스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중 하나였겠죠. 한 인간의 신념과 상상력이 가시적인 물건으로 구현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영감을 얻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일 아닌가요. 신나게 즐겁게 일했다고는 하지만 마냥 즐겁기만 하진 않았겠죠. 뭔가를 뛰어넘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해낸다는 것, 그것은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닿지 않을 것 같은 순간 이미 닿아 있는 그 무엇이 아닐까 싶습니다.

살불살조라는 법어가 있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는 무시무시한 가르침. 반짝이는 아이들은 언젠가 저의 부끄러운 이야기를 구겨버려야 하고, 우리들은 언젠가 아이폰을 집어던지며 전혀 다르고 새로운 점들을 이어나가야 할 겁니다. 루쉰이 젊은이들을 향해 ‘나를 밟고 오르라’고 했던 것도 그런 것일 테죠. 스티브 잡스를 기억하고 이젠 잊어나갈 준비를 하려 합니다.

김진철 〈esc〉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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