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레스터의 토머스 쿡 동상.
김형렬의 트래블 기어
세계 최대 여행사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다. 보통 미국의 신용카드 회사로 알고 있지만 출발은 관광여행 사업이었다. 이 회사에 영감을 준 곳은 영국의 ‘토머스 쿡 그룹’이었고, 토머스 쿡은 세계 최초의 여행사를 세운 사람이다.
1808년 영국 중부의 더비셔에서 태어난 토머스 쿡은 침례교 목사이자 금주운동가였다. 33살 때 런던에서 합승마차를 기다리던 그는 당시 번창하던 철도를 이용해 단체 손님을 실어나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이리하여 그는 540명이나 되는 금주운동가들에게 1실링씩을 받고 기차표와 식사를 제공하는 세계 최초의 단체여행을 꾸리게 된다. 이때 여행한 곳이 레스터에서 러프버러까지 18㎞였고, 1841년 7월5일이었다.
쿡은 이때 미들랜드 카운티스 철도회사와 맺은 계약을 여행사업으로 발전시키면서 1845년부터는 호텔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1851년 런던 수정궁 엑스포에는 무려 16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1855년에는 프랑스 파리 엑스포를 구경하는 최초의 해외여행 프로그램을 성사시켰고, 1865년엔 미국여행 프로그램, 1872년에는 222일짜리 세계일주(대서양~미국~일본~중국~인도~유럽) 상품을 내놓았다. 1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에선 어느 여행사도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상품을 내놓은 적이 없으니, 실로 대단한 일이었다. 1874년에는 ‘서큘러 노트’(순회어음, 신용장)라는 여행 편의를 위한 수표를 내놓았는데, 이것이 미국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대성공을 거둔 ‘트래블러스 체크’(여행자수표)의 바탕이 됐고, 이후 신용카드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사실 패키지 여행의 발전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했다. 철도·항공처럼 빠르게 많은 인원을 한번에 실어나를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는 단체여행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항공·철도산업은 대자본 없이는 불가능하다. 여기에 중산층의 경제적 성장이 관광상품 소비를 촉진했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베르사유 궁전은 왕정시대의 유산들이고, 과거에 평민들의 접근은 원천봉쇄됐다. 이곳을 여행한다는 것은 자유가 성장했고, 경제적으로 부유해졌으며, 예술이 대중화됐고, 지식과 교육이 보편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패키지 상품을 통한 관광상품의 대량 소비는 부작용도 만들었다. 여행자들이 현지를 잘 모르고 여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행사가 짜놓은 대로 따라하게 되니 이국에서 느끼는 경험과 감동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여행자 소비행위의 결과가 현지인에게 돌아가기보다는 교통·호텔·테마파크 등에 투자한 외지 대자본들한테 돌아간다. ‘공정여행’은 이런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나타났다.
글·사진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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