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esc를 누르며
두 장면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한 여인은 히말라야에 사랑을 묻었고 한 남자는 경기 양주에서 사랑을 버렸습니다.
일간지에 실린 사진을 한참 들여다 봤습니다. 한 여인이 제상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데 얼굴에서 드러나는 망연함이 그대로 전해져 왔습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신동민 대원의 아내입니다. 위령제를 마치고도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고 합니다.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 돼요?”라면서요.
또 하나는 티브이에서 본 쪽지글입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세상에 마지막 글을 남기면서도 그 남자는 죄송하다고 조아리고 있었던 겁니다. 부부와 어린 딸·아들이 다함께 목숨을 끊었습니다. 빚이, 죽음에 이르는 절망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아이들까지 죽음에 동행시킨 아비의 심정, 이해해선 안 될 일이건만, 어쩐지 알 것 같은 심정이 애달팠습니다.
신 대원과 그 아비가 저와 같은 또래더군요. 전혀 다른 두 남자의 실종과 죽음 앞에서 숙연해집니다. 한 남자의 열정과 또다른 남자의 끝모를 절망은 어떻게 같고 또 어떻게 다른 것인지 잠시 혼란스러웠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열정과 끝모를 절망을 목격하는 순간, 인류는 70억명을 돌파했습니다. 10월의 마지막날, 인도에서 방글라데시에서 러시아에서 그리고 필리핀에서 70억 인구가 완성됐습니다. 비좁은 삶에 놓인 이들과 젖과 꿀에 빠져 죽을 지경인 이들은 따로 있습니다. 100억을 넘어선다 해도, 두루두루 반성하며 살아간다면 다함께 살아갈 만할 겁니다.
운명을 넘어설 열정, 절망 속에 숨은 안타까움으로 하루를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달 남은 2011년이 지나고 2012년 세상에 완전한 끝이 온다 해도, 모종의 느긋한 결연함으로 나만의 ‘운동화’와 ‘모자’도 가져볼 일입니다.
김진철 esc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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