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일요일 아침 동네를 크게 돌다, 엊그제는 고양시 호수공원을 한바퀴 뛰었습니다. 두 발이 땅을 박찰 때마다 상념은 사라지고 숨소리만 커집니다. 꽤 괜찮습니다. 비만율 최고를 달리는, 서글픈 30~40대 남성의 대열에 낄 생각은 없습니다.
운동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릴 적 동네에서 야구도 하고 고무공으로 하는 ‘짬뽕’도 하고 축구도 했던 기억이야 있죠. 그런데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 달리기가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습니다. 중·고교 때 체력장 달리기도 피하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경쟁이 싫었던 것 같아요. 이기려고 가슴 졸이는 순간을 견디지 못했다는 게 솔직한 걸까요. 호수공원에서 나를 앞지르는 이름 모를 여인네를 그냥 보내줬습니다.
주말 티브이를 보다 식겁했습니다. <1박2일> 예고편은 김치를 찾아 떠난다고 선전하고 있었습니다. 재미난 김치가 많더군요. 는 서너달 전 김장철 아이템으로 이색김치를 점찍어 두고 있었는데요. 기자들은 천생 물먹는 두려움이 어마합니다. 물먹는다? 낙종한다는 업계 용어입니다. 불행 중 다행은 <1박2일>이 배까지 타진 않았다는 사실.
는 경쟁자가 많습니다. 일간지 3곳의 주말매거진이 그렇고 티브이 예능프로도 때로 아이템이 겹칩니다. 가 먼저 다룬 아이템이 뒤에 나오기도 합니다. 지난여름 휴가철 재미있고 맛있는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다뤘을 땐, 바로 다음날 ㅈ일보가 똑같은 소재를 빈약하게 다룬 일도 있었습니다. 9월 정기국회 개원날에 맞춰 여의도 국회의사당 200% 즐기기를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나서 다음주 토요일 <무한도전> 멤버들이 국회를 방문하기도 했죠.
김치는 담근다고 합니다. 만든다고 하지 않고요. 어떤 뜻이 있는 걸까요. 쬐끔 ‘오버’해서 도 독자들을 위해 경쟁 속에 과감히 몸을 담그겠습니다. 소금물에 몸을 담가 맛있는 김치가 되는 배추처럼.
김진철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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