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사진 | 성금미씨네 베란다 풍경. 겨울인데도 초록 물결이 그득하다. 화초 키우기의 달인인 그녀도 첫 시작은 고달팠다. 허브 키우기에 도전했다가 좌절해야 했다. 그 뒤 공터에 버려진 화초를 운명처럼 만나 보살피고 키웠다. 그렇게 하나둘씩 초록이들을 집안에 들이기 시작해, 베란다는 여느 바깥 정원 못잖게 싱그러워졌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동물 대신 반려식물 키우면서 위로받고 치유받는 도시생활자들 늘어나
동물 대신 반려식물 키우면서 위로받고 치유받는 도시생활자들 늘어나
“제일 친한 친구지. 늘 밝고 귀찮은 질문 따윈 해대지 않고.”
영화 <레옹>에서 늘 재잘대는 마틸다가 그렇게 화초가 좋냐고 묻자, 여전히 시큰둥한 얼굴로 레옹은 이렇게 답한다. 감독 뤼크 베송은 설명했다. “레옹은 아무것도 신뢰할 수 없는 캐릭터다. 동물 또한 그에게는 그렇다. 식물은 그렇지 않다.” 결국, 영화 속 레옹의 초록 친구는 무덤 곁을 지키게 된다.
삭막한 삶에 지친 도시생활자의 마음은 사계절 모두 겨울이다. 차가운 빌딩 숲 바람과 잿빛 도시 풍경은 한기를 더한다. 그래서 지치지도 않고 곁자리에 앉아 마음의 온도를 올려줄 존재를 찾아 헤맨다. 그 존재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반려동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은 쉽사리 믿기 어렵고, 동물은 가둬두는 마음이 안타깝다.
초록 반려식물과의 동거를 행복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저 장식용, 그린 인테리어용이 아니다. 물을 주고, 쓰다듬고, 옮겨주며 초록이에게 인사말을 건넨다. 싱그러운 에너지를 365일, 같은 자리에서 내뿜어주는 그 아이들이 고맙다 한다.
반려동물 못잖게 반려식물 모습을 블로그에 자랑스레 선보이는 사람들도 참 많다. “우리 초록이 예쁘죠!” “가만있어도 존재감 가득~” “꽃대가 올라왔어요.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네요.” 저마다 키우는 자식인 것처럼 자랑에 여념 없다.
연말, 밀려드는 쓸쓸함에 씁쓸해지는가? 반려식물을 맞이해보자. 겨울이어서, 물을 자주 줘야 하니까 따위의 핑계는 접자. 겨울일수록 보살피는 재미가 쏠쏠한 녀석들 제법 많다. 자, 겁내지 말고 초록이와 사귀어보자!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사진 제공 성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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