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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파 피부미인 약국 가는 이유는

등록 2012-01-26 15:36

사진 박미향 기자
사진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광고 마케팅 줄여 낮춘 가격 경쟁력으로 사랑받는 약국 화장품들

김유연(31)씨의 버석한 겨울. 바깥은 찬바람이, 실내는 난방기 바람이 쌩쌩이다. 벌게지고 거칠어진 얼굴을 보며 ‘피부과를 가볼까, 전문 관리를 좀 받아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 그가 꺼내어 드는 것, 온천수 성분이 들었다는 프랑스 출신 약국 브랜드 미스트와 얼굴이나 입술에 바를 수 있는 국내 약국 브랜드의 밤(balm·고형 재질의 화장품)이다. 11년 전 학교 앞 대형 약국에서 파는 화장품에 반한 김씨는 여전히 약국 화장품 마니아다. 지난 12일 점심시간 서울 중구 무교동의 건강·미용용품 판매점인 씨제이(CJ)올리브영. 쏟아져 나온 여성 직장인들이 편의점보다 많이 찾는 곳일 테다. 김씨가 말한 그 수분 미스트를 골라 잡는 사람들의 손길이 바빴다. 화장품 코너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은 단연 ‘더모 코스메틱 존’이다.

더모 코스메틱 존을 아십니까

더모 코스메틱(Dermo Cosmetic)? 생소한 용어다. 피부과학을 뜻하는 더머톨로지(dermatology)와 화장품(cosmetic)을 합한 말이다. 주로 더모 코스메틱은 약국이나 피부과, 피부관리숍 등에서 팔린다. 국외의 드러그스토어와는 달리 약을 팔지는 않지만, 건강·미용용품을 팔면서 한국형 드러그스토어를 표방하는 씨제이올리브영이나 왓슨스 등에서도 만날 수 있다. 코스메틱과 의약품을 뜻하는 파머슈티컬(pharmaceutical)을 합한 ‘코스메슈티컬’도 같은 제품군을 뜻한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아무래도 ‘약국 화장품’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1. 겨울철이면 가방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인 수분 미스트. 프랑스 브랜드인 아벤느의 제품은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2. 피부관리숍에서나 할 법한 모델링 마스크를 집에서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제품들도 나와 있다. 3. 스틱형 눈가 수분·비타민 보충 화장품. 4. 병원에서나 볼 법한 앰풀. 이 용기 안에는 화장품이 들어 있다.
1. 겨울철이면 가방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인 수분 미스트. 프랑스 브랜드인 아벤느의 제품은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2. 피부관리숍에서나 할 법한 모델링 마스크를 집에서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제품들도 나와 있다. 3. 스틱형 눈가 수분·비타민 보충 화장품. 4. 병원에서나 볼 법한 앰풀. 이 용기 안에는 화장품이 들어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등장한 약국 화장품은 2000년대 초반부터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서울 명동과 강남역 일대, 대학가의 약국에 화장품 광고가 내걸리기 시작한 때와 맞물린다. 전략은 맞아들어갔다. 병원을 갈 정도는 아니지만 피부 건강이 걱정되는, 그러면서도 아낌없이 화장품을 사 쓰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과 젊은 여성 직장인들의 입소문으로 약국 화장품의 인기는 높아갔다.

약국 화장품은 대체로 매체를 통해 광고를 하지 않는다. 유명 광고 모델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확실히 잘나간다. 왓슨스의 더모 코스메틱 제품군의 2011년 매출은 2010년에 견줘 50% 이상 늘었다.

값은 백화점 등에서 팔리는 화장품보다 훨씬 저렴하면서, 그에 못지않은 좋은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약국 화장품의 인기 아이템 대부분이 ‘완소 저렴이’(값이 비교적 싼 제품을 일컫는 말)로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로 가장 많이 팔리는 약국 화장품의 수분 미스트는 값이 1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백화점에서 파는 미스트는 5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약국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무리한 마케팅보다는 입소문을 중시해, 광고나 매장 마케팅에서 비용을 줄여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씨제이올리브영과 왓슨스에 의뢰해 확인해 본 2011년 약국 화장품군 베스트셀러를 보면, 물가고에 지갑 열기 무서운 알뜰 소비자들의 추세가 확실히 드러난다. 1위부터 10위 제품 가운데 가장 비싼 제품은 프랑스 약국 화장품 브랜드 바이오더마의 3만8000원(용량 500㎖)짜리 세안제이다. 아벤느와 비쉬, 유리아쥬 등의 베스트셀링 제품은 1만원 안팎의 수분 미스트와 입술 보호제가 가장 많았다.

약국 화장품 제품의 또다른 인기 비결. 사용하기에도 편리한 이색 약국 화장품과 전문숍에서나 받아볼 수 있을 법한 ‘시술’에 가까운 피부 관리를 집에서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이템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용기 끝에 둥근 볼이 달려 얼굴 마사지 하기에 편한 화장품.
용기 끝에 둥근 볼이 달려 얼굴 마사지 하기에 편한 화장품.
딱풀처럼 생긴 스틱형 화장품은 입술 보호제뿐만이 아니다. 눈가 주변을 밝게 해주는 스틱형 약국 화장품은 건조한 겨울 날씨에 주름과 다크서클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제품이다. 비쉬의 ‘아쿠알리아 안티옥스 아이스틱’(4㎖, 2만8000원)은 눈가에 바르면 방금 마사지를 받은 듯 시원해진다. 메이크업을 한 뒤 건조한 느낌이 들 때 덧바르면 수분을 더해주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비알티씨(BRTC)의 브라이트 아이 바이탈라이저(9㎖, 2만9000원) 역시 스틱 형태의 눈가 전용 밤이다.

겨울철 가려움증에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라로슈포제의 리피카 밤 AP를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얼굴뿐 아니라 몸 전체에도 바를 수 있는 보습제로 각광받고 있는 제품이다. 라로슈포제는 피부과에서 살 수 있고, 인터넷쇼핑몰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주로 프랑스와 미국 약국 화장품의 선전이 두드러진 가운데, 국내 화장품업계가 내놓은 이색 화장품들도 인기를 조금씩 얻고 있다. 비알티씨의 브이 셰이핑 앰풀(20㎖, 3만5000원)은 용기 끝에 둥근 볼이 있어 얼굴 위에 굴리면서 마사지를 할 수 있다. 또 카밍 블루 마스크(100㎖, 1만5000원)는 피부관리숍에서 마무리 단계에서 많이 쓰는 모델링 마스크(팩을 얼굴에 펴 바르면 단단하게 굳어지는 마스크)를 집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1만원대 미스트 겨울철 인기 폭발

약국 화장품을 쓰는 데도 유의할 점은 있다. 특히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은 지나치게 많은 화장품을 덧바르지 않아야 한다. 이경애 삼육보건대학 겸임교수(피부미용학과)는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은 최소한의 ‘미니멈 화장품’을 쓸 것을 권한다”며 “기능성 토너보다는 보습 기능 정도만 갖춘 토너, 자신의 얼굴 유분 상태에 따라 고른 크림, 향이 없는 자외선차단제 정도를 쓰면 된다”고 설명했다.

약국 화장품, 실속있는데도 이색적인 화장품이라는 결론. 다만 잊지 말자. 약국 화장품은 약국에서 파는, 이제는 약국이 아닌 곳에서도 파는 화장품이다. 그러니까, 약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약국에서 파는 화장품이 피부의 병을 고쳐주지는 않는다. 화장품업체가 ‘신뢰 마케팅’을 위해 약국이나 병원이라는 유통망을 선택한 것일 뿐이라는 거다.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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