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야(野)한 밥상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 듣자마자 걱정, 근심, 소란이란 단어로 직행한다. 마음이 어수선해진다. 하지만 식탐마녀 입장에서는 ‘가지 많은 나무가 앞마당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다. 배고플 때마다 따서 먹으면 ‘얼씨구나’다. 물론 속담의 ‘가지’와 먹는 ‘가지’는 엄연히 다르다. 먹을거리에 대한 이 몹쓸 집착!
가지는 여름이 제철이지만 하우스에서 재배한 것도 맛의 큰 차이는 없다. 토종 종자는 거의 사라지고, 국내 유통되는 가지는 일본 종자 ‘축양’이 대부분이다. 둥근 것, 길쭉한 것, 달걀만한 것 등 다양하지만 우리가 주로 먹는 것은 짙은 보라색에 길쭉한 가지다.
이 모양 때문일까! 우리 선조들은 가지 꿈을 꾸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을 믿었다. 사전을 뒤지면 항암 효과니, 콜레스테롤을 낮춘다는 둥 안토시안계의 색소인 나스닌(nasnin)과 히아신(hyacin) 성분 때문에 보라색이라는 둥 지루한 이야기가 끝도 없다. 그보다 ‘어떻게 해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가지, 다양한 요리법이 궁금하다. <한국음식용어사전>을 뒤지면 가지나물, 가지냉국, 가지누름적, 가지선(찜의 한 종류), 가지장아찌, 가지찜, 가지전 등이 등장한다. 그중에서 발효미학이 빛나는 것은 가지김치다. 오이소박이처럼 가지로 담근 김치다.
우리 집 가지는 주로 선탠하기 위해 바닷가로 달려가는 처자들처럼 팬으로 직행한다. 요리랄 것도 없다. 바짝 굽기만 해서 소금 쳐 먹거나 딸기잼이나 치즈를 얹어 먹는다. 마를 ‘꼬실’ 때도 있다, 구운 마를 가지 등짝에 딱 붙여 살구 빛 혀 위에 올린다. 고구마 맛이 난다. 구워 먹는 가지는 껍질이 얇으면 좋다고 한다.
요즘 ‘팽팽이가지’가 마트에 간혹 눈에 띈다. 종자 개량을 한 껍질이 얇은 가지 브랜드다. 이마트의 이범석 신선식품 바이어는 “요즘 20~30대 여성들은 구이나 샐러드용 가지를 찾는” 이가 많아서인지 “생식도 가능한 ‘팽팽이가지’나 미니가지의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광역시 송정동 일대에서 주로 재배한다. 가지 위에 줄기와 이어지는 부분이 녹색인 점이 특징이다. 요리의 세계에서 가지는 만국 공통어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중국, 일본, 한국, 스페인 등 가지를 먹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다. 심지어 원산지는 인도다. 탄성이 좋아 잘 휘는 가지는 마치 요가 하는 수도자 같다. 자, 좋은 가지란? 표면이 땡땡하고 윤기는 자르르, 색은 짙고 쭉쭉 뻗은 ‘놈’이 좋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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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농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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