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나의 첫 화장
대학 입학 선물로 받았던 아이펜슬. 두껍고 진해서 라인을 그리기에는 부담스러웠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 별난 학생이었던 나는, 그걸 다른 용도로 썼다. 의도적으로 점을 그려보는 거였다. 입 주위에 점을 그리면 어쩐지 세 보이고 인상도 달라 보여 신기했다. 화장의 마무리는 펜슬로 그린 ‘점’ 하나였던 셈. 바로 옆 국사학과에서 들려온 소문. 나중에 들은 거지만 입 주위의 점을 매력있게 봤다가 사실을 알고 누군가가 경악했다나. 20년 가까이 된 내 첫 화장의 정체였다. 뭐 요즘은 한가인 점, 고소영 점이라고 해서 코 근처에 일부러 점을 만드는 시술이 유행한다던데 나야말로 유행을 앞서도 한참 앞선 아이가 아니었나. 화장술은 점점 늘어 립스틱도 아이섀도도 닳도록 써댔지만 최근 10여년은 어쩐지 꾸미는 것도 시들해 화장을 놓아버렸다. 결혼 후 5년, 아이라이너는 굳어버렸는데 몇 년 전 <아내의 유혹>에서 내가 그린 ‘점 화장’이 변신술로 통하는 걸 보고 쾌재를 불렀다. 역시 점은 화장보다 앞서는 거였어.
이승은/서울시 강북구 번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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