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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이 패션쇼에 오른 까닭은?

등록 2012-04-11 18:44수정 2012-04-14 18:11

[매거진 esc] 2~7일 열린 2012 춘계서울패션위크, 윤리적 패션·사회적 소통에 대한 고민 한층 성숙
이현찬 디자이너
방사능 위험 경고 메시지

지난주 2일부터 7일까지 2012 춘계 서울패션위크가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렸다. 11년간 패션위크 둥지였던 서울무역전시장(SETEC)의 실내무대에서 벗어나 4개 동의 야외 설치 텐트에서 펼쳐졌다.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서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왁자지껄한 패션 축제로는 거듭나지 못해 첫번째 시도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그러나 실망하기는 이르다. 이제야 패션계는 사회와의 소통에 첫걸음을 뗐다. 패션위크의 런웨이에서 발견한 패션 그 밖의 이야깃거리는 더욱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드는 이유다.

멋진 윤리적 패션을 고민하다 윤리적 패션을 논하는 것은 어쩌면 지루한 일이다. 친환경적으로 공정한 방식으로 생산된 원단으로 적정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해 옷을 만들자. 얼마나 명료한 논리인가! 반박할 근거가 별로 없다. 그러나 ‘윤리적 패션을 추구하는 지루한 옷’이라는 평가는 항상 뒤따랐다.

서울패션위크에서 만난 윤리적 패션들이 반가웠던 이유가 여기 있다. 지루함을 벗어나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그저 몇몇 디자이너들의 작은 시도에서 벗어나 하나의 물결을 이루기 시작했다. 2일 이현찬 디자이너는 환경보호를 주제로 한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였다. 소재와 제작 방식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옷을 통한 환경보호 메시지 전달 면에서는 윤리적 패션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인간의 손으로 초래한 핵 재앙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듯, 방진복을 연상케 하는 하얀색 점프 슈트와 방사능 표시물을 프린트한 셔츠 등을 무대에 올렸다. 노랗고 빨간 색감의 옷은 가을·겨울 남성복의 무거움을 벗어던져 더욱 발랄해 보였다.

진짜 모피를 쓰지 않고 페이크퍼(인공 모피)를 쓰기로 선언한 박승건 디자이너의 여성복 컬렉션은 그의 ‘키치적’ 면모를 버리지 않았다. 분홍색 페이크퍼 재킷은 위트있고, 재미있다.

신재희 디자이너는 쇼를 영상 필름으로 대체해 모델과 런웨이가 없는 컬렉션을 선보였다.(위 사진) 기부 패션쇼에 참가한 박원순 서울시장.(아래)
신재희 디자이너는 쇼를 영상 필름으로 대체해 모델과 런웨이가 없는 컬렉션을 선보였다.(위 사진) 기부 패션쇼에 참가한 박원순 서울시장.(아래)
박원순 시장
장광효 디자이너
슈트 입고 무대 위로

패션쇼는 진짜 ‘쇼’다! 마술쇼? 아니, 패션쇼였다. 3일 패션위크의 문을 연 디자이너 강동준의 쇼에는 ‘마술’이 등장했다. 마술사 이은결이 여성 관객을 찰리 채플린 룩으로 갈아입혔다. 의아한 관객들은 이어지는 런웨이의 풍경을 보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강동준은 찰리 채플린의 트레이드 마크인 볼러햇(모자 머리가 동그랗고, 챙 부분이 말려 올라간 형태의 모자)과 콧수염, 나비넥타이에 어울리는 가을·겨울 남성 의류를 선보였다. 강동준의 패션위크 무대처럼, 패션과 다른 문화 영역의 조화는 관객들이 호기심을 느끼게 했다.

남성복 디자이너인 신재희는 무대에 좀더 파격을 줬다. 런웨이에는 모델이 없었다. 이번 컬렉션에 선보일 의상을 입힌 모델의 모습은 런웨이가 아닌, 영상 필름 속에 담겼다. 영상 속에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해변과 모래사장의 풍경이 담겼고, 배경에는 파도 소리가 깔렸다. 동양철학 사상에 빠진 디자이너의 옷은 마치 구도자의 옷을 상징하는 듯했다. 여성복 디자이너 박춘무는 컬렉션을 시작하기 전에 컬렉션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선보였고, 이어진 무대 위 모델들은 흑백을 기본으로 한 다채로운 형태의 옷을 입고 있었다. 영상과 옷이 어우러져, 단조로울 법한 무대는 화려하면서 이색적인 형태미로 가득 채워졌다. 장광효 디자이너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옷을 무대에 올렸다. 그 역시 옛 흑백 영상을 쇼 시작 전에 틀었다.

여성복 디자이너 김홍범은 지난해 추계 패션위크에 이어, 이번에도 국악을 접목한 패션쇼를 선보였다. 무대 옆에는 6명의 국악 연주자들이 현대적인 분위기의 음악을 연주했다. 김홍범씨는 “국악과 함께 의도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이번 무대 연출과 컬렉션 의상의 콘셉트 등을 국악 연주자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다듬어 갔다”고 말했다. 그가 선보인 옷은 음악과 마찬가지로, 현대적인 가운데 한복과 같은 전통적인 의상의 선을 조화시킨 듯 보였다.

색다른 매력의 패션모델은 누구? 이번 패션위크의 개최 장소 변화는 전시행정보다는 ‘시민과 가까이’를 추구하는 서울 시정의 변화와 연결된다. 시정뿐 아니라 시장도 바뀌었다. 박원순 시장은 6일 저녁 패션위크에서 열린 기부 패션쇼 무대에 남성복 디자이너 장광효의 옷을 입고 직접 나섰다. “제가 못생기기도 하고, 배도 좀 나왔죠?”라며 쑥스러운 듯 박 시장은 말을 이어갔다. 기부 패션쇼 및 바자회의 수익금은 ‘세이브더칠드런’에 전달된다는 사실을 알고, 기부 문화에 앞장서 온 그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무대에 올랐다. 허리춤에 손을 얹고 포즈를 잡는 모습은, 전문 모델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아직은 ‘세계적’인 패션위크라 자부하기 어려운 서울패션위크가 최근 아시아권에서 이룬 도약은 무시할 수 없는 성과이다. 올해는 특히 싱가포르 패션디자이너들과 타이 바이어들이 참여했다. 싱가포르에서 온 패션디자이너 브랜드 6개는 서울패션위크에서 부스를 차려 그들의 제품을 선보였다. 타이에서는 32명이나 되는 바이어가 7일 패션위크 행사장을 찾았다. 한류의 다음 차례는 패션계라는 기대가 점차 현실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하는 지점이다.

style tip

다시, 가을·겨울!

봄에 열리는 패션위크는 다음 가을·겨울을 위해 디자인한 옷들이 무대에 올라온다. 아직은 이르지만, 기대되는 가을·겨울 패션 트렌드는?

강렬한 색감은 미래진행형 가을·겨울 패션에 갈색이나 무채색만 떠올리는가? 이도이 디자이너는 이번 컬렉션에서 밝은 연두색(민트)과 하늘색, 분홍색을 주요 색깔로 삼아 만든 옷을 선보였다. 임선옥 디자이너의 정제된 간결한 디자인을 담은 컬렉션 역시 원색 계열의 강렬한 색감이 런웨이를 인상깊게 만들었다.

남성복, 즐겨라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유난히 재미있는 요소와 표현방식을 담은 옷들이 많이 등장했다. 손성근 디자이너는 ‘귀족들의 파티 후’, 최범석은 ‘게임이 끝난 후’라는 주제로 유머와 활기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손성근 디자이너는 화려한 미소년 귀족의 옷으로 시작해 ‘파티 뒤’의 흐트러진 귀족들의 모습이 연상되는 옷으로 컬렉션이 진행됐다.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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