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쓰레기는 희망입니다> 하재호 지음/호박ㆍ1만2000원
<누군가에게 쓰레기는 희망입니다> 하재호 지음/호박ㆍ1만2000원
“날씨가 점점 추워서 역 광장에서 자기 너무 힘들어요.”
한 노숙인의 구호 요청에 가난한 전도사는 덜컥 “알겠어요. 지금 교회로 오세요”라고 말했다. 전도사는 노숙인을 위해 평생을 바치려던 사람도 아니었다. 2005년 겨울 측은지심에서 출발한 이 대답에서 색다르고도 아름다운 실험이 시작됐다. 대전에 있는 노숙인들의 공동체, ‘알멋 공동체’의 이야기이다.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구해 교회를 겨우 마련하고, 생활비는 대리운전으로 충당하던 지은이 하재호 목사는 그렇게 ‘성품이 고운 사람’은 못 되는 이다. 서운한 이야기를 하는 노숙인과 댓거리를 하고, 삐치기도 한다. 노숙인을 돕는 ‘천사과’ 성직자의 이미지와는 좀 거리가 멀다. ‘깡패 목사’라는 별명까지 노숙인들이 붙여줬다 한다.
그래서 오히려 이야기에는 활기가 넘친다. 교회에서 노숙인 공동체의 씨앗을 뿌리고, 경제적인 자립을 위해 쓰레기를 주워 팔도록 그들을 북돋는 과정은 눈물겨운 감동을 억지로 짜내지 않는다. ‘방귀’를 뀌었다고 오해를 하는 동거인에게 크게 화를 내는 대전역 형님 노숙인부터, 얌체처럼 제 할 일만 해 미움을 산 ‘서울 ㄱ대’ 출신의 고학력 노숙인까지. 인간 군상을 묘사한 이야기는 일반 대기업 사무실 풍경과 다를 바 없다.
게으른 습관, 음식에 대한 탐욕과 같은 노숙인에 대한 나름의 평가도 에둘러 곱게 포장하지 않는다. 또 그만큼 노숙인을 바라보는 쓸데없는, 진짜 ‘쓰레기’ 같은 편견을 바로잡기 위한 글들도 이어진다. 공동체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주방장 노숙인에게 식비로 월 30만원을 맡기기로 결정한 지은이는 내심 걱정한다. 혹시나 그 돈을 갖고 사라지지 않을까 하고. 그런데 그는 주방 냉장고 위에 투명한 아크릴 상자를 놓고 그 안에 돈을 보관했다. 과연 우리네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쓰레기를 주워 고물상에 팔기만 하던 노숙인들은 결국 자신들의 회사까지 차린다. ‘알멋 자원’을 개업한 뒤 동네 사람들에게 떡까지 돌린다. 고물을 실어나르는 리어카를 늘리고, 곧 중고 1톤 트럭까지 마련했다. 이런 일은 가능했고, 앞으로도 가능해야 한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시혜적인 노숙인 정책보다는 자립의 기반을 함께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쓰레기는 우리 사회 모두의 희망일 수 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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