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참외잼, 마늘잼, 무잼, 다시마잼.
[매거진 esc] 제주도산 재료로 건강 수제잼 만드는 ‘미스터잼’…특이한 재료 이용한 잼 레시피도 제공
혹시 들어 보셨는지요? 무잼, 마늘잼, 다시마잼을! 김치 재료로 쓰는 매운 무와 마늘, 시커먼 다시마로 잼을 만든다고요?
제주시 삼도2동에 터를 잡은 ‘미스터잼’(www.mrjam.co.kr)에는 귀가 솔깃한 잼이 많다. 현재 인기가 있는 5가지 잼만 팔지만 올 4월에 문을 열었을 때는 참외잼, 다시마잼, 무잼, 마늘잼, 피망잼, 뽕잼, 녹차잼, 당근잼, 파프리카잼, 양파잼 등 37가지 희한한 잼이 있었다. 서른일곱살 동갑내기 친구 배필성씨와 정진상씨가 잼을 만든 주인공들이다. 배씨는 중견 식품회사 마케팅·신상품개발팀에서 일했다. 시장에서 70~80%를 차지하는 딸기잼의 위력 때문에 새로운 잼을 개발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에디슨처럼 번쩍번쩍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안정성을 추구하는 기업의 생리를 꺾을 수는 없었다.
“청정지역 이미지가 있는 제주”로 내려가 “그곳에서 생산되는 재료로만” 수제잼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잼에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다. ‘설탕이 안 들어가는 잼’이 그의 슬로건이다. “유기농 설탕을 쓸까 고민했지만 정한 원칙을 따르기로 했어요.” 설탕 대신 프룩토올리고당이 들어간다. “올리고당은 기능성 당 원료로 몸에 거의 흡수가 안 되고 장에서는 유익한 세균의 번식을 돕죠.” 유통기간은 3개월로 정했다. “과일의 비타민은 3개월이면 모두 파괴된다고 합니다.” 한식업계에 몸담았던 친구 정씨와 수제잼으로 유명한 일본 나가노현의 가루이자와, 가나가와현의 가마쿠라 등을 돌아봤다. “시금치잼도 발견했죠. 시식코너에서 맛보고 놀랐어요.”
제주로 내려가 잼 만들기 시작
설탕 대신 프룩토올리고당
유통기한은 3개월로 ‘미스터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잼은 ‘토끼당근잼’(120g/5800원)이다. “아이들이 당근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죠. 어머니들이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어요.” 당근은 과일보다 단맛이 적어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의 발명은 국토횡단만큼 고단한 일이었다. 서른 번 넘게 실패를 거듭한 끝에 어머니들의 합격점을 받았다. “당근이 사과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한 어머니의 충고가 도움이 되었어요.” 청정지역답게 블루베리잼도 인기가 높다. 무잼은 “제주도에 내려와보니 의외로 무가 많은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5월부터는 온라인쇼핑몰도 열었다. 그는 레시피를 모두 공개했다. “잼은 손맛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들이 만들어 팔아도 상관없어요. 혼자 잘사는 것보다 같이 잘사는 게 더 좋아요.” 부산, 서울, 전라도 등 누리집을 본 이들이 문의를 해왔다.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제주도 농산물만 사용하듯이 그분들도 지역 농산물로만 잼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요.” 그의 요리법대로 잼을 만든 주민들도 전화를 해온다. “대부분 농도를 못 맞추셨어요.”
토끼당근잼·블루베리잼 인기
누리집에 무·마늘·양파잼 등
37가지 잼 레시피 공개 그의 레시피를 따라 기자가 직접 만들어봤다. 첫 번째는 참외잼. 씨앗을 떨어내는데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참외는 속이 더 달고 맛나다. 간 참외와 올리고당을 냄비에 넣자 2분이 채 안 돼 끓기 시작한다. 뽀글뽀글 올라오는 방울 모양이 마녀의 수프다. 냄비 밖으로 풍기는 냄새가 머릿속에 물음표를 던진다. 마치 새 공책에서 나는 듯한 향은 식욕을 반감시킨다. “올리고당은 설탕보다 거품이 많이 생겨 자주 걷어내야 한다”는 배씨의 조언을 따랐다. 약한 불에서 더 끓이자 완성! 차가운 물에 졸인 잼을 떨어뜨렸을 때 퍼지지 않고 덩어리지거나, 숟가락으로 떠서 떨어뜨릴 때 흐르지 않고 덩어리째 떨어지면 완성이다. 배씨는 당도계를 사용해 정확도를 높인다. 참외잼은 미세한 쓴맛이 치고 올라오지만 그다지 달지 않은 독특한 잼이다. 끓일 때 나는 향은 온데간데없다. 다시마잼에는 맥주가 들어간다. 서양요리에는 맥주를 부어 끓여내는 닭요리도 있다. 수분을 충분히 먹어 너덜너덜해진 까만 다시마를 보자마자 멍해진다. ‘내가 뭘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거품이 화산 폭발하듯이 올라온다. 간장 끓일 때 나는 향이 난다. 결과적으로 기자의 다시마잼은 실패했다. 믹서에 갈았을 때 죽 같은 수준이 되어야 했다. 흡수가 충분하지 못했다. 졸이는 시간도 계산을 잘못했다. 온도가 내려갈수록 다시마잼은 딱딱해진다. 배씨는 “다른 잼보다 끓이는 시간을 줄이”라고 조언한다. 딱딱한 설탕과자처럼 돼버렸다. 하지만 맛은? 검은색이 식감을 해칠 우려는 있지만, 다크 초콜릿의 진한 맛을 닮은 여운이 다가와 의외로 맛난 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잼의 시작은 깍두기 만들기와 같다. 껍질을 벗기고 깍두기 모양으로 썬다. 아무 맛도 없는 무가 달콤한 맛으로 변신한다고? 믹서를 통과해 나온 무는 마치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다. 참외잼보다 시간이 3배는 든다. 그다지 호감이 가는 맛은 아니지만 별난 친구에게서 느끼는 신기한 매력이 잼에 있다. 아차차, 레몬즙을 빠뜨렸다. 맛을 보니 반드시 넣어야 한다. 무 특유의 쌉싸래한 맛을 대적할 만한 재료다. 마지막 마늘잼. 믹서를 통과한 마늘은 우윳빛이다. 뽀얗고 아름답다. 마늘스파게티 만들 때와 비슷한 향이 난다. 완성된 색은 참외잼이나 무잼보다 옅은 황토색이다. 살짝 쏘는 마늘 맛을 사랑하는 이라면 매일 먹어도 좋을 만하다. 빵과의 궁합은? 빵을 폭신한 침대로 만든다. (‘미스터잼’ 120g/5800~1만2000원)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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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잼’에서 만든 참외잼. 현재는 레시피만 제공한다.
설탕 대신 프룩토올리고당
유통기한은 3개월로 ‘미스터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잼은 ‘토끼당근잼’(120g/5800원)이다. “아이들이 당근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죠. 어머니들이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어요.” 당근은 과일보다 단맛이 적어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의 발명은 국토횡단만큼 고단한 일이었다. 서른 번 넘게 실패를 거듭한 끝에 어머니들의 합격점을 받았다. “당근이 사과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한 어머니의 충고가 도움이 되었어요.” 청정지역답게 블루베리잼도 인기가 높다. 무잼은 “제주도에 내려와보니 의외로 무가 많은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5월부터는 온라인쇼핑몰도 열었다. 그는 레시피를 모두 공개했다. “잼은 손맛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들이 만들어 팔아도 상관없어요. 혼자 잘사는 것보다 같이 잘사는 게 더 좋아요.” 부산, 서울, 전라도 등 누리집을 본 이들이 문의를 해왔다.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제주도 농산물만 사용하듯이 그분들도 지역 농산물로만 잼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요.” 그의 요리법대로 잼을 만든 주민들도 전화를 해온다. “대부분 농도를 못 맞추셨어요.”
프룩토올리고당은 설탕보다 끓일 때 거품이 더 많이 생긴다.
누리집에 무·마늘·양파잼 등
37가지 잼 레시피 공개 그의 레시피를 따라 기자가 직접 만들어봤다. 첫 번째는 참외잼. 씨앗을 떨어내는데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참외는 속이 더 달고 맛나다. 간 참외와 올리고당을 냄비에 넣자 2분이 채 안 돼 끓기 시작한다. 뽀글뽀글 올라오는 방울 모양이 마녀의 수프다. 냄비 밖으로 풍기는 냄새가 머릿속에 물음표를 던진다. 마치 새 공책에서 나는 듯한 향은 식욕을 반감시킨다. “올리고당은 설탕보다 거품이 많이 생겨 자주 걷어내야 한다”는 배씨의 조언을 따랐다. 약한 불에서 더 끓이자 완성! 차가운 물에 졸인 잼을 떨어뜨렸을 때 퍼지지 않고 덩어리지거나, 숟가락으로 떠서 떨어뜨릴 때 흐르지 않고 덩어리째 떨어지면 완성이다. 배씨는 당도계를 사용해 정확도를 높인다. 참외잼은 미세한 쓴맛이 치고 올라오지만 그다지 달지 않은 독특한 잼이다. 끓일 때 나는 향은 온데간데없다. 다시마잼에는 맥주가 들어간다. 서양요리에는 맥주를 부어 끓여내는 닭요리도 있다. 수분을 충분히 먹어 너덜너덜해진 까만 다시마를 보자마자 멍해진다. ‘내가 뭘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거품이 화산 폭발하듯이 올라온다. 간장 끓일 때 나는 향이 난다. 결과적으로 기자의 다시마잼은 실패했다. 믹서에 갈았을 때 죽 같은 수준이 되어야 했다. 흡수가 충분하지 못했다. 졸이는 시간도 계산을 잘못했다. 온도가 내려갈수록 다시마잼은 딱딱해진다. 배씨는 “다른 잼보다 끓이는 시간을 줄이”라고 조언한다. 딱딱한 설탕과자처럼 돼버렸다. 하지만 맛은? 검은색이 식감을 해칠 우려는 있지만, 다크 초콜릿의 진한 맛을 닮은 여운이 다가와 의외로 맛난 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잼의 시작은 깍두기 만들기와 같다. 껍질을 벗기고 깍두기 모양으로 썬다. 아무 맛도 없는 무가 달콤한 맛으로 변신한다고? 믹서를 통과해 나온 무는 마치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다. 참외잼보다 시간이 3배는 든다. 그다지 호감이 가는 맛은 아니지만 별난 친구에게서 느끼는 신기한 매력이 잼에 있다. 아차차, 레몬즙을 빠뜨렸다. 맛을 보니 반드시 넣어야 한다. 무 특유의 쌉싸래한 맛을 대적할 만한 재료다. 마지막 마늘잼. 믹서를 통과한 마늘은 우윳빛이다. 뽀얗고 아름답다. 마늘스파게티 만들 때와 비슷한 향이 난다. 완성된 색은 참외잼이나 무잼보다 옅은 황토색이다. 살짝 쏘는 마늘 맛을 사랑하는 이라면 매일 먹어도 좋을 만하다. 빵과의 궁합은? 빵을 폭신한 침대로 만든다. (‘미스터잼’ 120g/5800~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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