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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만 이해해도 패셔니스타 될 수 있죠”

등록 2012-07-25 17:46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현디자인연구소에서 열린 ‘철학있는 디자이너 되기’ 강의 전경.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현디자인연구소에서 열린 ‘철학있는 디자이너 되기’ 강의 전경.
[매거진 esc] 전문가 벽 허무는 디자인 강연·콘텐츠들…팟캐스트 ‘디자인 말하기’ 주제 일반 참가자가 정해
둘러싼 사물의 모든 것에는 디자인이 있다. 디자인에 대한 온갖 정보가 쏟아진다. 호기심은 여기서 출발한다. 과연 미디어가 전하는 디자인과 관련된 정보를 그저 주워담기만 할 것인가? 디자인 자체에 대한 나름의 안목과 가치관을 갖고, 정보를 취사선택해 흡수할 수는 없는 것인가? 디자인에 대한 나름의 안목을 키울 수 있는 곳은 없는 걸까?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닐지라도 디자인에 조금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디자인 교육 콘텐츠가 있는 온·오프라인 공간들을 찾아 나섰다.

지난 19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어떤 공간. 일반 주택의 모양새를 갖췄지만, 벽마다 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모인 여러 사람들은 주방을 드나들며 저녁 만들기에 바빴다. 고소한 밥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현디자인연구소’의 오후 나절 풍경이다. 7월2일부터 8월 말까지 진행되는 ‘철학있는 디자이너 되기’라는 연구소의 여름 특강 5번째 강의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연구소는 특강 장소이자 디자인 연구 공동체의 터전이기도 했다. 특강 시작 전 함께 밥을 지어 먹는 것은, 그들에게는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다.

현디자인연구소
일반인 참여 가능한
강연 등 다양하게 마련

특강 이름부터 오묘하다 생각했다. 디자인에 철학을 더했다 하니, 일단은 뭔가 ‘있어’ 보이긴 한다. “디자인에 철학, 인문학을 더한 거로군요”라는 말을 꺼냈더니 일침이 돌아온다. “디자인은 본래 인문학에서 출발한 것이지요. ‘디자인에다가 철학을 더했다’, ‘플러스알파를 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산업디자이너이면서 디자인 관련 책을 여러권 낸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의 말이다. 열네댓명의 수강생은 이날 ‘독일의 문화와 디자인’에 대한 최 대표의 강의를 들었다. “저번 시간에도 이야기했지만 디자인은 자연환경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고 했지요. 독일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척박한 땅이어서 디자인의 중심은 ‘기능’에 있었던 것이지요.” 수강생들은 대부분 디자인 전공 대학원생들이지만, 들어본 강의 내용은 난해한 수준은 아니었다.

디자인을 주제로 풀어가는 팟캐스트 ‘디자인 말하기’.
디자인을 주제로 풀어가는 팟캐스트 ‘디자인 말하기’.
최 대표에게 디자인 교육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오히려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쏟아진다. “한국에 디자인 교육이요? 제대로 된 게 있나요? 디자인이 일상이라지만, 과연 디자인을 보는 안목은 우리가 갖고 있나요?” 그렇다. 디자인 열풍이 불자 그 자체를 지나치게 관념적으로만 다루고 그것을 소비한다. “안목을 키워야지요. 추상적 개념 갖다 붙여서 쓰는 비평들이요? 그런 것보다 디자인의 기본, 이를테면 색만 제대로 이해할 줄 아는 안목을 갖춰도 누구나 패셔니스타가 될 수 있어요.” 최 대표의 입에서 패션 이야기가 나왔다.

디자이너들이 운영하는
‘디자인 말하기’
교육자와 피교육자 경계 허물어

그는 패션, 가구, 건축 등 일상 속 디자인에 담긴 인문학이나 역사에 대해 풀어놓을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샤넬과 에르메스, 그저 들고만 다니죠. 그 안에 프랑스 역사를 이해하고 나면, 그때 비로소 명품으로 다가오는 것이지요. 이런 주제에 대해서는 일반인들도 흥미롭게 여기거든요. 저희가 지향하는 게 그런 겁니다. 일상 속 디자인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것이요.” 연구소가 문을 연 지는 3년이 넘었고 그간 일반인들과 나눌 수 있는 콘텐츠를 두둑하게 쌓아뒀다고 박종선 이사는 설명했다. 연구소 쪽은 이런 일상 디자인 강의뿐 아니라 한국의 디자인을 살펴보는 ‘디자인 투어’도 계획하고 있다. 최 대표가 강조한 디자인의 기본인 ‘색’에 대한 색다른 강의도 곧 시작된다. 색과 색을 둘러싼 디자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 줄 만한 강의가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8월부터 열린다.

아트앤스터디의 디자인 관련 동영상 강의.
아트앤스터디의 디자인 관련 동영상 강의.
일주일에 두번 저녁 시간에 열리는 디자인 특강이 좀 부담스럽다면 색다른 디자인 콘텐츠에 접속해보는 것도 좋겠다. 팟캐스트인 ‘디자인 말하기’는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놓고 패널들끼리 토론한 내용을 녹음해 만든 콘텐츠이다. 팟캐스트에 등장하는 패널인 김선미씨는 “디자인 말하기는 온라인 디자인 담론 사이트인 ‘디자인 읽기’에서 출발한 오프라인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알 수 없는 암호 같은 디자인 용어들이 난무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다행히 팟캐스트 형식을 활용한 이유가 바로 대중, 비디자인 업계 종사자들도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에 심리적인 문턱의 높이는 조금 낮아졌다.

“디자인 말하기는 주제를 공지하고 참여할 방청객을 모집하기도 하는데, 다음 차례의 디자인 말하기 주제를 선정할 때는 꼭 처음 온 일반인들에게 그 주제를 정하게 하고 있다”고 김씨는 설명한다. 실제로 디자인 말하기의 초반 주제는 ‘두려움’, ‘복종’ 등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것이었다가 점차 대중적인 주제들까지도 포괄하고 있다. ‘소규모 출판’, ‘서울특별시 디자인 정책’, ‘아이폰’ 등이 그 예이다. 디자인 말하기의 미덕은 이처럼 ‘상호작용’에 바탕을 둔 ‘자율토론식 교육’이라는 데 있다. 이 교육에는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따로 나뉘어 있지 않다. 그만큼 겁없이 들어도 무방할 것이라는 얘기다. 말하기의 운영자 모두 디자인업계 종사자이지만, 함부로 교육자의 권위를 내세우려 하지 않는다. 그들 역시 대중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자극받고, 교육받기 때문이란다. 김선미씨는 “생각보다 디자인업계는 많이 경직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 디자인 말하기로 다양한 디자인에 대한 사고와 담론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만큼 일반인이라도 가장 부담없이, 가장 쉽게 디자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tyle tip

디자인, 어디서 배울까?

디자인 집현전 현디자인연구소에서 운영하는 디자인 교육 브랜드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그레이트 디자이너의 철학’, ‘세계 디자인에 담긴 문화 찾기’ 등 일반인들도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주제의 강의도 여럿이다. 동양 디자인의 결정체인 서예를 색다르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문의는 전화(02-464-7665)와 전자우편(academyhyun@naver.com)으로 하면 된다.

아트앤스터디 인문학 동영상 강좌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디자인 관련 동영상 강의를 찾을 수 있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의 ‘디자인 읽기: 시대를 앞서가는 자들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강의도 올라와 있다. 누리집(artnstudy.com)에서 ‘사진·건축·디자인’ 코너에 들어가면 디자인 관련 강의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상상마당 아카데미 케이티앤지(KT&G)상상마당에서 운영하는 강연 프로그램에 디자인의 기본인 ‘색’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강연이 8월부터 시작된다. ‘오감을 깨우는 컬러, 그리고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이지은 강사가 진행한다. 색의 기본부터 배색, 디자인 활용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강의이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상상마당 3층에서 열린다. 관련 내용은 상상마당 누리집(sangsangmadang.com)에 들어가 ‘아카데미’ 코너의 ‘영상·비주얼’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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