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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같은 양말? 양말같은 신발?

등록 2012-08-01 18:04

[매거진 esc] 특별한 디자인 양말 ‘아이 헤이트 먼데이’…양말처럼 편한 신발 타이그라 슈즈
신체 일부 가운데, 가장 뒤늦게 패션계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발’일 것이다. 시각적인 비율로 치자면 10% 정도를 담당할까? 발은 가장 뒤늦게 발견한 ‘차별화’의 지점이 되고 있다. 몇해 전부터 불기 시작한 운동화 열풍, 여성들의 페디큐어 일상화 등의 현상에서 도출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거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진행되고 있다. 예전엔 ‘슈어홀릭’(신발을 좋아해 사 모으기를 좋아하는 사람) 하면 여성을 떠올리기 마련이었으나, 지금은 남성들 가운데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발끝 차별화를 내세운 브랜드들도 여럿이다. 신발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요사이 신발만큼이나 양말도 다채로워졌다. 또 반대로 양말만큼이나 몸에 착 붙는 착화감에 화려한 색감의, 양말 같은 신발 역시 등장했다.

양말(洋襪)은 ‘서양식 버선’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버선은 헝겊으로 형태를 만든 뒤 그 안에 솜을 넣어 만든 것이었고 이것을 ‘말’이라 불렀다. 16세기 중반 영국에서 지금의 것과 유사한 형태(직물로 짠 형태)의 양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양말로 패션에 차별화를 준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긴 바지에 구두와 함께 신는 양말이 밖으로 드러날 일이 있으면 얼마나 있었겠는가.

의상 디자이너에서 양말
디자이너로 변신한 홍정미씨
서울 4군데 양말 자판기도 설치

이런 생각에 깜찍한 반기를 든 디자인 양말 브랜드가 있다. ‘아이헤이트먼데이’(i hate monday). 말 그대로 ‘월요일이 싫었’던 그였다. 이 브랜드의 대표이자 디자이너, 본보기 양말 제작, 포장까지 도맡아 하는 홍정미씨는 본래 의상 디자이너였다. 주말에 그가 디자인한 옷이 얼마나 팔리는지 알려주는 지표인 ‘판매율’의 노예가 되는 것이 싫어 뛰쳐나왔다. 그리고 ‘양말’을 선택했다.

“작고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디자인 양말을 선보이고 나니 얼마나 사람들이 이 부분에 목말랐는지 확인할 수 있었어요.” 지난해 7월 론칭한 양말은 날개가 달린 듯 팔려나갔다. 그가 일하고 디자인하는 방식의 원칙은 딱 한가지. “즐겁고 재미있는 일을 찾아 나온 거잖아요. 항상 그것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양말 디자인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길 가다 표지판을 보고 만든 줄무늬 양말, 초콜릿 과자의 모양을 넣은 양말 등등, 양말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디자이너의 표정은 밝고, 양말은 멋지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니, 일상도 고상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을 것 같다. 오해다. “양말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는 양말을 ‘짠다’는 것도 몰랐어요. 그냥 옷처럼 천을 잘라 바느질하면 되는 줄 알았죠.” 이렇게 ‘아무것도’ 몰랐던 그는 디자인한 양말을 만들 공장을 찾아 헤맸다. 처음에는 하나의 디자인 양말을 150켤레만 짰기 때문에 이익을 남기기 어려울 거라 판단했던 양말공장들은 그가 디자인한 양말 짜기를 거부했다. 그래서 홍씨는 한 공장에 넉달 동안 출근하며 양말 짜기를 손수 배웠다. 지금은 양말 판매도 자리를 잡아 하나의 디자인에 3만여켤레를 찍으니, 공장에서도 중요한 ‘고객님’이 됐다.

아이헤이트먼데이의 양말들(위), 홍보 수단이자 유통 경로가 되고 있는 양말 자판기(아래 왼쪽), 타이그라 슈즈에서 내놓은 신발과 유연성을 강조하는 포장 박스(오른쪽)
아이헤이트먼데이의 양말들(위), 홍보 수단이자 유통 경로가 되고 있는 양말 자판기(아래 왼쪽), 타이그라 슈즈에서 내놓은 신발과 유연성을 강조하는 포장 박스(오른쪽)

style tip

색다른 선물로 오케이!

아이헤이트먼데이는 선물용으로도 좋다. 이 브랜드는 돌잔치 선물용 제품을 팔기도 한다. 커피를 담는 컵에 양말을 담고, 아이의 얼굴이 인쇄된 스티커를 붙이면 귀여운 돌잔치 선물이 된다. 한 명이 디자인, 운영까지 모두 도맡아 하기 때문에 모든 주문을 소화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 이 브랜드는 에첼, 삭스얼리 유얼즈, 파이인피니티, 삭스어필, 얀웍스, 아덴, 비삭스 등 디자인 양말 브랜드와 함께 추석을 전후로 해 부산에서 ‘양말브랜드페어’를 연다.

타이그라 슈즈 코리아는 7월15일부터 온라인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실제로 신발을 보고 사기는 현재로서는 어렵다. 조만간 편집매장 입점 또는 단독매장 개점을 고려중이다. 타이그라 슈즈는 50켤레 이상 주문할 경우 단체 주문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단체 티셔츠나 재킷 말고, 단체 신발도 가능하다는 얘기. 신발 디자인은 기존 100가지 가운데서도 가능하지만, 바라는 디자인대로 제작도 해준다. 브라질에서 만들어 들여오는 것이기 때문에 주문 의뢰부터 신발을 받기까지 한달에서 한달 반 정도 걸린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브라질산 신발
양말처럼 유연한 재질로 주목

한번 생산한 양말은 다시 생산하지 않는다. “많은 때는 하루에 30여개의 양말 디자인을 하거든요.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에도 바쁜걸요. 그래서 재생산은 하지 않고 있어요.” 새롭고 재미있는 시도를 좋아하는 홍정미씨는 새로운 광고, 유통 방식의 하나로 ‘양말 자판기’도 선보였다. 지난해 9월 서울 명동, 가로수길, 김포공항 등 4군데에 설치했다. 워낙 화제가 된 덕에 10대 정도를 들여놓겠다는 유통업체들도 있지만, 단호히 거부했다. 그가 추구하는 ‘독립 디자이너’의 길을 꾸준히 걷기 위해서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서울 인디밴드들과 함께 협업을 자주 하곤 한다. 품목은 다양하지만 가격은 모두 5000원이다.

양말 같은 신발을 추구하는 ‘타이그라 슈즈’는 올해 첫선을 보였다. 브라질에서 수입해 들여온 신발이다. 100가지 디자인의 신발은 디자인 양말만큼이나 다양하지만, 중요한 것은 양말 같은 ‘유연성’이다. 신발을 담는 포장 상자가 다른 브랜드와 달리 정사각형이다. 여기에 신발을 접어 넣어 판다. 잘 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실하게 인식시키기 위한 방편이다. 실제로 만져본 타이그라 슈즈는 빨래를 짜듯 쥐어짜도 잘 휜다. 타이그라 슈즈 코리아의 노지현 팀장은 “신발 한 짝의 무게는 90~120g에 불과하다. 그래서 가방에 넣어 다니다 굽 높은 구두가 힘들어질 때 바꿔 신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이 신발은 브라질의 타이그라 가족이 축구 할 때 편안한 신발을 만들어 신다가, 주변에서 인기를 얻자 점차 생산을 늘려 기업의 모습을 갖춰갔다.

100가지 디자인의 쏠쏠한 재미를 주는 신발 브랜드가 반갑지만, 더 반가운 것은 ‘타이그라 슈즈’ 기업의 가치이다. 타이그라 슈즈는 나무에서 추출한 고무를 쓴다. 이때 나무에 해를 주지 않는 방식을 도입했다. 과도하게 고무액을 뽑아내서 나무가 고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그리고 공장은 브라질 현지에 있다. “우리 브랜드의 공장이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브라질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단호한 타이그라 슈즈 본사 쪽의 입장이다. 현지 노동자들의 적정 노동시간을 보장하고, 과도한 노동 착취를 방지하기 위해 주문이 밀려든다고 다 접수해 생산하지는 않는다. 디자인만큼이나 희소성 있는 기업, 브랜드의 모습이다.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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