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김치노점
[매거진 esc] 요리
대표적 재래시장인 서울 광장시장·송화골목시장 탐방기
시장에 가면 별미도 있고, 인심도 있고
대표적 재래시장인 서울 광장시장·송화골목시장 탐방기
시장에 가면 별미도 있고, 인심도 있고
엄마가 장바구니를 들고 대문을 나설 참이면 신발도 신는 둥 마는 둥 하고 따라나선다. 줄줄 흐르는 콧물을 닦으면서 따라나선 시장에는 세상의 진기한 것들이 다 모여 있다. 엄마를 졸라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만두도 먹고 알록달록한 운동화도 하나 챙기면 그리 뿌듯할 수가 없다. 40~50대라면 누구나 기억의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는 풍경이다.
지난달 31일 한때 서울 서남권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이었던 영등포구 대림시장이 문을 닫았다. 44년의 역사가 조용히 사라져 안타까움을 전한다. 2012년 8월 기준으로 현재 서울에는 330개 전통시장이 남아 있다. 재래시장의 훈훈한 풍경을 아직까지 담고 있는 곳들이다. 맛집이나 먹을거리 골목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곳도 많다.
빈대떡·마약김밥 유명한
광장시장
생태탕·육회 등 다양한 먹거리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이 대표적이다. 광장시장은 점포 수가 1809개로 대형시장에 속한다. 107년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최초 사설 상설시장이자 최근 <광장시장 이야기>란 책이 출간될 정도로 문화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곳이다. 지난달 31일 늦은 4시에 시장에 도착했다. 생태 알과 내장, 채소를 수북이 얹은 냄비가 가게 앞 진열대에서 눈을 똑바로 뜨고 지나는 이들을 유혹한다. 2인분에 6000원이다. 포장판매용이다. ‘서울식당’ 주인 유병식(55)씨는 생태매운탕만 전문으로 하는 집은 3곳이라고 일러준다.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부근이 유명한데, 요즘은 여기도 많이 찾아요.” 청계천이 복원된 뒤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1989년 이 집을 열기 전 그는 양복 원단회사 직원이었다. “이 시장은 원래 양복원단, 한복원단을 전국적으로 팔던 곳이죠.” 지금도 한복 원단을 사러 오는 이들이 많다.
‘서울식당’을 끼고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자 좁은 골목에 육회집이 모여 있다. 40여년 된 ‘육회자매집’이 인기를 끌자 네 집이 따라 생겼다. ‘육회자매집’은 이것저것 시키기 부담스러운, 혼자 온 손님들에게 육회와 천엽, 간을 섞어 1인분 가격에 준다. 해가 지지도 않은 자매집에는 빨간 육회를 안주 삼아 한잔 술 걸치는 손님들이 많다.
육회골목을 빠져나오자 10가지 넘는 김치를 파는 여점옥(80)씨를 만난다. 시장 가운데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 고들빼기, 백김치, 갓김치 등을 판다. 일명 ‘광장할매김치’다. 시큼한 김치 향을 뒤로하고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진기한 풍경을 만난다.
잔칫날이다. 온통 빈대떡 지지는 냄새에 온몸이 휘청댄다. 맛도 맛이지만 시장 한가운데 십자형으로 길게 뻗은 포장마차촌은 보기만 해도 흥겹다. 포장마차는 줄마다 특색이 있다. 빈대떡과 온갖 전이 막걸리를 친구 삼아 맛을 뽐내는 줄은 추석 명절이 따로 없다. 노릇노릇 익은 빈대떡은 탑처럼 높이 올라가 주인을 기다린다. ‘순희네 빈대떡’은 14년째 가격이 같다. 한 장에 4000원. ‘부안집 복순네’에는 김을순(68)씨가 광어 한 마리를 통째로 부친다. “광어를 잘라서 부쳐 파니 안 팔려서 통으로 부쳤지.” 포장마차의 한쪽 줄은 순대, 족발 라인이다. 모둠회 라인도 있고 보리밥을 파는 줄도 있다. ‘원조, 쌀, 보리밥’은 전영순(80)씨가 48년째 보리비빔밥을 팔고 있다. 멸치, 고추를 같이 넣어 조린 양념은 이 집만의 맛을 내는 비법이다. 일명 꼬마김밥을 파는 ‘모녀꼬마마약김밥’은 이미 명물로 유명하다. 해가 질수록, 비가 많이 올수록 시장골목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전형적 동네시장인
서울 강서구 송화골목시장
떡볶이·메밀짜장면 등 맛집 인기 서울 강서구 내발산1길 송화골목시장도 맛난 곳이다. 지하철 5호선 우장산역 4번 출구 앞에 있다. 시장은 들머리부터 먹을거리 냄새로 흥겹다. 점포 수가 103개로 전형적인 골목형 시장이다. ‘우장산 빨간오뎅’ 앞에는 사람들이 부챗살처럼 첩첩이 서 있다. 1개에 600원. 시장에 들어서자 마치 병사가 한 줄로 도열한 것처럼 양쪽에 맛집들이 길게 쭉 늘어서 있다. ‘권가네 빈대떡’은 저녁 7시면 전이 다 팔린다. 박철신, 권옥희 부부가 운영하는 이 집에는 권씨의 고향이 강원도인 이유로 메밀전병도 있다. 1개 2000원, 3개에 5000원이다. 어묵을 파는 곳, 일명 맘모스빵을 파는 ‘옛날 빵집’, 떡볶이와 튀김요리를 파는 ‘송화분식’, 달콤한 닭강정을 파는 집까지 다양하다. ‘솥뚜껑 미친 떡볶이’의 주인 백세화(32)씨는 앳된 얼굴이 아직 남아 있는 이다. “서인천, 목동 남부시장도 있는데 이곳이 본점이죠.” 2년 전 이 집을 인수했다. 평범한 철판이 아니라 지름 약 70㎝, 두께가 약 0.5㎝ 정도 되는 두꺼운 솥뚜껑에서 떡볶이를 만든다. 그는 10년간 우체국 직원으로 일했다. “너무 지겨워서” 그만두고 재래시장의 “시끄럽고, 사람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풍경이 마음에 들어 이 일을 시작했다. 별난 맛도 있다. ‘메밀이랑 면이랑’에는 메밀짜장면이 있다. 주인 이영승(48)씨는 10년 넘게 이곳에서 터를 잡아왔다. 메밀 60%에 밀가루, 고구마전분을 섞어 메밀짜장면을 만든다. 함흥냉면, 잔치국수, 비빔막국수, 회냉면, 메밀소바 등 여러 가지 면요리가 있지만 메밀짜장면이 단연 인기다. 식품업체에서 일했던 그는 30대에 갈비집을 창업했지만 실패했다. “만두집 등 이것저것 해봤지만 잘되지 않았고 결국 권리금이 싼 시장” 귀퉁이에서 면요리집을 열었다. “처음에는 돈 벌면 나가야지 했지만 이제는 영원히 이곳에서 장사를 하겠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따스하고 계산적이지 않아요. 음식 실수해도 웃어주고 포용해줘요. 시장 사람들도 너무 좋고 마음이 편해요.” 손바닥 반만한 만두로 유명한 ‘이공손만두’집도 송화골목시장에 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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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구운 송화골목시장 만두(위) 광장시장 ‘서울식당’의 생태탕(아래)
광장시장
생태탕·육회 등 다양한 먹거리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이 대표적이다. 광장시장은 점포 수가 1809개로 대형시장에 속한다. 107년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최초 사설 상설시장이자 최근 <광장시장 이야기>란 책이 출간될 정도로 문화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곳이다. 지난달 31일 늦은 4시에 시장에 도착했다. 생태 알과 내장, 채소를 수북이 얹은 냄비가 가게 앞 진열대에서 눈을 똑바로 뜨고 지나는 이들을 유혹한다. 2인분에 6000원이다. 포장판매용이다. ‘서울식당’ 주인 유병식(55)씨는 생태매운탕만 전문으로 하는 집은 3곳이라고 일러준다.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부근이 유명한데, 요즘은 여기도 많이 찾아요.” 청계천이 복원된 뒤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1989년 이 집을 열기 전 그는 양복 원단회사 직원이었다. “이 시장은 원래 양복원단, 한복원단을 전국적으로 팔던 곳이죠.” 지금도 한복 원단을 사러 오는 이들이 많다.
광장시장의 ‘육회자매집’. 1인분 가격에 준 육회와 간, 천엽
서울 강서구 송화골목시장
떡볶이·메밀짜장면 등 맛집 인기 서울 강서구 내발산1길 송화골목시장도 맛난 곳이다. 지하철 5호선 우장산역 4번 출구 앞에 있다. 시장은 들머리부터 먹을거리 냄새로 흥겹다. 점포 수가 103개로 전형적인 골목형 시장이다. ‘우장산 빨간오뎅’ 앞에는 사람들이 부챗살처럼 첩첩이 서 있다. 1개에 600원. 시장에 들어서자 마치 병사가 한 줄로 도열한 것처럼 양쪽에 맛집들이 길게 쭉 늘어서 있다. ‘권가네 빈대떡’은 저녁 7시면 전이 다 팔린다. 박철신, 권옥희 부부가 운영하는 이 집에는 권씨의 고향이 강원도인 이유로 메밀전병도 있다. 1개 2000원, 3개에 5000원이다. 어묵을 파는 곳, 일명 맘모스빵을 파는 ‘옛날 빵집’, 떡볶이와 튀김요리를 파는 ‘송화분식’, 달콤한 닭강정을 파는 집까지 다양하다. ‘솥뚜껑 미친 떡볶이’의 주인 백세화(32)씨는 앳된 얼굴이 아직 남아 있는 이다. “서인천, 목동 남부시장도 있는데 이곳이 본점이죠.” 2년 전 이 집을 인수했다. 평범한 철판이 아니라 지름 약 70㎝, 두께가 약 0.5㎝ 정도 되는 두꺼운 솥뚜껑에서 떡볶이를 만든다. 그는 10년간 우체국 직원으로 일했다. “너무 지겨워서” 그만두고 재래시장의 “시끄럽고, 사람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풍경이 마음에 들어 이 일을 시작했다. 별난 맛도 있다. ‘메밀이랑 면이랑’에는 메밀짜장면이 있다. 주인 이영승(48)씨는 10년 넘게 이곳에서 터를 잡아왔다. 메밀 60%에 밀가루, 고구마전분을 섞어 메밀짜장면을 만든다. 함흥냉면, 잔치국수, 비빔막국수, 회냉면, 메밀소바 등 여러 가지 면요리가 있지만 메밀짜장면이 단연 인기다. 식품업체에서 일했던 그는 30대에 갈비집을 창업했지만 실패했다. “만두집 등 이것저것 해봤지만 잘되지 않았고 결국 권리금이 싼 시장” 귀퉁이에서 면요리집을 열었다. “처음에는 돈 벌면 나가야지 했지만 이제는 영원히 이곳에서 장사를 하겠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따스하고 계산적이지 않아요. 음식 실수해도 웃어주고 포용해줘요. 시장 사람들도 너무 좋고 마음이 편해요.” 손바닥 반만한 만두로 유명한 ‘이공손만두’집도 송화골목시장에 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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