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저는 ‘날라리’가 아닙니다.(<개그콘서트> ‘희극 여배우들’의 박지선 톤이겠죠?) 저는 얌전한 편입니다. 저는 90년대 초반 서울 수도권에 사는 20대라면 응당 가보았을 강남역 주변의 나이트클럽 한번 가보지 않았던 수줍고 견실한 여학생이었습니다.
이랬던 저를 타락시킨 건 바로 홍대 앞이었습니다. 90년대 중반 취직한 친구들이 적금 통장을 만들고 밝은 미래를 구상하기 시작했을 때 그만 저는 나쁜 선배들의 꼬임에 빠져 홍대 앞 클럽가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버렸습니다. 같은 시기에 돈을 벌기 시작한 친구들은 36개월 할부로 차를 뽑는다, 휴가 때 외국여행을 간다며 한 단계 높은 삶의 질을 구가하고 있을 때 저는 ‘드럭’과 ‘명월관’ ‘발전소’ ‘올드락’ 같은 곳을 전전했습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고 하도 열심히 출근도장을 찍다 보니 클럽 주인장이 고시원 앞 식권 받는 식당에서 장수 고시생을 맞는 인자한 아주머니의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저에게 정겹게 인사를 하는 지경이 됐더랬죠.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이냐고요? 클럽 출입이 뜸해진 지는 꽤 됐지만 저에게 홍대 앞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그 시절 클럽에서 듣던 음악은 지금 들어도 매력적인 명곡들이지요. 또 지금도 여러 술집들이 단지 세련됐다거나 트렌디하다거나 하는 범주 바깥의 ‘홍대 간지’를 발산합니다. 많은 이들이 홍대 앞도 다 상업화되고 망가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홍대 앞에서 논다는 건 청담동이나 가로수길, 이태원같이 ‘샬랄라’한 느낌과 다른 오묘한 쿨함이 있습니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90년대가 회고담이나 추억의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지만 홍대는 추억이 아닙니다. 그리하여 앞으로도 열심히 홍대 앞을 전전할 예정입니다.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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