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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잡지의 새로운 정의 혹은 해석

등록 2012-11-28 18:15수정 2012-11-30 10:35

패션매거진 부티크 ‘페이퍼 뮤즈’. 150여종의 국내외 패션잡지를 살 수 있는 곳이다.
패션매거진 부티크 ‘페이퍼 뮤즈’. 150여종의 국내외 패션잡지를 살 수 있는 곳이다.
[매거진 esc] 스타일
패션을 만드는 사람 다루는 <디어.>·패션매거진 부티크 ‘페이퍼 뮤즈’의 색다른 도전
1990년대 전에 태어난 사람 이해 가능. 두 글자 제목의 패션잡지로 만들 수 있는 문구류는? 필통! 단단한 종이로 필통의 모양새를 만들어, 겉과 속은 마음에 드는 사진을 붙인 뒤, 비닐포장을 씌워 필통을 만드는 게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몇해가 지나자 패션잡지계에서는 사은품 전쟁이 시작됐다. 잡지 사은품이 어떤 것인지 목록을 올려놓는 블로거 등이 늘기 시작했다. 잡지를 읽기보다는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국내 패션잡지는 매체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해왔다기보다는 어떤 ‘수단’이 되어왔다.

그럼에도 패션잡지는 국내외를 통틀어 여전히 종이매체 가운데 힘을 갖고 있다. 광고나 홍보의 힘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수없이 다뤄왔던 같은 주제의 화보를 전에 없던 방식으로 풀어내는 편집자와 사진작가, 스타일리스트들은 독창적인 패션 화보와 비평들로 시선을 끈다. 모든 패션잡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한 권 한 권마다 정체성을 지닌, 일반 소비자가 보기에는 어쩌면 희한한 패션잡지들이 그 주인공이다. 국내에는 많지 않다. 이제 첫걸음을 떼고 있다. 그런 잡지를 모아 선보이고, 그런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국내에도 생겨나고 있다.

올해 10월 2호 낸 <디어.>
유행 아닌 패션 제조에 집중
패션계에서 잔잔한 호응

사진보다는 글에서 궁금증이 먼저 생겼다. ‘한국에서 신발을 만든다는 것’,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필수불가결한 요소’, ‘수공에서 기계로’ 등등 언뜻 보기에는 패션잡지라기보다는 제조업 정보를 담은 잡지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1호에 이어, 올해 10월 2호가 나온 매거진 <디어.>(DEAR.) 이야기다. 편집자는 남현지, 최보리, 박신영, 정진수씨. 이제 3호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이 독특한 패션잡지가 나오자, 패션계에서는 “고마운 잡지다”, “패션계에 몸담거나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만하다”는 등의 평가가 뒤따랐다.

잡지 내용을 읽어 내려가자, ‘이 잡지가 패션잡지인가?’라는 궁금증은 증폭됐다. 무엇보다 패션의 완성품이 아니라 패션의 요소들, 어쩌면 ‘지엽적’이라고 여길 수 있는 부분이 이 잡지에서는 전체이고 본질이다. 최보리씨는 “우리는 패션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패션 제조에 관련된 것을 다루려고 한다. 디자이너의 인터뷰도 그들의 결과물에 대한 것만 다루기보다는 한국에서 옷을 만든다는 것을 묻고 그것을 통해 이 잡지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지엽적인 콘텐츠만을 담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쾌하다. 남현지씨는 “불특정 대중이 보면 지엽적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오히려 우리는 그런 부분을 절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패션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우리가 다루는 게 일부이지만, 또 이 부분이 하나라도 없으면 패션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옷의 라벨에 대한 글을 실었다. 이것 역시 없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게 궁금했다. 지엽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전혀 지엽적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작업은 패션계에서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작은 출발이지만 취재 현장 등에서 느끼는 반가움은 더욱 크다. “잡지의 내용이 특이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비치더라. 이 반응이 참 놀라웠다. 우리는 디자이너와 제작자, 구매자들 사이의 소통을 위한 통로가 된 것뿐이었는데”라고 최씨는 말했다.

지난 10월 출간된 패션잡지 <디어.> 2호.
지난 10월 출간된 패션잡지 <디어.> 2호.
용산구 대사관로 ‘페이퍼 뮤즈’
일반서점에서 볼 수 없는
독립 패션잡지 전시·판매
유명 디자이너들 단골 

잡지를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잡지의 둥지를 트는 사람도 중요하다. 온라인에서 책이나 잡지를 사는 게 보통인 요즘, 느리고 작은 패션잡지 전문서점이 문을 열었다.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의 허름한 뒷골목. 몇해 전부터 몇몇 디자이너숍이 매장과 작업실을 열며 조용하지만 색다른 쇼핑 나들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이들 사이를 비집고 자리잡은 하얀 책방. 분위기는 깔끔하고 조용하지만, 잡지들은 톡톡 튄다. 패션매거진 부티크 ‘페이퍼 뮤즈’의 풍경이다. 올해 8월 초 문을 열었다.

주인장 성경원씨는 “영국에 머무를 때 패션잡지와 책을 소개하는 100년 가까이 된 서점을 가본 적 있었어요. 원래 패션잡지를 좋아했는데, 이런 서점이 있으면 좋겠다 꿈꿔왔어요.” 그 꿈은 10여년 만에 실현됐다. 성씨는 국내 최초로 소개된 해외 라이선스 패션잡지 <엘르>를 보고 마음을 빼앗겼다. 사진 속 모델을 좋아하다 사진을 좋아하게 됐고, 사진을 좋아하다 보니 패션잡지에 대한 애정으로 옮아갔다.

“부티크가 패셔너블한 것을 파는 작은 매장이잖아요. 저에겐 패션잡지가 패셔너블한 것이에요. 한번 보고 버리는 잡지가 아닌 거죠. 들여놓는 잡지 가운데 대부분은 저마다 개성이 있는 독립잡지예요. 이런 잡지를 전시식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고요. 실제로 오신 분들 중에 갤러리 같다는 분들도 있어요”라고 성씨는 이야기했다. 독립잡지를 팔겠다는 의도는 없었다. 다만, 좋아하는 잡지들이 독립잡지였을 뿐이다. “아무래도 대형 출판사의 일반 패션잡지보다는 작은 잡지들은 그들이 진짜 좋아하는 내용을 담기 때문에 개성이 유지가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style tip

보고 버리면 후회합니다

<디어.>(DEAR.) 색다른 패션잡지 <디어.>는 1년에 두 번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호는 내년 2월께 발간할 예정이다. 1호는 절판됐고, 지난 10월에 나온 2호는 소규모 출판물 전문서점 등에서 구할 수 있다. 2호는 인쇄분의 절반이 팔렸다. 소장 가치가 높은 만큼 2호 역시 모두 다 팔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서울에서는 유어마인드, 워크스, 가가린, 테이크아웃드로잉, 더북소사이어티 등에서 살 수 있고, 부산에서는 샵메이커즈와 프롬더북스에서 취급한다.

페이퍼 뮤즈 이태원의 새로운 패션 스트리트로 떠오르고 있는 골목길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5길 25. 취급하고 있는 잡지는 누리집(papermus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150여종의 패션잡지를 들여와 팔고 있다. 새롭게 입고되는 잡지는 바로 누리집에 정보를 올려놓고 있다. 아직 온라인 판매는 하지 않고, 내년 1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월~금 오전 11시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문을 열고,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오후 6시에 닫는다.

그에게 잡지는 판매 제품이자 작품인 듯했다. “정말 독특한 해외 잡지의 내용을 보다 보면 사진작가와 모델, 스타일리스트의 감성이 집결되어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것이 읽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패션디자이너 박승건씨 등 이태원 패션계 사람들이 자주 들른다. 페이퍼 뮤즈의 평일 오후 분위기는 아늑하다. 잡지를 사기보다는 들춰보고 가는 사람이 지금은 더 많다. 성씨는 걱정이 되면서도 잡지 수집벽이 발동한다. “당장엔 유지를 목적으로 삼고 있어요. 힘든 상황이에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남는 잡지가 있으면, 할인해서 팔기보다는 제가 모으고 싶어요.”

글·사진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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