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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과의 싸움

등록 2013-01-09 17:58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이주에 잠깐 풀리긴 했지만 올겨울 지독한 추위입니다. 올해처럼 오리털 패딩 점퍼가 피부인 듯 두툼한 외투와 혼연일체 되는 겨울을 경험하는 건 성인이 된 뒤 처음인 듯합니다. 오랜만에 날씨가 풀린 참에 꼬질꼬질해진 오리털 점퍼를 세탁소에 맡기고는 모직 코트를 입고 출근했더니 헐벗은 듯 허전하면서 ‘이게 웬 주제넘는 겉멋인가’라는 괜한 반성까지 하게 됩니다.

이병학 기자가 캐나다 북부에 다녀와서 묘사하는 오로라 체험기를 보면서도 기사 속에 등장하는 영하 30~40도의 혹한에 더 눈이 가면서 ‘우리나라도 얼마 안 가 이렇게 되는 거 아냐?’ 근심에 몸이 으스스 떨려옵니다. 그러다가 옐로나이프라는 도시 소개를 보면서 문득 호기심이 생기는군요. 인구 2만명이 살아가는 북극의 도시는 어떤 곳일까. 오로라 구경을 하기 위해 여행의 첫걸음을 뗐던 빌 브라이슨이 <발칙한 유럽산책> 첫머리에 써놓은 것처럼 ‘그렇게 멀고 인적이 드문 곳의 삶은 어떤 것일까’라는 궁금증 말이죠.

막연한 추측이긴 하지만 멀고 인적이 드문 곳의 삶이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만큼 정신없이 돌아가지는 않겠지요. 영하 20도의 추위와, 이른 아침 마을버스를 타고 나와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면서 회사에 도착해 야근을 하거나 회식을 하면서 야심한 시각에 다시 지하철역으로 들어가거나 서지 않는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흔들어대는 풍경은 연결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오후 6시면 집으로 돌아와 벽난로 앞에서 따뜻한 코코아차를 마시는 풍경이 어울립니다. 환경은 극지를 닮아가는데 삶은 여전히 온대성 쾌적함에 맞춰져 있으니 혹한과의 싸움은 북극 지방보다 지금 이곳이 더 격하고 안쓰러워 보입니다.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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