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식씨
[매거진 esc] 요리
취사병 시절 요리 소질
발견한 임정식씨
한국서 식당 운영하다
2010년 뉴욕 진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요리사가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은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미슐랭 별점 한개를 받았다. 주인공은 2011년 9월 미국 뉴욕 맨해튼 트라이베카 지역에 ‘정식’(JUNGSIK·아래 사진)을 연 오너 셰프 임정식(35)씨다. 문 연 지 1년 만의 일이다. 요리사라면 한번쯤 꿈꾸는 최고의 ‘명예’다. 2010년 뉴욕에 터를 잡은 ‘단지’도 미슐랭 별점을 받았지만, 단지의 셰프 김훈(미국명 후니 킴)씨가 미국에서 성장한 한인동포인 데 반해, 임씨는 한국에서 자신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토종 한국인 요리사다. 토종 요리사로는 그가 처음이다. 그는 군대에서 취사병 생활을 하면서 요리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제대 후 미국 요리학교 시아이에이(CIA)에서 유학을 했고, 뉴욕과 스페인 등에서 요리사 경력을 쌓았다. 2009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정식당’을 열어 서양식 코스 구성에 한식을 접목한 퓨전한식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지난 4일 뉴욕에 있는 임정식씨와 서면 인터뷰로 미슐랭 별점을 받은 사연을 들었다.
미슐랭 별점은 언제 받으셨나요? 혹 심사위원들이 온 것은 눈치채셨나요?
“매년 10월 초에 발표하는데, 발표 하루이틀 전에 전화로 통보를 받았어요. 언제 누가 왔는지 전혀 알 수가 없구요. 다만 나중에 트위터로 안 사실은 있어요. 심사위원이 12월에 왔었다는 것을.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개발하려고 노력했어요. 저희만의 독창성 있는 음식이 수상 이유 같아요.”
‘정식’의 음식 콘셉트는 무엇이죠? 어떤 음식이 서양인과 심사위원을 사로잡았나요?
“뉴욕 ‘정식’의 음식도 한국 ‘정식당’과 거의 비슷하지만 한식적인 요소를 더 담으려고 했어요. 스테이크소스에 김치 국물과 참기름을 섞는데, 손님들이 좋아해요. 김치스테이크를 찾는 이가 많죠. 김치는 기름기 있는 음식과도 잘 어울리잖아요. 개운한 맛을 낸다고 할까요. 성게비빔밥은 2012년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 디시 오브 이어’에도 뽑힐 정도로 인기가 많아요. 우리 통영 성게비빔밥을 제 방식으로 풀었어요. 통영 가면 성게와 김 가루, 참기름, 채소가 따스한 밥과 나오죠. 저는 김퓌레(김과 참기름을 섞어 갈아서 소스처럼 만든 것)와 밥을 비비고 그 위에 채소를 얹어요. 바삭한 식감을 위해서 조를 튀겨 한스푼 올립니다. 마지막에 싱싱한 성게를 얹어 완성하죠. 퓨전한식을 정찬코스로 구성하는 게 콘셉트입니다. 한식도 최고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정식’은 단품요리가 12~50달러(약 1만3000~5만3000원), 10가지 코스요리가 155달러(약 17만원)이다. 낯선 음식에 붙은 비싼 가격은 초창기 논란을 불렀다. “브랜드 인지도가 없는 상태여서 그랬지만 지금은 손님들 대부분 만족하십니다.” 총 50여석, 요리사 10명 포함해 직원 수는 모두 20여명이다. 예약제인 ‘정식’은 황금시간대인 주말 저녁 6시30분에 식사하려면 일주일 전에 전화를 걸어야 한다. 초창기부터 <월스트리트 저널>과 <뉴욕 타임스>에 소개되는 등 관심을 끌었다.
현지인들이 한식을 낯설어하지 않나요?
“한식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주목받고 있어요. 이곳 여러 언론매체에서 2013년 트렌드는 김치와 한식이라고 말하는 상황입니다. 일본과 중국음식은 이미 그들에게 일상식이죠. 그 음식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우리 맛이 어필한 거 같아요. 국가 브랜드 상승도 영향이 있어요.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죠. 밥과 반찬이 함께 나오고, 식탁에서 고기도 굽고 탕도 먹는 우리 음식의 전체적인 콘셉트가 좋다고 봅니다.”
왜 뉴욕 트라이베카 지역인 거죠?
“2005년 시아이에이 졸업 후에 트라이베카에 있는 레스토랑 ‘데이비드 불레’(David Bouley)에서 수련했어요. 제게는 익숙한 지역이죠. 원하는 크기의 공간도 마침 구할 수 있었어요. 뉴욕이 세계 음식문화의 중심지인 점도 작용했죠.”
2013년 음식 트렌드로
한국음식 많이 꼽혀
“‘정식’이 해외진출 꿈꾸는
한국 요리사들 롤모델 됐으면” 준비기간은? 어려움은 없었나요? 외국인이 사업을 한다는 게 쉽지만 않았을 텐데. “2010년 4월 왔어요. 각오를 단단히 했죠. 공사만 9개월 걸렸고, 법적인 문제, 레스토랑 입지까지 해결하는 데 6개월 더 걸렸어요. 가스 사용 허가가 안 나 애먹기도 했어요. 그 때문에 황금 같은 시간을 두달이나 허송세월했죠.” 한식 재료 구하기 어렵지 않나요? 김치나 각종 장류도? “뉴욕에는 한인이 150여만명 살아요. 대형 한인마트도 있고요. 최고의 식재료만 공급하는 곳들과 거래해요. 김치는 직접 담급니다. 나머지 양념은 현지에서 구입해요.” 그는 두달씩 번갈아가며 뉴욕과 서울을 오간다. 서울에도 그의 손길이 필요한 자신의 레스토랑이 있다. 1월 말 한국에 들어갈 예정이다. 도착하자마자 ‘부산횟집’(종로구 장사동)부터 달려갈 생각이란다. 방어회가 그립기만 하다. 그의 하루 일과는 바쁘다. 오후 5시 문을 열기 전에는 직원들과 회의, 메뉴 개발로 정신이 없다. 직원들 식사는 임씨가 직접 만든다. 주로 국, 볶음밥 등이다. 새벽 1시께 문을 닫으면 녹초가 된다. 하루 쉬는 일요일에는 저녁에 소믈리에를 만나 와인 블라인드테스트를 한다. 때로 한국 관광객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면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새 메뉴를 맛보라고 건네기도 한다. 뉴욕 식문화 풍경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2013년 계획은 무엇인가요?
“올해 뉴욕점의 입지를 확고하게 하려면 미슐랭 별 한개로는 부족해요. 노력해야죠. ‘정식’이 좋을 롤 모델이 되었으면 해요. 세계 곳곳에 상징적인 한식당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 홍콩 등지에 진출하고 싶은 꿈도 있어요. 예전에 일한 스페인의 레스토랑 수베로아(ZUBEROA)의 힐라리오 셰프를 가장 존경해요. 그분을 닮고 싶어요.”
한식 세계화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일까요?
“피 끓는 열정을 가지고 해외 유수의 식당에서 고생하는 젊은이들 참 많아요. 이들과 국내에서 해외로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을 도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봅니다. 국고를 엉뚱한 데 낭비하지 말았으면 해요.”
요즘 ‘정식’에서 새롭게 인기를 끄는 음식은 굴튀김이다. 오징어먹물로 식빵을 검게 물들이고 그것을 곱게 갈아서 튀김옷을 만든다. 몰랑몰랑한 굴은 검은 튀김옷을 입고 바삭하게 변한다. 완성이 아니다. 그 위에 안초비, 김 가루 등을 올린다. “내 입맛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요. 맛있는 음식은 누구나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미슐랭 별점의 비결은 임씨 안에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해외진출을 꿈꾸는 요리사들에게 “저스트 두 잇! 고!”라고 조언한다.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사진제공 임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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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 많이 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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