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어른의 입맛

등록 2013-02-13 22:13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 생각이 들 때 중 하나는 어려서는 상상 못할 ‘어른의 입맛’을 확인할 때입니다. 지난번 따루 주모의 과메기 예찬에 이어 홍어 사랑 고백을 보면서 시종 입맛을 다셨습니다. 쫄깃하고 알싸한 홍어에 삶은 돼지고기와 곰삭은 묵은지를 싸서 먹는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입니다.

과메기는 이번 설 때 아예 명절 상 위에 올렸습니다. 오동통하고 기름이 잘잘 흐르는 과메기를 상에 올렸더니 어른들은 정신없이 폭풍흡입하는데 대학생 이하 조카들의 젓가락은 잡채와 갈비 접시만 떠돌고 있더군요. 중학생 조카에게 왜 안 먹냐고 물었더니 비려서 싫답니다.

과메기의 첫 경험은 기억나지 않지만 홍어의 첫 경험은 저도 생생합니다. 직장 초년생 시절 선배들을 따라 간 막걸리집에서 호기롭게 홍어 한 점을 입에 넣었을 때의 그 충격이란, 김연수 작가가 산문에 썼던 것처럼 초등학교 때의 재래식 화장실을 통째로 입에 집어넣은 듯한 딱 그 느낌이었지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게 서너번 먹다 보니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돌아도 이따금 생각나는 맛이더군요. 홍어처럼 강렬한 첫 키스의 추억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게 무슨 맛이야, 밍밍하기만 한데라는 첫인상을 남겼던 평양냉면도 익숙해지면서 빠져드는 어른의 음식인 것 같습니다.

제가 먹었던 숱한 홍어는 아마 99% 외국산이거나 홍어를 가장한 가오리였을 겁니다. 저도 딱 한번 ‘레알’ 흑산도 홍어를 먹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래전 전남 출신 정치인과의 저녁자리였는데 그가 고향에서 공수해온 홍어를 비장의 선물로 꺼내놓았었죠.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당시 저는 아직 홍어를 먹지 못할 때였기 때문에 거들떠도 보지 않았죠. 지금도 궁금합니다. 그때 그 흑산도 홍어 맛이 어땠을지.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전격 사퇴
적게 쓰면 돈 더내라? 황당 전기요금 개편안
탐나는도다 쏘맥자격증
‘브라자 공장’에 간 남자 “E, F컵 너무 커서…”
날벼락 맞은 레슬링 “희망은 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