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생태’ 직원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원국 마케터, 정병길 기자, 조영권 대표, 한기석 디자이너, 강대현 디자이너
[매거진 esc] 라이프
“1000부 찍었어요. 400부는 외국에서 사가고 100부는 국내에서 소비됐어요. 나머지 500부는 두고두고 팔아야지요.”
<세계 장수풍뎅이 해설>(황슬마로 지음, 자연과 생태 펴냄, 2011년)은 아름다운데다 정보가 그득해 일반인도 반할 만하다. 해서 얼마나 찍어 얼마나 나갔는가 묻자 조영권 대표는 대답에 앞서 잠시 머뭇거렸다. ‘자연과 생태’는 이름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바대로 생태전문 출판사. 2010년 처음으로 펴낸 <한국 곤충 총목록>과 <한반도의 나비>가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이어서 펴낸 20여종의 책은 다음과 같다.
<한국의 잠자리> <세계 장수풍뎅이 해설>(이상 학술서), <나방 애벌레 도감> <한국 밤 곤충 도감> <한국 잠자리 유충> <멸종 위기의 새>(이상 도감류), <나무시대> <알루미늄의 역사> <먼지 보고서>(이상 역사를 바꾼 물질 시리즈), <내 이름은 왜?-우리 동식물 이름에 담긴 뜻과 어휘 변천사> <실 잣는 사냥꾼 거미> <바다맛 기행>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 <특산물 기행> <제주 탐조일기> <나의 올레는 어디인가>(이상 생태 교양서).
곤충생태 전문 출판사
자연과 생태
손실 감수한 실험과 모험으로
학술적 가치 인정받아 “생태전문 도서는 인기에 좌우되거나 시장이 확 커지는 분야가 아니죠. 필요한 사람한테 꼭 필요한 책일 뿐입니다. 책값이 비교적 비싼 편입니다. 하지만 우리 책을 구입한 독자들은 비싸다고 하지 않아요. 얼마나 중요한 정보가 담겼고, 얼마만큼의 노고가 담겼는지 아니까요.”
자연과생태가 이만큼 자리잡은 데는 생태전문 월간잡지인 <자연과 생태> 몫이 컸다. 관련학과를 졸업하고 3년여 코엑스, 예술의전당 등에서 열린 곤충대탐험전 등 전시회를 기획하던 그는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할 수 있는 방편으로 2006년 4월 잡지를 창간해 현재까지 68호를 냈다. 정기 구독자는 1200명. 처음 4년은 제작비 대비 매출액이 -80~90%였다가 독자가 늘어나면서 -30%에 이르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애초 벌이를 기대하지 않았다. 커뮤니티를 만드는 창구, 콘텐츠를 모아들이는 창고로 봤다. 대차대조표상으로 적자였지만 5년여 동안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생태 관련 콘텐츠가 쌓였다. 300부로 시작해 <자연과 생태>를 따라잡았던 곤충잡지 <인섹트 마니아>를 8호 만에 접고, 스스로 곤충 마니아였던 그가 3년 전 채집여행, 표본수집 등 ‘마니아질’을 접은 대가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노력이 임계점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침전한 것이 단행본이었던 것이다.
전업주부가 10년간
연구한 결실 <나방 애벌레 도감>
밤 등불에 모이는
곤충만 정리한 <밤 곤충 도감> 등
흥미로운 기획들 빼곡 <한국 곤충 총목록>은 백문기 박사가 8년에 걸쳐 집적한 자료를 기반으로 분야별 소장학자 17명이 왕창 달려들어 한국 곤충 1만4188종을 깔끔하게 풀어냈다. 전작인 <한국 곤충명집>(동국대 출판부, 1994)보다 5000여종이 추가됐다. 최근의 국제 분류체계에 따라 이름을 표기하고 그 이름으로 결정된 근거를 참고문헌으로 달았다. 학계를 움직이는 소장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자연스레 권위를 얻어 인용 횟수가 거듭되면서 학계 기본도서로 자리잡았다. <한반도의 나비>는 어떤 종이 누구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돼 어떻게 이름 붙여졌으며, 이후 어떤 수정을 거쳐 현재의 이름에 이르게 되었는지, 나비 박사 석주명 이래 100여년에 걸친 한국의 나비 250여종에 대한 연구를 요약했다. 그동안의 실수와 표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불편해진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일본식 채집지, 서식지 지명을 우리식으로 바로잡았다. 나비별 먹이식물을 정리해 사육자, 원예·조경 관계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두 권 외에 <한국의 잠자리> <세계 장수풍뎅이 해설>을 포함한 아카데믹 시리즈 책에는 인세가 없다. 책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기에 저자들은 기꺼이 재능을 기부했다. 출판사나 지은이들이나 앞으로 나올 다른 책을 위한 기초작업에 해당한다. <총목록>으로 시작한 조 대표의 책 자랑은 계속됐다. 내내 고개를 주억거린 것은 그의 화술 탓도 아니고 뻥이 들어서도 아니었다.
<나방 애벌레 도감>은 36년 동안 전업주부였던 지은이 허운홍씨가 길동자연생태공원에서 10여년 동안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나방 468종을 알에서 애벌레를 거쳐 우화하도록 길러 그 결과를 정리한 책. 그동안 애벌레 따로, 성충 따로 이름이 전하던 것들의 짝을 맺어주었다. 목표는 2000종. 20년 동안 제주도, 지리산 등지로 옮겨 살아가면서 섭렵할 계획이란다.
<한국 밤 곤충 도감>은 밤 동안 등불을 켰을 때 모여든 곤충을 총정리했다. 사람이 활동하는 낮에 관찰 가능한 곤충은 대략 400~500종. 밤에 관찰하면 세배가량 늘어나는데, 이 책에서는 1200여종을 정리했다. 인위적으로 날개를 펼친 표본사진으로 자료를 삼은 여느 도감과 달리 살아서 앉은 그대로의 사진을 써 관찰자들이 야외에서 참고하기에 맞춤하다.
“생물학 연구는 분류학, 행동생태학, 생리학을 거쳐 분자생물학으로 넘어가는 게 정석입니다. 우리는 일본 것을 받아 분류학이 완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행동생태학이 생략된 채 첨단과학으로 넘어갔어요. 저희의 역할은 기초를 다지고 중간에 건너뛴 행동생태학의 공백을 메우는 일입니다.”
준비하는 책으로 <염생식물 도감> <한국의 도요새 도감> <잎벌레 도감> <수서 곤충 도감> <식물생태 도감>이 있다. 이 가운데 <식물생태도감>은 꽃, 잎, 줄기 등의 생김새를 설명하는 분류도감과 달리 서식환경, 더불어 사는 식물군, 선호·회피 지역, 번식방법 등을 다룬다. 텍스트가 많아 300여종으로 1000쪽에 이른다. 도감 시리즈의 마지막은 모기, 파리, 거머리, 지네 등 혐오생물이다.
고정된 수입원은 환경부,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국책연구소에서 해마다 발행하는 연구보고서를 제작 납품하기. 여기서 발생하는 한해 3억원 정도 매출이 자칫 불안정한 출판사 수지를 떠받쳐왔다. 조 대표는 용역이 끊기거나 줄어들 것을 대비해 단행본 매출 비중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글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북 “불바다” 위협에…남 “지휘세력도 응징” 맞불
■ 금 따러 가세~ 금 잡으러 가세~
■ 1천억 들인 홍상어 실패에…누리꾼 “차라리 인간어뢰를”
■ 타이중의 굴욕, WBC 병역혜택 있었다면…
■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은 선거 캠페인용”
자연과 생태
손실 감수한 실험과 모험으로
학술적 가치 인정받아 “생태전문 도서는 인기에 좌우되거나 시장이 확 커지는 분야가 아니죠. 필요한 사람한테 꼭 필요한 책일 뿐입니다. 책값이 비교적 비싼 편입니다. 하지만 우리 책을 구입한 독자들은 비싸다고 하지 않아요. 얼마나 중요한 정보가 담겼고, 얼마만큼의 노고가 담겼는지 아니까요.”
<자연과 생태> 잡지와 그것을 모태로 발행한 단행본들.
연구한 결실 <나방 애벌레 도감>
밤 등불에 모이는
곤충만 정리한 <밤 곤충 도감> 등
흥미로운 기획들 빼곡 <한국 곤충 총목록>은 백문기 박사가 8년에 걸쳐 집적한 자료를 기반으로 분야별 소장학자 17명이 왕창 달려들어 한국 곤충 1만4188종을 깔끔하게 풀어냈다. 전작인 <한국 곤충명집>(동국대 출판부, 1994)보다 5000여종이 추가됐다. 최근의 국제 분류체계에 따라 이름을 표기하고 그 이름으로 결정된 근거를 참고문헌으로 달았다. 학계를 움직이는 소장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자연스레 권위를 얻어 인용 횟수가 거듭되면서 학계 기본도서로 자리잡았다. <한반도의 나비>는 어떤 종이 누구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돼 어떻게 이름 붙여졌으며, 이후 어떤 수정을 거쳐 현재의 이름에 이르게 되었는지, 나비 박사 석주명 이래 100여년에 걸친 한국의 나비 250여종에 대한 연구를 요약했다. 그동안의 실수와 표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불편해진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일본식 채집지, 서식지 지명을 우리식으로 바로잡았다. 나비별 먹이식물을 정리해 사육자, 원예·조경 관계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두 권 외에 <한국의 잠자리> <세계 장수풍뎅이 해설>을 포함한 아카데믹 시리즈 책에는 인세가 없다. 책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기에 저자들은 기꺼이 재능을 기부했다. 출판사나 지은이들이나 앞으로 나올 다른 책을 위한 기초작업에 해당한다. <총목록>으로 시작한 조 대표의 책 자랑은 계속됐다. 내내 고개를 주억거린 것은 그의 화술 탓도 아니고 뻥이 들어서도 아니었다.
<자연과 생태> 잡지와 그것을 모태로 발행한 단행본들.
■ 북 “불바다” 위협에…남 “지휘세력도 응징” 맞불
■ 금 따러 가세~ 금 잡으러 가세~
■ 1천억 들인 홍상어 실패에…누리꾼 “차라리 인간어뢰를”
■ 타이중의 굴욕, WBC 병역혜택 있었다면…
■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은 선거 캠페인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