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주말 어쩔거야
지난 몇년 동안 주말 일과는 딱 정해져 있었다. 토요일 아침 일어나면 커피 한잔 마시고 화분에도 물을 주고, 배달되는 <한겨레> 토요판을 읽고 모바일로 다른 신문 기사를 훑는다. ‘물’먹은 기사(타 언론사가 먼저 쓰는 것을 가리킴)가 혹여라도 있으면(거의 없다!!) 머리카락 쥐어뜯으며 자책하고 고통의 늪으로 철퍼덕 빠진다. 정신이 좀 들면 세탁기 돌리고 텔레비전을 본다. 12시 정각에 우리밀 라면을 끓여 먹는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재방송 드라마를 켜놓고 땀 삐질 흘리며 한잠 늘어지게 잔다. 일어나면 세탁물을 널고 저녁밥을 한다. 쑥 된장국, 냉이 된장찌개, 근대 된장국, 강된장을 번갈아 먹는 ‘된장 시리즈’다. 몸이 좀 안 좋으면 마른 미역을 불려 박박 씻고, 표고버섯 우린 물에 넣어 뭉근히 끓여낸 뽀얀 미역국을 먹는다.
싱글인 덕에 토요일은 온전히 내 시간이다. 집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않는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지내지 못할 땐 몸과 마음이 버텨내질 못했다. 이런 날 두고 언니는 우습다며 ‘딩굴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지만, 일주일에 하루라도 외부를 단절하지 않으면 숨이 턱턱 막힌다. 비록 주말 낮잠 속에서 악몽을 꿀지언정 깨어나 다행이야, 위로하고, 또다시 다음주를 걱정하며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게 내 주말 휴식법이다. 이번 주말도 난 딱 하루만 ‘딩굴이’로 지낼 셈이다. 일요일? 일요일은 일하라고 일요일이다. 흑흑. (‘주말 어쩔 거야’ 때문에 앞으론 뭔가 해야 할지도. ㅠㅠ)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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