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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제대한 조카가 입대할 때 식구들 모두 근심에 빠졌습니다. 키만 멀대같이 컸지, 허구한 날 반찬 투정에 철딱서니라고는 한 톨도 없는 ‘어린애’가 험한 군대문화를 견뎌낼 수 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애를 너무 싸고 키운 언니(조카의 엄마)가 문제라고, 다른 식구들 모두 핀잔도 했습니다.
얼마 뒤 언니가 매일 눈도장을 찍는 신병교육대대 카페(요즘엔 이런 게 다 있더라고요)에 들어갔다가 빵 터졌습니다. 올라온 사진에는 소도둑 같은 장정들뿐인데 부모들이 단 댓글은 어쩌면 하나같이 ‘우리 애기 우쭈쭈’ 분위기던지요. “입 짧은 우리 아들 아침밥은 제대로 먹는지 모르겠구나” “지금은 힘들겠지만 즐거운 병영생활이 될 수 있도록 아빠가 기도할게” 등등 생전 처음 캠프 간 유치원생 아이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이와 다를까 싶더군요. 전쟁 나면 아들 군대 보낸 엄마들이 다 나가서 싸울 거라는 농담이 나올 만하지요?
입대하고 몇달 뒤 더 놀라운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조카는 폼클렌징에 목욕전용 물비누, 그리고 로션은 꼭 ‘여성용’으로 챙겨서 보내달라는 주문을 해왔습니다. 20년 동안 비누와 샴푸도 구분 못하고 ‘존슨즈 베이비 로션’ 한번 찍어바른 적 없던 아이가 웬일인가 했더니 동료 병사들의 ‘피부관리’를 보면서 신기하고 부러웠나 봅니다. 구두약으로 위장크림 바르던 시절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보다 더 아득하게 느껴지는 세월의 변화입니다. 어디 피부관리뿐이겠습니까. ‘짬밥의 추억’도 세대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없어서 못 먹던 옛날과 달리 요즘 군인들은 ‘짬밥 다이어트’도 한다고 합니다. 요리면을 펼쳐 세 남자의 수다를 읽어 보시죠.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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