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인글로리의 패턴 2. 르베이지의 플라워 프린팅 블라우스 3. 구치 플로라 패턴 4. 네스홈의 패턴 5. 나인글로리의 패턴 6. 캐스 키드슨 접시 7. 알도의 구두 8. 마리메꼬 우니코 패턴 9. 에이치커넥트 치마 패턴 10. 나인글로리의 패턴
[esc]
영원한 스테디셀러
올봄도 글로벌 브랜드에서
저렴이까지 꽃무늬 강타 귀여운 잔꽃무늬에서
회화적 감성 돋보이는
섬세하고 큰 꽃송이로
북유럽풍 가구 인기도
꽃무늬 유행에 일조 패션의 거리로 유명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패션·인테리어 매장들은 요즘 ‘꽃무늬 물결’로 일렁인다. 값비싼 유명 글로벌 브랜드에서부터 에스피에이(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까지 꽃무늬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전에 없이 세련된 차림의 남녀가 넘쳐나는 2013년 한국에서 왜 다소 촌스럽다고 알려진 꽃무늬가 이처럼 각광을 받는 것일까? 여러 패션·디자인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꽃무늬 패션은 매해 봄마다 빠짐없이 등장한다. 힘이 센 글로벌 패션브랜드가 매년 꽃무늬를 오브제로 삼는 것도 유행을 만드는 큰 요인이다.
샤넬은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연 오트 쿠튀르 프레젠테이션 쇼에서 환상적인 꽃자수 드레스를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디오르 또한 올봄 장미꽃 무늬가 샤갈의 화풍처럼 낭만적으로 그려진 드레스를 내놓았다. 구치는 올해 글로벌 브랜드 중 가장 강력한 꽃물결을 한국에 들여왔다. 최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프리다 잔니니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2013년 ‘크루즈 컬렉션’의 플로라 아이콘이 그것이다.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연 ‘플로라 아카이브’ 전시회는 말 그대로 ‘꽃밭’이었다. 구치 무제오(박물관)에 보관된 1966년의 꽃무늬 스카프부터 2005년 봄여름 시즌의 캔버스 백 등 스카프, 핸드백, 드레스 등 60여점의 플로라 유물들이 공수돼 국내 처음 공개됐고 스카프 장인이 한국을 찾아 시연하기도 했다. 이 흔치 않은 이벤트는 한국인들의 꽃무늬 선호가 유난히 높다는 본사 쪽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여름까지 이어진 꽃무늬 패션은 들꽃이나 장미꽃 등 손톱만한 잔꽃무늬 일색이었지만, 올해 의상에는 큰 꽃송이가 돋보이고 형광색까지 호출되면서 과감한 특징을 보인다. 갤러리아명품관 여성패션팀의 천지영 바이어는 “올해 꽃무늬는 기하학 꽃무늬(오른쪽 사진), 자수, 가든 꽃무늬까지 세가지로 압축되며 특히 강렬한 색감과 기하학적 무늬를 조합한 패턴은 매니시함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에게까지 어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패션브랜드 봄빅스 엠 무어 디자인팀 이경주 팀장은 “작년부터 패션 트렌드가 미술사조의 영향을 많이 받아 프린팅이 진화했고, 붓 터치가 가미된 회화작품을 연상케 하는 것들이 많다. 작년 유행했던 코쿤이나 라이더재킷 등 매니시룩의 영향이 페미닌하게(여성스럽게) 변화하는 과도기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패션 속 꽃무늬도 사랑스러운 소녀풍을 거쳐 예술적인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인테리어에서는 북유럽풍 가구 유행의 영향으로 복고적인 디자인과 큼직한 꽃이 그려진 패브릭이 각광을 받고 있다. 요즘 ‘집 좀 꾸민다’ 하는 젊은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핀란드 디자인 브랜드 ‘마리메꼬’ 매장엔 다양한 양귀비 무늬의 가방, 패브릭, 의류가 진열돼 있다. 매장 관계자는 “최근 날이 풀리면서 시원한 색감의 푸른색 양귀비 무늬의 커튼과 그림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1951년부터 시작된 이 브랜드의 디자이너 마이야 이솔라는 1964년 ‘우니코’(양귀비) 패턴을 만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들장미 무늬로 유명한 영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캐스 키드슨’의 장미꽃무늬 백팩은 지금까지 5차까지 재주문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캐스 키드슨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되자마자 현재까지 입고된 수량만 2만2000개로, 판매율 95%를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생화를 집에 심거나 꽂아두면서 소비하는 서구와 달리 우리는 꽃의 ‘무늬’를 다양하게 집안으로 끌어들였다. 근대화 과정 속에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을 맡는 성별 이분법이 자리잡으면서 자녀 교육과 살림을 도맡게 된 전업주부들이 답답하게 갇힌 가정의 일상 속에서 숨통 삼아 꽃무늬를 소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70년대 ‘아폴로’ 전기밥통과 보온병 등에 그려진 꽃무늬 인기에 대해 디자인 연구자 박해천 홍익대 두뇌한국(BK)연구교수는 그의 책 <콘크리트 유토피아>(2011)에서 “아직 완전히 도시화되지 못한 그녀들의 농경문화적 감수성을 툭,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주방용품과 가전제품 등에서 사용되던 꽃무늬 디자인은 도시화가 진행되며 사라지는 듯했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화려하게 되살아났다. 2006년 엘지전자는 ‘아트 디오스’ 시리즈로 하상림 작가의 꽃 그림을 활용한 ‘모던 플라워’ 문양을 도입했다. 삼성전자도 같은 해 유명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자문으로 꽃의 색상과 문양을 담은 세탁기, 냉장고, 김치냉장고 등 백색가전을 선보였다. 예술가나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미술작품인 꽃무늬가 일상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였다.
2013년 봄 꽃무늬의 에코 트렌드 경향은 자연친화적인 감수성을 간직하고 싶은 주부들의 마음을 여전히 자극한다. 14만 회원을 보유한 인터넷 핸드메이드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디자인 원단회사 ‘네스홈’(nesshome.com)은 최근 스칸디나비아풍의 꽃 패턴을 내놓으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김현정 대표는 “가구가 북유럽식으로 바뀌면서 원단도 작년 말부터 북유럽식의 꽃무늬 패턴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원단을 구입해 커튼이나 아이들 옷 등을 만드는 주부들이 주 고객층이다 보니 네스홈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쪽이 아닌 국내 원단 생산을 고집하면서 건강에도 신경을 썼다.
꽃 벽지에도 에코 스타일의 봄바람이다. 올봄 엘지하우시스는 ‘자연주의 살림법’으로 유명한 한복디자이너 이효재씨와 협업으로 제비꽃을 비롯한 다양한 꽃무늬를 선보이며 친환경 벽지 ‘지니아 효재 컬렉션’을 출시했다. 엘지하우시스 디자인센터 쪽은 “최근 꽃무늬 벽지는 예전에 견줘 회화적 느낌을 자아내고 있으며 정서적으로 편안함과 서정적 느낌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사진제공 각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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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명품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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