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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아프리카 음식

등록 2013-04-24 18:47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요리면의 아프리카 음식 이야기를 읽다가 오래전 도전했던 아프리카 음식이 떠올랐습니다. 90년대 후반 모험심 넘치는 젊은이였던 저와 동료는 이태원을 지나다가 건물 외벽에 썰렁하게 붙어 있던 조그만 현수막을 발견했습니다. 영어로 아프리카 음식 어쩌구 한 줄 쓰여 있었고 그 아래에는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우리는 아프리카 음식에 도전해보자고 의기투합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영어로 누군가 응대했습니다. 능숙하지 않은 듣기 능력과 유창하지 않은 말하기 실력이 심도있는 커뮤니케이션을 나눈 뒤 코앞에 있는 건물 2층이라는 식당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2층에 올라갔지만 간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거기가 맞다, 문을 열면 된다고 하더군요. 낡은 사무실 현관문이 있었을 뿐인데 말이죠. 설마? 여기가? 하며 조심스럽게 문을 여니 거기가 맞더군요. 맞긴 맞는데 식당이라기보다는 허술한 식탁이 떨렁 3개 놓여 있는 모습이 오래된 인력소개소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냥 나간다고 했다가는 어쩐지 그길로 소말리아 원양어선에 끌려가는 게 아닐까 겁이 슬쩍 났습니다. 가장 많이 먹는 메뉴를 달라고 했지요. 좀 이따가 곱창이 둥둥 떠다니는 맑은 국이 나왔습니다. 간판도 없고 음악도 없고 인테리어도 없고 메뉴판도 없는 식당에서 먹는 곱창국은 뭐라 표현하기 힘든 맛이었습니다. 국 하나 밥 하나에 2만원 가까이 내면서 항의라도 하고 싶었지만 덩치 큰 아프리카 사람들과 식당 분위기에 눌려 공손히 돈을 내고 뛰쳐나왔더랬죠. 그때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아프리카 음식에 도전해보고 싶네요. 주인장의 반말을 듣더라도 이번엔 기죽지 않겠습니다.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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