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천 ‘동인천삼치’ 외관.
[esc]요리
40년 역사의 동인천 삼치거리, 파주 장어촌 맛기행
40년 역사의 동인천 삼치거리, 파주 장어촌 맛기행
창업주격인 홍씨 레시피를 따라
대부분의 삼치집들은
기름이 적은 삼치를 튀긴다
70년대 풍경의 장어촌에선
밤에 그물을 던져 새벽에 건진다
요즘 잡히는 양이 많이 줄었다 짠바람 훅 부는 바다가 가까운 인천광역시. 그곳에 삼치거리가 있다.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을 빠져나와 2~3분 걸으면 ‘삼치거리’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인다. 좁다란 골목에 15개 삼치구이집들이 올망졸망 붙어 있다. 지난달 30일 늦은 오후에 찾은 삼치거리는 한산하다. “여기는 저녁에 와야 돼” 상인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해가 뚝 땅 밑으로 떨어지자 이 거리는 마치 5일장 장터처럼 변한다.
기업에는 창업주가 있고 세상 신기한 물건에는 발명가가 있듯이 이 거리의 탄생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은 밥집을 운영하던 홍재남이란 이가 있었다. 동네에 크게 자리잡고 있던 대화양조장은 그의 밥줄이었다. 양조장 일꾼들은 끼니때가 되면 자신이 흘린 땀방울이 스며든 막걸리 한 병씩을 들고 홍씨의 밥집을 찾았다. 홍씨는 인심이 후했다. 고봉밥에 삼치도 구워주고 일꾼들의 시름도 달래줬다. 세상사 늘 같기만 하겠는가! 밥집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대화양조장이 70년대 정부의 탁주정책으로 인천지역의 다른 탁주공장과 합쳐졌다. 양조장은 문을 닫았다. 홍씨는 ‘인하의 집’이라는 간판을 걸고 삼치구이 전문 막걸리집으로 변신을 꾀했다. 발 빠른 대응은 성공했다. 그의 파삭파삭하고 쫄깃한 삼치구이를 먹겠다고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부터 직장인까지 몰렸다. ‘인하의 집’은 주 단골이 인하대 학생들이기에 붙인 이름이다. 하나둘 홍씨의 삼치집을 벤치마킹한 술집들이 문을 열었다. 삼치거리가 꼴을 갖추기 시작했다.
25년 전에 삼치집을 연 ‘도란도란삼치호프’의 주인 김예숙씨는 “그분(홍재남)은 법 없이도 사실 분이여. 노인네가 인물도 좋았지. 마음은 더 좋았어”라고 회상한다. 김씨 옆에서 커다란 바구니에 무를 깎고 있는 어머니 안월선씨도 거든다. “장사가 안되는 집이 있으면 우덜 데리고 가서 팔아줬어. 여러 사람 먹고살게 하려고. 너무 일찍 가셨어.” 홍씨는 6~7년 전에 작고하셨다고 한다. 안씨가 덧붙여 말한다. “아들에게도 절대 확장하지 마라, 다른 집도 먹고살아야 한다 하셨지.” 현재 운영하는 넓은 가게 터도 홍씨가 연결해 준 곳이라고 한다. ‘동인천삼치’의 주인 최만규씨는 “그분이 상조회 회장 할 때 1년에 한 번씩 야유회도 가고 좋았지요. 홍씨 할아버지 삼치는 맛도 맛이지만 찍어 먹는 초장이 맛났어요.” ‘인정나라삼치’의 주인 차주연씨도 “인간적이셨지요. 가난한 대학생 차비도 주시고. 지금 50대들 그 할아버지 그리워서 찾아오는 이들 많아요”라고 한다. 현재 ‘인하의 집’은 한동안 홍씨의 아들이 맡아서 하다가 개인 사정이 생겨, 현재는 세를 줘서 다른 이가 한다.
홍씨의 삼치구이는 특별한 것도 없었지만, 평범하지도 않았다. 고등어보다 기름이 적은 삼치를 뜨거운 기름에 튀겨 냈다고 한다. 홍씨의 레시피를 따라 이 거리 대부분의 삼치집들은 튀긴다. 튀기지 않고 굽는 기계를 들여와 직화구이 하는 곳도 있다. 더러는 국산 삼치를 쓰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뉴질랜드산이다. 2~3년 전에 문 연 곳도 있고, 18~20여년 된 곳도 있다.
집집마다 같은 삼치라도 맛이 조금씩 다르다. ‘도란도란삼치호프’는 주인장의 푸근한 인상 따라 삼치도 도톰하다. 잘 익어 노란 껍질을 젓가락이 야금야금 파들어 가면, 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인정나라삼치’도 도톰하기는 마찬가지. 이곳은 직화구이다. 주인 차주연씨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삼치를 주자 둘의 조합이 찰떡이다. ‘바다삼치’는 인테리어가 깔끔하다. ‘냠냠세트’(삼치+해물파전+순두부찌개+얼큰라면)나 ‘바다세트’(삼치+오징어+김치전+얼큰라면) 등의 구성이 돋보인다.
이 거리에는 ‘반반삼치’란 메뉴가 적힌 가게가 많다. ‘반반무마니’(양념치킨 반, 프라이드 반, 무 많이)와 비슷하다. 구운 삼치와 양념을 뿌린 삼치로 구성돼 있다. 어느 집이나 삼치구이만 파는 곳은 없다. 세월 따라 손님 취향 따라 메뉴의 가짓수와 종류가 수십 가지다. 삼치구이 한 접시의 가격대는 대략 6000~7000원대다.
삼치가 저렴한 가격대의 왕자라면 장어는 고급 생선의 대명사다. 임진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에는 장어촌이 많다. 경의선 문산역에서 내려 차로 10여분 달리면 문산읍 마정리에 도착한다. 장어전문점 5개가 딱 붙어 있다. 기찻길이 앞에 보여 옛 정취가 물씬 난다. 기차는 문산역을 출발해 도라산역까지 운행한다.
세월이 70년대로 고정된 풍경이다. 길의 한쪽 끝에 있는 ‘석포나루터집’에 들어섰다. 주인 손정태씨가 낚싯바늘에 귀뚜라미를 꿰고 있다. 곧 장어잡이를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파주시에 등록된 배는 약 90척이다. 손씨는 꿈틀거리는 귀뚜라미를 먹겠다고 덤비는 장어를 매일 잡는다. “저녁 7시에 던져놓고 새벽 4시 반이면 건져요.” 야행성인 장어의 특성상 밤에 그물을 던진다. 이른 아침에 건지는 이유도 재미있다. 해가 뜨면 낚싯바늘에 걸린 장어가 태양빛 때문에 몸부림치는데, 이때 죽을 수가 있어서란다. “임진강 장어가 맛있어요. 북으로 갈수록 물이 차니깐 육질이 단단하고 추위에 적응하려고 지방층이 두텁죠.” 그의 자랑이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쉰다. “요즘 잡히는 양이 많이 줄었어요.” 1996년 한탄강 물고기 떼죽음 사건은 하류인 임진강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가 송곳으로 머리를 고정시키고, 배가 아닌 등을 갈라서 뼈를 발라낸 후 잘 구워 식탁에 내놓는다.
이 거리에 장어집들은 70년대부터 있었다. 대를 이어 쭉 지금까지 하는 이도 있고, 손씨처럼 18년쯤 전 들어온 이도 있다. ‘나루터집’의 반대편에 자리잡은 ‘임진강생선집’은 3대째 장어집을 한다. 건물 3채나 합친 넓이다. 어머니 목순자(10년 전 작고), 황성하(65), 아들 황규현(35)씨로 이어진다. 파주가 고향인 이들이다. 황씨의 부인 조문순씨는 “부모님이 어부셨죠. 남편도 어부였는데 지금은 안 해요.” 이 동네 장어 가격은 자연산 1㎏ 15만원, 양식 1㎏ 9만원이다.
파주에서 장어 맛을 볼 수 있는 촌은 여러 곳이다. 문산읍 사목리에 있는 반구정(조선시대 누정) 일대에 여러 곳 있다. 장어맛집으로 알려진 ‘갈릴리농원’이 있는 문산읍 내포리 일대에 약 7군데가 성업중이다. 주민들은 어촌계직판장을 추천하는 이들이 많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파주시어촌계문산직판장(문산읍 선유리)과 파주시어촌계파평직판장(파평면 덕천리) 두 곳인데, 파평직판장은 장어를 사면 직판장에서 음식점을 추천해준다.
인천 파주/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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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삼치거리의 ‘인천집’ 막걸리 주전자.
3 ‘인정나라삼치’ 내부.
4 ‘도란도란삼치호프’의 삼치구이.
5 파주 ‘나루터집’의 장어구이.
6 파주 장어거리 앞 풍경.
7 ‘석포나루터집’의 반찬.
8 파주 장어집 ‘임진강생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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