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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연예인’이라고요? 억대 연봉 스타랍니다

등록 2013-07-03 20:52수정 2013-07-04 15:50

왼쪽부터 게임 방송 비제이 대도서관, .박미향 기자
왼쪽부터 게임 방송 비제이 대도서관,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 라이프] ‘아프리카TV’ 인기 비제이 3인방 인터뷰
인터넷 방송 전성시대다. 대표적인 개인 인터넷방송 사이트인 아프리카티브이(TV)에서 꼽아보니 작년 하루 평균 시청자 수 160만명 정도에서 올해는 300만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게임과 스포츠 중계 분야가 훌쩍 컸다. 어른들은 안방극장에 모여 울고 웃는 동안, 젊은 사람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얼굴도 모르는 다른 시청자들과 채팅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방송을 본다. 이들의 스타는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는 비제이(BJ·Broadcasting Jacky)들이다. 일명 ‘방구석 연예인’으로 불리던 비제이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티브이에서 성공하며 다른 채널로 진출하는 스타 비제이들을 만나봤다.

대도서관이 진행하는 게임방송 한 장면. 유튜브 화면 갈무리
대도서관이 진행하는 게임방송 한 장면. 유튜브 화면 갈무리
게임 성우 ‘대도서관’

매일 밤 9시 아프리카티브이 대도서관의 채팅창이 열린다. 적을 땐 5000명, 많으면 1만명이 접속한다. 1시간 동안 그날 있었던 일로 수다를 떨며 몸을 풀다가 10시쯤 게임이 시작된다. 비제이 대도서관은 목소리로 게임의 재미를 전하는 게임계의 성우다. 게임 캐릭터들에 맞춰 일일이 목소리를 바꿔가며 이야기를 전한다. 새벽 1시까지 이어지는 방송에서 시청자들은 훈수도 두고 탄식도 하느라 채팅창이 빼곡하다. 인터넷 게임 방송은 1만명의 사람들이 함께 벌이는 집단 게임인 셈이다.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이러닝 기획자로 일하던 그는 3년 전 포털사이트 다음팟에서 ‘문명’ 게임을 중계하며 비제이에 입문했다. ‘대도서관’이라는 별명도 문명 게임에 나오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따온 것이다. 2011년부터 아프리카티브이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에는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유튜브에 대도서관이 올린 영상들은 얼마 전 방송 8개월 만에 68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인터넷 방송은 조회수와 애청자 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발표한다. 아프리카 랭킹 11위, 유튜브 랭킹 39위인 대도서관은 “아프리카티브이에서 회사원 연봉만큼은 벌고, 유튜브 15초 광고로 1억2000만원을 벌었다”고 했다. 그는 유튜브 성공 경험을 나누기 위해 구글 활용 강연에 나설 계획이다.

인터넷 방송이 선정성 논란을 겪은 데는 시청자가 비제이에게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별풍선을 주는 시스템이 한몫했다. 수익을 올리기 위해 선정적이거나 자기 학대적인 퍼포먼스도 서슴지 않는 비제이도 있었다. “저는 별풍선으로 재테크하지 않아요. 스튜디오를 마련하거나 오늘처럼 인터뷰 있을 땐 별풍선 주는 분들에게 ‘레이저 쐬겠습니다’ 하고 피부과 가고 그래요. 저는 저 자신을 믿어요, 자신을 브랜드로 클 만한 사람이라고 믿고 자신에게 투자해요. 돈 자체보다는 그게 훨씬 더 중요하잖아요.”

인기 비제이의
채팅창은수천명이 북적인다
젊은 시청자들이
일과 사랑에 대한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엘지 트윈스 경기만 중계하는 안준모씨. 안준모 제공
엘지 트윈스 경기만 중계하는 안준모씨. 안준모 제공

편파 야구중계 원조 ‘안준모’

비제이 안준모씨는 아예 별풍선을 받지 않는다. 사연은 이렇다. 2003년 엘지 트윈스가 구단 자체 중계방송을 시작하면서 안준모씨는 홈페이지에서 경기를 중계하는 장내 캐스터가 됐다. “지난주 총 누적 시청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달 말쯤 경기 중계 횟수도 1000회를 넘을 것 같습니다.” 이 영광을 채팅창에서 욕설 삭제에 힘써온 매니저들과 나누겠다는 그의 본래 직업은 보험설계사다. 낮엔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트윈스에 대한 ‘팬심’만으로 달려온 일이었다. 별풍선까지 받는다면 팬심에 합당하지 않을 듯했단다.

2009년 아프리카티브이가 스포츠 중계를 들여오면서 그의 중계는 사이트 두곳에서 동시에 방송된다. 올 4월부터는 코리아볼닷컴이라는 사이트에서 전승남 해설위원과 트윈스 전력을 분석하기도 한다. 시즌이 시작되면 오후 5시쯤 경기장을 찾아 11시까지 중계를 한다. 밤엔 전 구단 경기를 모두 분석한단다. 자연 본업엔 소홀해지는데 한때 보험 판매왕이었던 그에겐 경제적으로 몹시 손해지만 그만두기가 어렵다. “여러해 전 크게 사기를 당해 살던 집까지 잃었던 그날도 마이크 앞에서 웃고 떠들었죠. 중계는 거르지 않습니다.”

11년을 중계하면서 ‘트윈스 수비는 무조건 나이스플레이며 상대팀은 빗맞은 안타’라고 우기던 그의 편파 중계 스타일도 많이 변했다. “전엔 혼자 떠들었는데 채팅창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어요. 지난번 기아전 때 유채영씨 노래를 틀었더니 4 대 0으로 지던 트윈스가 역전승했어요. 그다음부터 경기가 안 풀리면 유채영씨 곡 신청이 빗발쳐요.” 안씨는 접속자 1만명과 함께 징크스도 만들고 전략도 세우는 재야의 감독 노릇을 한다. 50년 동안 엘에이(LA) 다저스 경기만 해설하며 팀의 장단점을 철저하게 꿰고 있는 캐스터 빈 스컬리를 몹시 존경한다는 그가 요즘 트윈스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것은 “모두가 감독 노릇을 할 수 있는 야구의 매력”에 눈뜬 때문이란다.

먹방을 진행하는 요리사 소프. 소프 제공
먹방을 진행하는 요리사 소프. 소프 제공
요리하는 먹방 ‘소프’

비제이 ‘소프’도 투잡 중이다. 낮에는 한 외식업체 매니저로 일하는 그는 밤에는 조리복을 입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조리학과를 졸업했지만 어깨를 다쳐 요리사가 되지 못했다. 이루지 못한 요리사의 꿈은 재활용 라면이나 카르보나라 같은 간단 야식으로 피어난다. 때론 예리한 과도를 꺼내 과일을 멋들어지게 깎아 보이기도 한다.

‘먹는 방송’ 줄임말인 먹방은 비제이들이 자신이 먹는 모습을 방송으로 중계하면서 생겨났다. 주로 배달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들을 방송한다. 지난해 11월 뒤늦게 먹방에 뛰어든 소프는 여기에 요리하는 모습을 추가했다. 위에는 깔끔한 요리사 복장에 아래는 수면바지라고 불리는 파자마를 입고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한다. 레시피에 퍼포먼스까지 얹어진 방송 덕분에 그는 지난 1월 베스트 비제이로 뽑히기도 했다. 신들린 듯 12시간씩 방송을 한 적도 있었다. ‘요리하는 남자’ 소프의 먹방은 7월부터 올레티브이에서도 중계된다고 한다.

“요리하는 감을 잃지 않으려고 방송을 시작했어요. 일방적인 송출이 아니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인터넷 방송의 장점이잖아요. 객지 생활이 외로웠는데 방송 보는 사람들과 친구처럼 지낸다는 것도 큰 위안이 되었어요. 프랜차이즈 식당을 경영하는 게 꿈인데 요즘에는 방송 시간을 줄이고 식당일 배우는 데 전념하는 중이에요. 비제이도 재밌지만 전업은 글쎄요, 즐긴다는 기분으로 하니까 매일매일 한 거죠.”

왜 인터넷으로 방송을 보고 비제이에게 선물을 보낼까. 대도서관은 외롭기 때문이라고 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주말이면 인터넷 라디오 방송으로 10~20대 여자들이 보내는 취업, 사랑, 일, 아르바이트 고민들이 쏟아지죠.” 그럼 비제이는 왜 방송을 할까. 팬심 때문에, 재미있어서, 그리고 꿈 때문에 비제이들은 ‘방구석 카메라’ 앞에 앉는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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