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세계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립 컬러로 빨간색과 검붉은색을 선택했다. 맥은 ‘루비 우’, ‘러시안 레드’, ‘레드 코겟’이란 이름으로 강력한 붉은 색 립스틱을 선보였다.
주요 메이크업 브랜드들이 내놓은 2013 가을 화장법…열쇳말은 ‘차가움’
물광 메이크업 지고
바른 듯 안 바른 듯한 피부톤
붉은색 바탕에 입술 안쪽은
더 붉은 색으로 강조
시니컬한 소녀 이미지로 올가을, ‘악마의 뷰티’가 돌아올 조짐이 보인다. 날씨가 점점 추워짐에 따라 여성들의 입술은 전과 다르게 좀더 붉거나 검붉은 색깔로 뒤덮일 전망이다. 블러셔를 거의 쓰지 않는 창백한 얼굴, 예년 가을과 달리 부드럽고 따뜻한 색깔이 아니라 차갑고 도도한 색깔의 눈화장이 유행할 것이라고 다수의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 특히 각 화장품 회사들은 경제 불황기에 더 많이 팔린다는 립스틱 제품에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올해 상반기 ‘립스틱 효과’가 적었기 때문인지 이번 시즌에는 립스틱 제품으로 확실한 반전을 꿈꾸는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 회사들은 강렬한 색깔의 새 제품 출시 계획을 밝히며 올가을 ‘립스틱 전쟁’을 벌일 채비를 마쳤다. 이번주부터 9월 초까지 출시가 집중되는 글로벌 화장품 회사들의 새 입술 제품들을 보면 붉은 색깔과 검붉은 색깔이 대세를 이룬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가을이면 ‘레드’와 ‘버건디’ 립스틱이 자주 출시되곤 했지만 올해는 좀더 세련된 연출을 강조하거나 질감의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1990년대 중후반 세기말의 영향으로 검붉은 입술색을 여자들이 칠하고 다녔던 것이 떠오를 만큼 짙은 색깔이 도드라진다. 화장품 업계에선 가수 이효리가 ‘배드 걸’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검붉은 입술도 이번 가을 유행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단, 1990년대처럼 두툼한 입술을 그리고 바깥쪽까지 전체를 검붉게 물들인 매트하고 탁한 빛이 아니라 전체적인 광택과 부드러움을 강조하면서도 입술 안쪽을 좀더 진하게 그려 넣은 세련된 연출법이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맥은 2013 가을 메이크업 트렌드를 발표했다. 이 회사의 백스테이지 룩북(연출법을 찍어놓은 화보)을 보면, 올가을·겨울 유행할 피부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것처럼 투명하고 윤기 나는 피부가 핵심이다. 번들거리는 뺨에 머리카락이 쩍쩍 달라붙을 정도로 광택을 강조하는 ‘물광’, ‘꿀광’ 화장은 이제 옛말이 됐다. 투명한 피부는 얇지만 잡티를 위장할 수 있는 커버력 좋은 파운데이션으로 연출해야 한다. 눈화장은 예년의 가을처럼 낙엽빛을 닮은 따뜻한 갈색 계열이 아니라 차가운 회색빛이 돋보인다. 입술 화장은 고전적이고 우아한 붉은 색이 아니라 신비스러운 느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입술 안쪽을 더욱 검붉은 빛으로 채우고 경계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는 것이 올해 새로운 연출법으로 강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변명숙 맥 수석아티스트는 “촉촉한 질감의 밝은 빨강 립스틱을 입술에 넓게 펴 바른 다음, 입술 중앙에 짙은 체리 컬러의 립스틱을 가볍게 올려주면 소녀스럽고도 어린 느낌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소녀는 소녀이되 쑥스러움에 물든 순수한 소녀가 아니라 지긋지긋한 세상사를 차갑게 그러나 맞짱뜨듯 바라보는 시니컬한 소녀의 이미지다.
조르조 아르마니 코스메틱은 가을·겨울 입술 연출법으로 ‘비튼 립’(깨문 입술)을 강조한다. 투명한 느낌의 원래 입술색을 살리면서도 가운데 입술은 살며시 깨물어 피가 자연스럽게 몰린 듯한 효과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연출하려면 두가지 이상 색깔을 함께 쓰는 것이 좋다. 먼저 빨간색이나 보라색 립스틱을 입술 안쪽에 톡톡 두드려주듯이 바르고 난 뒤 입술선 부분은 밝은 색깔로 레이어링하는 것이다. 아르마니의 이번 시즌 패션쇼 백스테이지 화장을 보면, 마치 요즘 서구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젊으면서도 마성 어린 10대 뱀파이어의 느낌이다. 모델들의 뺨은 창백하다 못해 움푹 파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린다 칸텔로 조르조 아르마니 인터내셔널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이번 시즌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한다. 차가운 톤의 색깔로 눈매를 연출하고, 검붉은 산딸기 색깔로 입술을 마무리한 것이 특징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티브 메이크업 디렉터 중 한명인 톰 페슈가 제안한 에스티로더의 가을 메이크업은 금속성의 광택과 강력한 컬러로 물들인 눈과 입술, 손톱까지 금속성 색깔로 물들인 것이다. 9월1일 출시 예정인 ‘메탈릭 컬렉션’ 입술 제품인 ‘립 래커’는 그 어느 때보다 질감을 강조한다. 액체인 리퀴드 립스틱 같은 특징이 있으며, 발랐을 때는 크림에 가까운 도포성을 지닌다. 광택감은 립글로스 못지않다. 수분을 머금고 있어 색깔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막을 형성하고, 6시간 동안 색깔과 광택이 유지된다고 회사 쪽은 강조한다. 특히 금색과 반짝이가 들어 있는 금속성의 광채는 입술을 반짝이도록 보이는 데 도움을 준다. 알렉스 조 에스티로더 수석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가을에 버건디, 레드 제품이 주로 나오는 건 특이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질감의 변화가 커서 마치 유리를 코팅한 것과 같이 심하게 번들거리는 광택감 있는 입술 제품이 주로 나온다”고 말했다. 눈화장 또한 이런 입술과 어울리는 것으로 해야 한다. 조 아티스트는 “올해 눈화장은 따뜻한 갈색 계열보다 푸른색 위주로 가는 것이 특징적이다. 갈색 섀도엔 순수한 빨간 립스틱이 예쁘지만, 섀도를 푸르거나 금색 계열로 한다면 입술은 와인색 쪽이 더 어울린다”고 했다. 이지적이고 도시적인 눈화장의 유행이 입술색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도 비슷한 느낌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미샤는 기존의 버건디보다 무거운 색깔의 검붉은 적포도주빛 버건디 립스틱을 선보였다. 허성민 마케팅기획팀장은 “2009년 연핑크, 2011년 코럴색 유행에 이어 2012년엔 비비드한 강한 컬러가 유행이었지만 올해는 버건디가 유행할 것이다. 오렌지 컬러를 선호해온 20대 또한 이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뛰드하우스도 풍부한 버건디 색깔의 벨벳 질감의 입술 제품을 내놓는다. 19일 공개한 화보에서도 다소 소녀적 취향이면서도 입술 안쪽을 검붉은 빛깔로 물들인 치명적인 스타일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붉게 물들인 입술을 오래 유지하면서도 깔끔하게 바르는 방법에 대해 맥 변명숙 수석아티스트는 “립 프라이머로 입술을 매끈하게 정돈한 뒤 같은 계열 립 라이너로 가운데를 채워주고, 그 위에 티슈를 얹어 피지를 흡수한 뒤 루스파우더를 얹어 다시 한번 립스틱을 덧바르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여러번 색칠을 하면 번지지도 않고 쉽게 묻어나지도 않아 오래 색깔을 유지할 수 있다.
에스티로더 알렉스 조 수석아티스트는 “피부는 창백하게 표현하고 블러셔는 약하게 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대세다. 창백한 피부, 차가운 톤의 눈화장을 했는데 입술까지 매트하게 표현하면 아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입술은 글로시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뱀파이어 화장법’은 차가움이 핵심이니만큼, 심하게 육감적이거나 도톰한 입술 표현은 촌스러운 것이 될 전망이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각 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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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듯 안 바른 듯한 피부톤
붉은색 바탕에 입술 안쪽은
더 붉은 색으로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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