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스타일 나만의 화장팁
나는 목욕탕에서 화장을 한다. 혼자 살기 때문에 따로 화장대를 안방에 둘 필요가 없다. 파우더룸이 없으니 변기 위에 화장품을 둔다. 스펀지니 솔을 자주 씻을 수 있어 편하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같이 더울 땐 최악이다. 습기찬 목욕탕에 있다 보면 비지땀이 줄줄 흐르는데, 속수무책이다.
평소 간단한 화장을 하는 편이라 스킨으로 얼굴을 닦아내고 에센스만으로 기초화장을 끝낸다. 그런데 땀 때문에 이마저도 먹지 않고 토해내기 일쑤다. 여름 화장은 자외선차단제를 바른 뒤에 팩트만 펴 발라도 된다는 이야기를 패션지에서 읽었다. 나도 따라 해봤다. 웬걸! 기초제품은 땀과 함께 삐질삐질 빠져나오고, 팩트는 좀체 먹지 않고…. 아파트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니 이미 화장은 다 얼룩져 있었다. 화장을 손수건으로 다 닦아내고 버스에서 쿠션파운데이션을 두들기는 대공사를 감행해야만 했다.
그 뒤 나는 아무리 땀이 나도 기초화장을 피부가 완전히 먹을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을 쓴다. 환풍기가 없는 목욕탕 입구에 선풍기를 틀어놓고 습기를 날린다. 스킨과 에센스를 피부에 발라놓곤 스며들 때까지 기다린다. 눈가, 관자놀이, 뺨, 목 같은 부분을 지압하고 피아노 치듯 피부를 눌러가며 정성껏 넣어준다.(정말 들어가는지는 모른다. 확실히 빨리는 마른다.) 그다음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아예 옷을 갈아입는다. 색깔이 없기 때문에 옷에 화장품이 묻어도 별문제가 없다. 이때쯤이면 차단제도 피부에 딱 달라붙어 있다. 그다음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색조화장에 들어가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화장에도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은 멈추는 법이 없다. 날이 선선해진다. 이런 번거로움도 줄어들 것이다. 가을아, 와라!
이지연 서울 강남구 대치동
창의적이고 기발한 ‘나만의 화장 팁’ 원고 (200자 원고지 3장)를 보내주세요. 선정된 독자에게는 ‘로레알파리 유스코드 세트’(14만원 상당)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문의: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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