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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공주가 될까 섹시한 표범이 될까

등록 2013-12-18 20:39수정 2013-12-19 15:13

1 에뛰드하우스 명동 플래그십스토어 ‘프린세스 하우스’에서 여성들이 공주 가면과 티아라를 써보고 있다.2 비비안의 레오파드 슬립.
1 에뛰드하우스 명동 플래그십스토어 ‘프린세스 하우스’에서 여성들이 공주 가면과 티아라를 써보고 있다.2 비비안의 레오파드 슬립.
[매거진 esc] 스타일
모임 많아지는 연말 겨냥해 뷰티·패션업체들
여성성 극대화한 제품과 체험 마케팅 선보여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여자들의 꾸밈이 과감해지고 있다. 연말을 맞아 업체들이 선보이는 제품군들도 공주 아니면 야생동물의 이미지가 많다. 두 가지는 대척점에 있는 것 같지만, 화려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활발한 ‘공주 마케팅’은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지만, 공주로 겉모습을 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욕망을 자극하며 끊임없는 이미지 재생산이 이어져 왔다. 국내에도 이런 ‘공주 체험’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이달 초 서울 명동에 연 에뛰드하우스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수백종의 다양한 제품과 공주풍 인테리어로 벌써부터 입소문이 나고 있다. 외국인들이 주로 드나드는 지역이다 보니 이곳 또한 국내 소비자보다 중국·일본 손님들이 더 눈에 띈다.

3 에뛰드하우스 프린세스 에튀아네뜨 오드토일렛. 4 같은 브랜드의 올오버 파우더. 5 마죠리카 마죠르카의 크림 드 치크(위)와 퍼프 데 치크. 6 궁전 인테리어의 ‘프린세스 하우스’ 내부. 7 힐리앤서스의 사바백. 8 비비안레오파드 브래지어와 팬티. 9 힐리앤서스 미란다백.※ 이미지를 누르시면 확대됩니다..

첫눈에 매장 겉부터 궁전풍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것이 도드라져 보인다. 2층으로 된 실내에 들어서니 하얀색 샹들리에 장식과 궁전 계단, 분홍색 자체제작 카트가 눈에 띄는 가운데 600여종의 제품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진열된 제품들은 거의가 어느 왕국의 공주님이 쓸 법한 예쁘고 아기자기한 포장을 자랑한다. 이 브랜드는 ‘모든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공주’라는 철학대로, 이번 겨울에도 ‘프린세스 에튀아네뜨’라는 제품군을 내놓았는데 여기엔 가상의 공주를 내세워 이야기까지 만들었다. 회사 쪽에서는 “각 제품에는 베르사유 정원에 피어나 에튀아네뜨 공주의 각별한 사랑을 받은 꽃 작약의 맑고 깨끗한 향과 이슬을 머금은 싱싱하고 풋풋한 장미꽃 향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가상의 공주의 이름까지 지어 다소 오글거리는 설정을 했지만, 쇼핑뿐 아니라 놀 만한 거리가 많다. 특히 2층으로 올라가는 내부의 나선형 계단을 통하면 공주의 화장대가 나온다. 손톱 매니큐어를 가상으로 체험하는 공간이 있고, 공주 왕관인 티아라를 직접 써보고 화려한 벽거울을 통해 휴대폰 사진을 찍어볼 수도 있다. 일정금액 이상 구입하면 받는 분홍색 ‘코인’을 기계에 넣어 핸들을 돌리면, 퍼프 같은 작은 선물이 나온다. 소이왁스 향초, 머릿결에 작약향을 주는 향기나는 미스트, 입술의 촉촉함과 소녀 감성을 살릴 수 있는 ‘에튀아네뜨 크리스탈 샤인 립스’ 등도 소녀 감성을 북돋운다.

더 놀라운 것은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군 가운데 주름을 완화하고 피부에 탄력을 주는 수분이나 콜라겐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이수민 과장은 “피부에 물기를 채워주는 ‘수분가득라인’은 2007년부터 올해 초까지 12개국에서 500만개를 판매했다. 콜라겐 제품도 10대들에게 인기가 높아 어렸을 때부터 시작하는 ‘얼리 안티에이징’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성인이 되기 전부터 미리미리 노화를 방지하려는 ‘공주님’들의 노력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립스틱을 봐도 ‘분노하는 레드’, ‘겁먹은 레드’ 등 어린 공주님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뜻밖에 매장을 찾은 고객군은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해 보인다. 부담 적은 가격, 다양한 품목, 재미있는 설정이 인기의 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화장품 브랜드들도 용기의 화려함으로 공주 마케팅에 동참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마죠리카 마죠르카의 앙증맞은 치크 제품 용기 안에는 리본을 단 공주풍 퍼프가 들어 있고, 풍성하게 속눈썹을 연출할 수 있다는 용기는 요술봉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작은 책 형태의 메이크업 팔레트인 ‘리틀 허밍북 4’는 제품 내부에 긴 머리 소녀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피부에 두들겨 바르는 콤팩트는 ‘공주 변신’의 결정판이다. 아이들이 즐겨 보는 만화 속 요술공주들이 변신할 때 꺼내던 콤팩트처럼 뚜껑에 화려한 장식이 이채롭다. 그밖에도 뚜껑에 붓이 달려 있는 치크, 향수도 로맨틱한 장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샹들리에 장식과 궁전 계단으로
공주 체험 선사하는 에뛰드하우스
란제리는 과감한 호피무늬에
부드러운 파스텔 색조를 결합

공주풍 화장이 유행인 반면, 속옷과 가방은 야생동물 무늬에서 영감을 받은 것들이 많아졌다. 비비안은 올겨울 고전적인 야생동물 프린트를 더욱 진화시켰다. 호피무늬나 뱀피무늬 등 동물 패턴은 매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지만, 올해는 더욱 다양한 색감을 사용해 여성적이면서도 야성적인 이중의 느낌을 낸 것이 달라진 점이다. 이 회사 제품들을 보면, 슬립에 노란 호피무늬를 인쇄하거나 브래지어에 파스텔톤의 분홍색 뱀피무늬를 쓰고 있다.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이지웨어에도 상의는 꽃무늬, 하의는 호피무늬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패턴의 변주를 시도한다. 무채색이지만 섹시해 보이는 검정색 브래지어에서 더 나아가 레이스를 덧입히고 호피무늬에 깃털 장식까지 달아 한층 더 화려함을 강조했다. 팬티에도 호피무늬와 레이스를 엮어 복잡하지만 세련된 느낌이다. 비비안 김희연 수석 디자이너는 “검정이나 갈색 등 기본적인 색감의 동물 프린트뿐 아니라 요즘에는 분홍이나 민트 등 산뜻한 파스텔톤 색상의 동물 프린트를 쓰는 것이 대세다. 꽃무늬를 결합한 동물 프린트를 사용하는 등 복잡하게 패턴을 푸는 것은 우리뿐 아니라 세계적 추세다. 화려할수록 몸매의 단점을 감출 수 있고 꽃이나 레이스 등을 함께 쓰면 더욱 고급스럽고 귀족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속옷 브랜드 제임스딘도 빨란색에 검정 호피 패턴을 더해 강렬하고 엄청나게 과감한 분위기를 준 제품을 새로 출시했다. 비비안과 제임스딘 모두 남성들 속옷에도 호피무늬를 사용해 섹시미를 강조했다.

가방은 진짜 뱀가죽을 쓰거나 더욱 강렬하고 다채로운 색상을 사용한 것들이 부쩍 눈에 띈다. 동물 무늬와 털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온 국내 고급 가방 브랜드 힐리앤서스는 이번 가을/겨울에 빨강, 오렌지, 갈색, 아이보리 등 다양한 색감의 제품을 내놓았다. 특히 100%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진품 뱀가죽(파이톤)을 섞어 화려함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등에 메는 백팩, 어깨에 메는 숄더백, 손에 드는 토트백으로 3가지 연출이 가능한 ‘케이’는 뱀피무늬가 무척 강렬하다. 화려한 디자인이지만 뒤판에는 검은색 소가죽을 써서 앞뒤로 고급스러운 연출을 할 수 있다. 초록색, 하얀색, 빨간색, 검은색의 조화를 살려 화려하게 디자인한 클러치백 ‘사바’는 뱀피무늬를 쓰는 한편, 모양은 여성들의 가슴선에서 영감을 받아 부드러운 곡선미를 살렸다. 힐리앤서스 이경진 디자인실장은 “파이톤은 그 자체로 우아하고 고급스러워 평소에도 여성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이번 시즌에는 특히 의상 색깔이 검정이나 회색 등 무채색으로 단조로워졌기 때문에 파이톤 백으로 더 화려하고 세련된 감각을 완성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각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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