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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포장, 또 하나의 선물이 되다

등록 2014-01-08 20:23수정 2014-01-09 09:47

나무함에 손뜨개 레이스를 얹은 김정은 작가의 ‘지속 가능한 포장’.
나무함에 손뜨개 레이스를 얹은 김정은 작가의 ‘지속 가능한 포장’.
[매거진 esc] 라이프
버려지는 포장지 대신 재활용할 수 있는 주머니, 상자 등 늘어나…설 선물에 활용해보세요
선물을 무엇으로 싸서 주나. 선물 시즌에 숙제 같은 고민이 돌아왔다. 과한 포장을 부담스러워하고 포장 없는 선물이 미덕인 시대에 버려지지 않을 포장 상자와 포장지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지속가능한 포장’이라 부른다.

리본에서 판매하는 선물 주머니들은 주머니를 다시 가방으로 쓰거나 머리끈 등으로 여미도록 만들어져 있다. 소재도 폭신한 털과 천이 대부분이다.
리본에서 판매하는 선물 주머니들은 주머니를 다시 가방으로 쓰거나 머리끈 등으로 여미도록 만들어져 있다. 소재도 폭신한 털과 천이 대부분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포장가게를 운영하는 디자인업체 ‘리본’은 겨울을 맞아 선물을 담는 주머니를 내놓았다. 매장을 들러보니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넣고 가기에 딱 좋은 초록색과 빨간색 실로 뜨개질한 커다란 양말 모양의 선물 주머니, 풍성한 털과 리본으로 만든 주머니들을 팔고 있다. 대부분 일본에서 만들어진 이 선물 주머니들은 선물받는 사람이 재활용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주머니는 길이가 40~50㎝ 정도로 큼지막해 다른 것을 넣어두기에도 좋고, 강렬한 색상과 아기자기한 모양 덕에 장식용으로 걸어둘 만도 하다. 작은 소지품을 넣어 다니는 가방으로도 쓸 수 있는 손잡이가 달린 선물 주머니도 있다. 비닐로 만든 주머니도 몇개 있긴 하지만 모두 끝에 지퍼가 달려 있어 또한 재활용을 염두에 둔 디자인이다.

리본에서 판매하는 선물 주머니들은 주머니를 다시 가방으로 쓰거나 머리끈 등으로 여미도록 만들어져 있다. 소재도 폭신한 털과 천이 대부분이다.
리본에서 판매하는 선물 주머니들은 주머니를 다시 가방으로 쓰거나 머리끈 등으로 여미도록 만들어져 있다. 소재도 폭신한 털과 천이 대부분이다.

특히 머리를 묶는 밴드로 주머니를 여미도록 한 ‘추추백’이라고 하는 네모난 주머니들이 눈에 띄었다. 회색 주머니엔 검은색과 빨간색이 섞인 헤어밴드가, 빨간색 주머니엔 초록색 체크무늬 헤어밴드가 딸려 있다. 리본 김지영 실장은 “포장도 패션이다. 포장의 컬러나 소재는 패션과 유행을 같이하는데 올겨울 체크무늬가 유행하면서 포장 디자인도 비슷한 모양이 많이 나왔다”고 했다. 봄·여름용으로 나왔던 추추백은 핑크색이나 하늘색 같은 화사한 색깔이다. 하늘하늘한 레이스가 달린 리본이나 꽃모양 밴드로 묶도록 되어 있었다. 대부분 1만원 안팎으로 가격이 저렴한데다 선물을 넣고 밴드로 묶어주기만 하면 되니까 솜씨가 없는 사람도 쉽게 포장할 수 있다. 게다가 포장까지 공을 들였다는 ‘수제 선물’ 느낌을 준다. 김지영 실장은 “일본에서도 선물 포장 리본이나 장식품은 점점 간소화되고 단순해지는 경향이다. 포장을 마무리하는 장미꽃 장식에도 집게를 달아 커튼이나 메모꽂이 등 다른 곳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선물을 포장하면
쓰레기까지 선물하는 기분이었다
일상적으로 쓰거나
다시 선물할 수 있는
상자를 디자인하게 된 이유다

리본에서 판매하는 선물 주머니들은 주머니를 다시 가방으로 쓰거나 머리끈 등으로 여미도록 만들어져 있다. 소재도 폭신한 털과 천이 대부분이다.
리본에서 판매하는 선물 주머니들은 주머니를 다시 가방으로 쓰거나 머리끈 등으로 여미도록 만들어져 있다. 소재도 폭신한 털과 천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선 보자기로 선물을 싸는 것이 유행이지만 요즘 영국에서도 스카프나 손수건으로 선물을 싼다. 지난해 11월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의 전세계 매장에선 패션 디자이너 비비언 웨스트우드가 만든 스카프로 화장품을 포장하는 행사가 열렸다. 카멜색과 연분홍색 2가지 색의 유기농 면으로 만든 스카프는 손수건으로도 쓸 수 있다. 비비언 웨스트우드 스카프는 11월 한정상품으로 나왔지만, 1월 중으로 다른 스카프로 화장품을 선물 포장하는 행사가 다시 열릴 예정이다. 러쉬 영국 매장에선 몇해 전부터 이미 선물용 화장품은 스카프로 포장해왔다고 한다. 스카프나 보자기로 물건을 싸면 종이 포장지처럼 쉽게 버려지지 않고 다시 사용하게 된다. 게다가 선물할 때도 포장하는 사람의 솜씨와 마음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는 미덕이 있다.

선물은 없어져도 포장은 남는다. 아니 남겨야 한다.
화장품을 싸는 러쉬의 11월 한정 스카프.
화장품을 싸는 러쉬의 11월 한정 스카프.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에 있는 인테리어 가게 ‘에잇컬러스’에서는 얼마 전 덴마크 브랜드 ‘하우스 닥터’의 소품 상자들을 들여왔다. 원래 액세서리나 소품 보관함으로 나온 이 상자들을 선물 상자처럼 쓰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북유럽 스타일의 수수하고 잔잔한 무늬가 그려져 있고 단추로 여밀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이 상자들은 지구에 폐를 끼치지 않는 재료로 만들되 튼튼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두꺼운 종이를 여러겹 덧대 나무 상자만큼이나 깨지거나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에잇컬러스 쪽의 설명이다. 매장을 찾는 사람들은 여기에 작은 소품을 여러개 넣어서 선물하곤 한단다. 대부분 1개에 3만원이 넘는 상자라 포장 상자로는 꽤 비싼 셈이지만 선물로 주는 물건은 소소하고 가벼운 것으로, 선물의 기억은 오래 남기는 것이 요즘 선물 트렌드라면 트렌드라고 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부터 명절 선물 상자에 박기호 작가의 사진을 담았다. 명절 선물의 내용물은 대체로 비슷하다. 요즘은 농축산물 포장 상자에 한우 목장이나 사과, 배가 나온 생산지 사진을 넣어 우리 농산물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 유행이다. 신세계백화점 쪽은 “명절 선물 상자에 바위, 산, 나뭇잎 등 자연을 주제로 한 유명 작가의 사진을 담아 예술적인 분위기를 낼 생각”이라고 설명한다.

화장품 브랜드 ‘러쉬’가 제안하는 스카프 포장법
화장품 브랜드 ‘러쉬’가 제안하는 스카프 포장법

디자이너 김정은(32)씨는 몇년 전부터 ‘지속가능한 포장 상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블로그 ‘지구랑 친구하기’(chiguya.com)를 통해 천을 기증받아 손수건으로 만들어 나눠 주고, 물통 주머니나 손수건 주머니 같은 친환경 소품을 만드는 재활용 디자이너가 되면서 쉽게 버려지는 선물 포장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선물을 포장하면 쓰레기까지 같이 선물하는 느낌이었다. 영화 <노 임팩트 맨>에서 ‘포장지는 아무리 새것이라고 해도 선물한 지 5분 만에 쓰레기로 변신한다’는 말이 나온다. 영화를 본 뒤 선물받은 사람이 상자로 쓸 수도 있고 다시 또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도 있는 상자를 디자인하게 되었다.” 1㎜ 정도 되는 얇은 두께의 나무 상자에 직접 코바늘로 손뜨개한 레이스를 씌웠다. 동그란 상자도 있고 6~13㎝ 크기의 정사각형 나무 상자도 있다. 레이스 커버는 벗겨내 다른 곳에 쓸 수도 있다. 재료가 부족해 많은 양을 팔지는 못한단다. 김정은씨가 추천하는 나무 상자 활용법은 종이 포일이나 면으로 된 천을 깔고 직접 만든 쿠키 같은 음식을 넣어서 선물하는 거란다. 소박하고 단순한 선물을 권했다. 김정은씨는 나무 상자 1개를 만드는 데 30분에서 1시간 정도를 들인다고 한다. 레이스 뜨개질은 시간을 엮는 일이다. 선물도 그렇다.

글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각 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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