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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룩 한번에 넘기는 늦여름의 맛

등록 2014-08-27 19:33수정 2014-09-01 15:23

1.미나미의 니신소바.  2 스바루 자루소바. 3 미미면가의 성게알온소바. 4 사라시나소바. 호무랑에서 맛볼 수 있다. 5 오무라안의 낫토소바.
1.미나미의 니신소바. 2 스바루 자루소바. 3 미미면가의 성게알온소바. 4 사라시나소바. 호무랑에서 맛볼 수 있다. 5 오무라안의 낫토소바.
[매거진 esc] 요리
간장 찍어 먹는 전통 스타일에서 한국식 입맛으로 변주한 국물 소바까지 다양한 맛 즐겨보는 소바 여행

오사카의 맛 전수한 미나미
소바 종류만 20가지
쫄깃한 식감의 면에
국물맛 강조한 미미면가
소바(소바키리)는 일본식 메밀국수다. 냉면만큼이나 여름철 찾는 이가 많다. 최근 2년 새 실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가게들도 생겨났다. 여름의 끝자락, 뜨거운 한낮의 공기와 선선한 저녁나절의 바람이 공존하는 계절이다. 소바 여행을 떠나려면 더 늦기 전에 출발해야 한다. 출발하기 전에 알아두면 유용한 소바 상식 몇 가지.

소바 애호가들은 주로 쓰유(간장 베이스의 소스)에 면을 살짝 찍고 후루룩 한번에 넘긴다. 씹는다기보다는 마신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전문가가 말하는 맛있게 먹는 법이다. 소바는 목 넘김이 중요한 면 음식이다. 일본요리학교 쓰지초(츠지조)의 혼다 마사미 교수는 “소바의 면 길이는 약 24㎝가 가장 좋다. 목 넘김에 가장 좋은 길이다”라고 말한다. 소바는 향과 풍미가 생명이다. 혼다 교수는 “햇메밀로 반죽하고 금방 삶아낸 상태가 이상적이다”라고 말한다. 일본에서 ‘시니세’(老鋪)라 불리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소바집들은 메밀의 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맷돌로 메밀을 천천히 빻는다. 혼다 교수는 “열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소바용 칼도 중요하다. 직접 제면하는 소바집이 일본에는 많다. 밀가루와 메밀가루의 배합 비율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이름도 다르다. 2 대 8로 섞는 니하치소바, 메밀가루 100%로 만든 주와리소바 등. 반죽을 밀고 그 반죽이 갈라지지 않도록 재빨리 늘이고, 단호하게 잘라 면을 만드는 게 능력이다. 면 제조에 사용하는 긴 봉이나 칼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이유다.

모리소바나 자루소바 등은 대나무 발에 잘 삶은 면을 담고 쓰유 등의 소스에 찍어 먹는다. 마치 우동처럼 보이는, 국물에 말아 먹는 소바는 가케소바다. 소바는 찬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속을 데워줄 뜨끈한 소바도 있다. <국수와 빵의 문화사>를 보면 에도 초기에 조선의 승려 원진이 소바 제조 기술을 전수했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소바 디엔에이가 박혀 있는지 모른다.

청어 넣은 니신소바 별미네 미나미

주인 겸 셰프인 남창수(34)씨는 부산 사내다. 바닷가 남정네답게 뱃사람 같은 거친 열정을 소바에 담았다. 2012년 서울 서초동에 문 연 미나미. 남씨의 경력은 화려하다. 2008년 일본요리학교 쓰지초를 졸업하고 귀국해서 부산롯데호텔의 일식당 ‘모모야마’, 청담동의 ‘야마모토스시’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3년간 웨스틴조선호텔의 ‘스시조’에서도 일했다. “스시조 주말코스로 수타소바가 나왔는데 보자마자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랴부랴 쓰지초의 소바 강사에게 연락했다. 강사는 오사카의 소바전문점 ‘요로코비안’의 주인을 소개해줬다. 요로코비안은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그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소바집이라고 한다. 주인과 통화한 다음날 바로 가방을 챙겨 떠났다. “요로코비안은 100% 메밀로 만드는 소바와 니하치소바, 두 종류를 만드는데, 직접 빻고 손으로 반죽을 잘라 면을 만드는 데였다.”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 3가지를 섞어 육수를 내는 법 등을 꼼꼼히 배웠다. 기초를 이미 학교수업에서 닦은 터라 배움은 일사천리였다. “보통 반죽 배우는 데 1년, 미는 거 2년, 자르기 4년, 삶는 데 1년, 담는 데 2년 걸린다.” 그는 운이 좋았다. 5개월 속성으로 마쳤다. “스승(요로코비안 주인)은 면 넣고 팔팔 끓을 때 손으로 면을 집어 보고 ‘다 됐다’, ‘안 됐다’를 말한다. 감인 거다. 그걸 배우는 게 가장 어려웠다.”

미나미는 79.3㎡(약 24평)의 공간인데 주방이 3분의 1이다. 그의 손놀림이 훤히 보인다. 배운 대로 직접 반죽하고 면을 뽑는다. 니하치소바만 한다. 그의 꿈은 메밀을 직접 재배하고 제분까지 하는 것이다. 미나미의 면은 우리 칼국수처럼 칼로 썰어 만든다. 구멍에 반죽을 넣어 뽑는 식이 아니다. 가케소바가 9가지, 자루소바를 비롯한 9가지, 총 18가지 소바가 있다. 교토의 명물로 알려진 니신소바(소바 장국에 소바 면과 청어조림을 같이 먹는 소바)가 별미로 인기다. 가격은 대략 9000~1만5000원대다.
미나미의 남창수 셰프가 삶은 메밀면을 대나무발에 담고 있다.
미나미의 남창수 셰프가 삶은 메밀면을 대나무발에 담고 있다.

소바 여행의 출발지 스바루

서울의 소바 명가로 유명한 집이다. 주인 겸 셰프인 강영철(56) 사장은 2001년 홍익대 인근에 처음 소바집을 열었다가 6년 전 지금의 위치인 방배동으로 이사했다. 그는 본래 요리와는 거리가 먼 회사원이었다. 일본 주재원으로 30여년 전 일본 땅을 밟았다. 수많은 일본 요리 중에서 유독 소바에 끌렸다. 도쿄 아사쿠사 거리에 유명한 소바집 ‘소바쇼닌’의 장인 히라누마 선생을 만나 본격적으로 소바 제조법을 배웠다. 18년 전의 일이다. 그렇게 소바 인생이 시작됐다. 지금도 점심시간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다. 소바 여행지로 첫손가락에 꼽는 곳. 직접 반죽하고 면을 뽑는다. 모리소바와 가케소바, 우동까지 판다. 8000~1만6000원대다.

국물이 끝내줘요 미미면가

미나미가 ‘쓰지초’의 맛이라면 미미면가는 ‘핫토리’의 맛이다. 주인 겸 셰프인 장승우(33)씨는 일본요리학교 핫토리영양전문학교를 졸업했다. 미나미처럼 2012년에 서울 신사동에 문을 열었다. 소바집 하면 떠오르는 자루소바가 없다. 모두 흥건한 장국에 면과 푸짐한 토핑이 올라오는 붓카케소바다. 냉소바(10가지), 온소바(13가지)에는 성게, 튀김, 새우, 가지, 제철 식재료 등 화려한 토핑이 올라가 눈길을 잡아끈다. 건면인 면은 메밀과 밀가루의 배율이 소바집치고는 특이하게 3(메밀) 대 7(밀가루)이다. “니하치소바, 메밀 100% 등 다양하게 실험해봤다. 젊은 친구들의 입맛에 맞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찾은 배율이다. 식감을 더 살리고 싶었다.” 자루소바가 없는 이유도 “한국인은 국물을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의 판단 때문이다. 당연히 몇 초 만에 삶아내는 생면보다 삶는 시간이 더 걸린다. 5분 정도 걸린다. 2004년 유학 전 그는 한국식 일식당에서 일했다. 졸업 후에는 도쿄 노부에서 1년, 가이세키전문점, 호텔 등에서 실력을 닦았다. “20대 여성들이 주로 에스엔에스 등에 우리 소바를 올린다.” 그가 주력하는 것은 국물이다. 냉소바와 온소바 국물 우리는 법이 다르다. 종류가 다른 가다랑어포를 섞고 무, 대파, 당근 등 여러 가지를 넣어 1시간 동안 우려내는 공정이 꽤나 복잡하다. 국물 진액도 만들어 자신이 찾아낸 배율대로 섞는다.

일본인 셰프의 노련한 솜씨 오무라안

스바루처럼 소바 불모지였던 서울의 소바 맛 세계에서 일찌감치 역삼동에 문을 열어 마니아들을 끌어모은 집이다. 도쿄에서 2대째 소바집을 운영했던 일본인 요리사 이노 유키오 씨가 주방을 맡아 맛을 낸다. 메밀과 밀가루의 배율은 7 대 3. 카레소바 등 다채로운 소바들이 많다.

눈꽃빙수보다 새하얀 호무랑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이 직영하는 호무랑에서는 눈처럼 흰색 소바로 알려진 ‘사라시나소바’가 차림표에 있다. 왕이나 귀족들이 즐겼던 소바로 메밀을 80% 이상 깎아내고 남은 것을 재료로 쓴다. 그런 이유 때문에 면의 색이 흰색이다. 사라시나소바의 계보를 잇는 소바 명가 ‘사라시나 호리이’의 9대손인 호리이 요시노리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맛을 점검한다. 그는 “물 반죽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라시나소바는 매우 얇고 매우 부드럽다. “거의 메밀을 10% 남기고 깎는다. 단백질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반죽과 치대는 기술이 중요하다.” 가격은 17000원.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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