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니트’를 활용해 장갑 만들기와 ‘루피 망고 모자’ 뜨기에 도전한 모습.
[매거진 esc] 스타일
젊은 층부터 연예인까지 손뜨개에 푹 빠뜨린 루피 망고 실의 매력과 모자, 장갑 만들기 도전
젊은 층부터 연예인까지 손뜨개에 푹 빠뜨린 루피 망고 실의 매력과 모자, 장갑 만들기 도전
‘자급자족’이 인기라고 말하기엔 좀 머쓱하다. 맨손에 맨발로 태어난 인간이 무엇이든 직접 구하지 않고 먹고살 방법이 무어란 말인가? 하지만 필요하면 돈 주고 사면 되는 세상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수수를 베고 맷돌을 돌려 커피 원두를 가는 티브이엔 <삼시세끼>나 정글에 가서 직접 물고기를 잡는 에스비에스 <정글의 법칙>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며 “재밌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자급자족’은 올해까지 이어지는 유행 코드다.
이 유행 코드는 ‘킨포크’(Kinfolk)라는 생소한 용어와도 맞닿는다. 2011년 미국에서 창간된 잡지의 이름이기도 한 이 단어의 뜻을 가늠하려면 ‘텃밭에서 직접 수확한 유기농 식재료로 건강한 밥상을 차리고, 이웃들과 저녁식사를 나누어 먹는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떠올리면 된다. ‘느리고 여유로운 자연 속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일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겨울이면 원래 유행이던 뜨개질이 더 대중적으로, 더 강렬하게 사랑받고 있다. 불을 댕긴 것은 ‘루피 망고’다. 미국 니트 브랜드 이름이자, 손가락 굵기만한 울 100%의 푹신한 실로 만든 아이템을 뜻하는 이 단어는 12월 들어서면서부터 ‘핫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미 지난가을, 이 브랜드가 한 백화점 명품관에서 진행한 ‘니팅 클래스’가 큰 인기를 끌어 올겨울 ‘손쉬운 손뜨개’가 유행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 12월 <삼시세끼>에 출연한 배우 최지우가 루피 망고 털모자를 쓰고 나왔고, 에스비에스 <룸메이트>에 출연한 배우 배종옥씨가 손가락 두개만큼 굵은 대바늘로 후딱후딱 털모자를 떠서 셰어하우스에 함께 사는 동료들에게 선물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한국방송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사랑이 엄마’인 야노 시호가 송일국의 아들들인 ‘삼둥이’에게 루피 망고 모자를 선물했다. 연예계 패셔니스타 공효진부터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들까지 루피 망고 아이템을 착용하거나 만드는 사진을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올렸다.
‘손쉬운 뜨개질’에 대한 로망을 품고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카페 ‘마음은 콩밭’을 찾았다. 이곳은 화가이자 카페 주인인 김희(59)씨가 바느질, 손뜨개 등을 가르치는 곳이다. 전날 전화로 그에게 “루피 망고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더니 “아주 단순한 뜨개질”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루피 망고 실은 처음”이라는 그도 모자 하나를 완성해본 뒤에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에게 모자 만들기를 배웠다.
“실과 바늘이 워낙 굵어서 모자 하나가 금방 떠져요. 첫 모자는 내가 좀 긴장해서 쫀쫀하게 떴는데 좀 넉넉하게 여유를 두고 뜨는 게 모자 쓰고 벗기엔 더 좋을 것 같아요.” 카페의 폭신한 소파에 앉아 모자 뜨기 도전이 시작됐다. 하지만 도전이라 할 것도 없었다. 둥글게 코잡기, 10번 정도 겉뜨기, 이후 두코씩 줄여 뜨기, 그리고 마무리. 뜨개질에 능숙한 사람이라면 30분~1시간 사이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물론 서툰 기자는 오래 걸렸지만.
우선 지름이 2.5㎝, 길이 15㎝의 굵고 짧은 바늘 한쌍을 이용해 지름이 2㎝인 털실을 장난하듯 둔탁한 손짓으로 엮는다. 처음 코를 만들 때는 10개, 14개, 18개 식으로 짝수로 잡는다. 둥글게 코를 잡고 난 뒤에는 10여번 겉뜨기나 고무뜨기(겉뜨기와 안뜨기를 교차)를 해준다. 두코씩 줄여가며 모자 윗부분을 만든 뒤 정리해주면 끝이다. 모자의 위아래 남은 실은 모두 모자 안쪽으로 이리저리 넣어 정리해주면 된다.
손가락 굵기만한 울100% 털실
포근함 극대화한 루피 망고
안입는 니트 아플리케 스티치해
사랑스러운 벙어리장갑 완성 손쉬운 뜨개질 방법, 굵은 실과 바늘 덕분에 팍팍 나가는 진도, 100% 울로 된 실의 포근함과 따뜻함, 털실 특유의 강렬하거나 부드러운 색감 등이 루피 망고 아이템의 인기 요인이다. 털실 가게가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종합시장에 가보면 가게마다 루피 망고 모자를 떠서 팔고 있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루피 망고 정품 실 가격은 10만원에 가깝지만 시장에서는 2만~3만원대 오스트레일리아산 제품도 찾아볼 수 있다. 시장에서 털실을 사면 상인들은 바늘도 빌려주고 무료로 루피 망고 모자 뜨는 법도 가르쳐준다. 가게마다 앉아 있는 젊은 여성들이 제법 많다. 모자 하나를 후딱 뜨고 나니 뿌듯하면서도 헛헛하다. ‘손쉬운 뜨개질’을 하나 더 해보기로 했다. 이번엔 장갑. 장갑을 후딱 뜨기란 어렵다. 일단 너무 굵은 실로 만들면 바람이 숭숭 들어 손이 시려 장갑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루피 망고 장갑? 어림도 없다. 모자보다 정교한 작업이 요구되는 장갑 뜨기, 어떻게 하면 쉽게 할 수 있을까? 답은 ‘버릴 니트’에 있었다.
“잘못 빨아 줄어든 니트, 유행이 지난 니트 등 옷장을 뒤져보면 버릴 니트가 꽤 있잖아요? 그걸 활용해서 장갑을 만드는 거죠.” 친구가 보내준 유기농 대추로 만들었다는 대추 라테를 권하며 김희씨가 말했다. 빨간색, 짙은 파란색 니트 두개에 손을 대고 모양대로 잘라냈다. 손등은 파랑, 손바닥은 빨강, ‘나만의 장갑 뜨기’ 시작이다.
‘버릴 니트’ 덕분에 손바닥 모양 뜨개질에 들여야 하는 시간을 벌었다. 손 모양 니트 조각을 맞대고 털실을 꿴 바늘로 감침질과 비슷한 ‘아플리케 스티치’를 하면 손 넣을 공간이 만들어진다. “일부러 바느질을 왼손으로 하기도 해요. 장갑 위로 바느질 선이 그대로 보이니 비뚤배뚤할수록 더 예쁘거든요.”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른 것은 아닌데, 초보자의 바느질은 비뚤배뚤하기만 했다.
장갑의 손목 부분은 손뜨개로 마무리한다. 감침질한 털실에 한코씩 엮어 가장 기본적인 ‘짧은뜨기’를 6~7번 해주면 완성이다. 감침질을 할 때 손목 근처에 만들어둔 옆트임을 손뜨개로 잘 잡아 마무리해놓으면 손을 넣고 뺄 여유 공간이 만들어진다. 또 다른 ‘버릴 니트’에 있는 꽃무늬 등을 오려 장갑에 덧대주는 작업을 하면 더 예쁜 ‘나만의 장갑’을 만들 수 있다.
“돈을 떠나서 바느질이고 손뜨개고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자꾸 뭔가를 사는 소모적인 삶보다는 자급자족, 소박한 삶, 이런 정신을 알려주고 싶어서요.” 김희씨가 카페를 찾는 이들을 상대로 장갑 만들기, 가방 만들기 등의 수업을 진행하는 이유라고 한다. 실제 모자와 장갑을 만드는 시간 동안, 카페 안은 시간이 정지된 듯 평화로웠다.
손쉬운 뜨개질법을 알고자 하면 길은 많다. 기사에 소개된 카페나 시장의 털실 가게를 찾아갈 수도 있고 인터넷 검색을 할 수도 있다. 여러 손뜨개법을 소개한 <브리티시 스타일 코바늘 손뜨개>(미디어윌 펴냄), <배우 김성녀의 마음을 전하는 선물 손뜨개>(스타일북스 펴냄),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털실 양말에 반하게 되는 <털실로 솜씨 좋게, 나만의 양말 만들기>(도서출판 예경 펴냄) 등 최근 출판된 책도 좋은 참고서다.
글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털실로 뜬 양말. <털실로 솜씨 좋게, 나만의 양말 만들기> 중. 도서출판 예경 제공
손뜨개로 만든 컵받침. <브리티시 스타일 코바늘 손뜨개> 중.
손뜨개로 만든 옷. 미디어윌 제공
포근함 극대화한 루피 망고
안입는 니트 아플리케 스티치해
사랑스러운 벙어리장갑 완성 손쉬운 뜨개질 방법, 굵은 실과 바늘 덕분에 팍팍 나가는 진도, 100% 울로 된 실의 포근함과 따뜻함, 털실 특유의 강렬하거나 부드러운 색감 등이 루피 망고 아이템의 인기 요인이다. 털실 가게가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종합시장에 가보면 가게마다 루피 망고 모자를 떠서 팔고 있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루피 망고 정품 실 가격은 10만원에 가깝지만 시장에서는 2만~3만원대 오스트레일리아산 제품도 찾아볼 수 있다. 시장에서 털실을 사면 상인들은 바늘도 빌려주고 무료로 루피 망고 모자 뜨는 법도 가르쳐준다. 가게마다 앉아 있는 젊은 여성들이 제법 많다. 모자 하나를 후딱 뜨고 나니 뿌듯하면서도 헛헛하다. ‘손쉬운 뜨개질’을 하나 더 해보기로 했다. 이번엔 장갑. 장갑을 후딱 뜨기란 어렵다. 일단 너무 굵은 실로 만들면 바람이 숭숭 들어 손이 시려 장갑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루피 망고 장갑? 어림도 없다. 모자보다 정교한 작업이 요구되는 장갑 뜨기, 어떻게 하면 쉽게 할 수 있을까? 답은 ‘버릴 니트’에 있었다.
‘버릴 니트’를 활용해 장갑 만들기와 ‘루피 망고 모자’ 뜨기에 도전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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