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 대리석, 나무 등의 다양한 소재로 된 식기에 촛대와 리스를 두면 분위기 있는 식탁을 만들 수 있다. 리빙 스타일리스트 문지윤씨가 선보인 테이블 세팅.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매거진 esc] 스타일
테이블 세팅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황동 촛대와 리스, 조혜정 기자의 직접 만들어보기
테이블 세팅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황동 촛대와 리스, 조혜정 기자의 직접 만들어보기
집에 손님을 초대하거나 특별한 상차림을 할 때 고민되는 건 그날의 메뉴뿐만이 아니다. 정성 들여 만들거나 사온 음식을 어떤 그릇에 담아야 더 맛깔나고 예쁘게 보일지, 과하지 않으면서도 식사 분위기를 돋우려면 식탁 위에 어떤 장식을 해야 좋을지 등 테이블 세팅에도 신경이 쓰인다. 그중에서도 노력·비용 대비 효과가 큰 게 바로 양초와 리스(꽃, 나뭇잎, 드라이플라워 등으로 꾸민 도넛 모양의 장식품)다. 비록 우리의 일상은 “식사에 촛불은 기본”이라던 로엘백화점 김주원 사장(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맡은 역)보다 “세상의 모든 식탁에 꽃과 와인과 촛불이 놓이는 줄 알아?”라고 되치던 길라임(같은 드라마에서 하지원이 맡은 역)에 가까울 테지만, 특별한 날 하루쯤은 따뜻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내는 데 ‘마음의 사치’를 부리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터. 지난 24일 경기도 성남의 아티제 분당정자점 2층에서 열린 ‘아티제 우먼 클래스’에 참가해 황동 촛대와 리스를 만들어봤다.
“구리는 2013년 말부터 생활용품 분야에서 ‘메가 트렌드’가 됐어요. 열전도율이 높고 가공도 용이해서 컵, 전등갓, 접시, 촛대 등등 다양한 디자인 제품이 쏟아지고 있죠. 황동(구리와 아연의 합금)은 특유의 색깔 때문에 빈티지한 느낌도 있고 나무나 대리석, 유리, 자기 등 다른 소재와도 잘 어울려요. 사람 손이 닿을수록 색이 변하기 때문에 ‘시간을 담는 재료’로도 불립니다.” 강의를 맡은 리빙 스타일리스트 문지윤씨가 촛대 만들기에 앞서 황동 소재의 특성을 설명했다. 강의를 들으러 온 20대 후반~30대 후반의 주부 20명 앞엔, 수도배관 등에서나 보던 황동 파이프가 놓여 있었다. 각각 5~7㎝ 길이로 잘린 매끈한 조각이 7개, 이 조각들을 끼울 수 있도록 한 T자, ㄴ자 조각이 각 3개였다. 문씨가 미리 재단해온 것인데, 집 근처 철물점이나 서울 을지로, 논현동의 건축상 등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원형 오아시스에 비브리움을 꽂았다
이파리들이 죄다 누워있는 것 같다
옆자리 수강생의 것은
하늘을 향해 서 있었다 문씨가 보여준 완성본대로, 초를 끼우는 부분이 세 갈래로 뻗어나간 촛대를 만들려고 황동 조각들을 끼워맞췄다. 첫번째 갈래까지 끼워넣는 데는 채 2분도 안 걸렸다. 촛대 만드는 데 30분을 준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하면 남는 시간에 뭐 하나 하는 오만함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두번째 갈래를 만들 때부터 헷갈리기 시작했다. T자 조각에 난 세 군데 구멍 가운데 어디를 어떻게 끼워야 할지 헤매다 옆자리 수강생을 곁눈질해 겨우 답을 찾았다. 다 끝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다. 조각들을 끼워맞춘 틈이 헐거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조각의 양쪽 끝에 양면테이프를 붙여 다시 맞춰 고정시켜야 했다. 양면테이프 때문에 뻑뻑해진 조각들을 끼워넣는 게 제법 힘겨웠다. 30분은 짧은 시간이었다.
다음은 리스 만들기에 도전했다. 리스는 보통 꽃으로 장식해 식탁 위에 놓거나, 벽·문 등에 걸어두는 장식품인데, 이날은 이파리 종류만 쓰기로 했다. 가운데가 빈 원형의 오아시스에 비브리움을 돌려 꽂고, 유칼립투스와 에린지움으로 장식하면 되는, 간단한 과정이었다. 오아시스의 4분의 1가량에 비브리움을 꽂았는데, 이파리들이 죄다 바닥에 누워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옆자리에 앉은 수강생의 것은 하늘을 향해 서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입체’이고 내 것만 ‘평면’이다. 아 참, 나 미술 정말 못하는 애였지. 불현듯 고3이 되고 나서 유일하게 좋아한 일이 미술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비브리움을 다 뽑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보다 못한 문씨와 스태프들이 번갈아 다가와 거들어준다. “오아시스 양쪽으로 이렇게 꽂아주세요.” “원형이 유지되도록, 가운데로는 몰리지 않게 신경써주세요.” 이리저리 꽂았다, 뽑았다 다시 꽂았다를 반복하며 오아시스를 만지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생각났다. 교대를 갓 졸업한 선생님은 토요일 방과 후 벽돌 모양의 오아시스에 꽃을 꽂곤 했는데, 나와 친구들은 종종 그걸 구경하며 ‘세련된 여자 어른’의 이미지를 그렸던 것 같다.
원래 솜씨가 좋든 나쁘든, 직접 만들어보고 전문가에게 조언을 듣는 데 대한 만족도는 높아 보였다. 인천에서 버스를 1시간 타고 강의를 들으러 왔다는 이정희(32)씨는 “쿠킹 클래스는 자주 듣는데 리빙 클래스는 처음”이라며 “촛대 만들기도 그렇고, 리스 만들기도 그렇고 참 재밌었다”고 말했다. 결혼한 지 넉달 됐다는 송지애(29)씨는 “테이블 데코에 관심이 많은데, 이런 걸 알려주는 데는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오늘 배운 건 기념일이나 친구들 모임 때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직접 만든 리스를 보고 있는 조혜정 기자.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이파리들이 죄다 누워있는 것 같다
옆자리 수강생의 것은
하늘을 향해 서 있었다 문씨가 보여준 완성본대로, 초를 끼우는 부분이 세 갈래로 뻗어나간 촛대를 만들려고 황동 조각들을 끼워맞췄다. 첫번째 갈래까지 끼워넣는 데는 채 2분도 안 걸렸다. 촛대 만드는 데 30분을 준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하면 남는 시간에 뭐 하나 하는 오만함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두번째 갈래를 만들 때부터 헷갈리기 시작했다. T자 조각에 난 세 군데 구멍 가운데 어디를 어떻게 끼워야 할지 헤매다 옆자리 수강생을 곁눈질해 겨우 답을 찾았다. 다 끝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다. 조각들을 끼워맞춘 틈이 헐거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조각의 양쪽 끝에 양면테이프를 붙여 다시 맞춰 고정시켜야 했다. 양면테이프 때문에 뻑뻑해진 조각들을 끼워넣는 게 제법 힘겨웠다. 30분은 짧은 시간이었다.
리스와 촛대.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아티제 우먼 클래스’에서 황동 촛대를 만들고 있는 주부들.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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