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의 절반 이상이 기초화장품을 5가지 이상 사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화장품엔 화학성분이 많이 들어 있고, 이를 너무 많이 쓰면 오히려 피부가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최근 ‘화장품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 속 제품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매거진 esc] 스타일
화학성분 든 화장품 너무 많이 쓰면 되레 역효과……‘간헐적 단식’ 하듯 ‘간헐적 뷰티’ 실천도 한 방법
화학성분 든 화장품 너무 많이 쓰면 되레 역효과……‘간헐적 단식’ 하듯 ‘간헐적 뷰티’ 실천도 한 방법
“세안은 꼭 이중세안으로 꼼꼼하게 하세요. 물기를 닦아낸 뒤엔 건조해지지 않도록 바로 부스팅 에센스를 바르고, 토너, 에센스, 로션, 크림, 아이크림을 순서대로 발라주세요.” 방송, 잡지, 인터넷에 넘쳐나는 ‘뷰티 팁’의 핵심은, 좋은 피부를 가지려면 이렇게 많이 ‘바르라’는 것이다. 화장품 회사에서 광고 등의 대가를 받고 만들어지는 내용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진다. 그래서일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말 내놓은 ‘의료기기·화장품 제조·유통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기초화장품을 11개 이상 사용한다는 사람은 응답자의 22.3%로, 5~10개를 쓴다는 사람(34.9%)의 뒤를 이어 둘째로 많았다.
흥미로운 건 ‘도자기 피부’를 자랑하는 여성 연예인들에게 피부 관리 비법을 물으면 “적게 쓴다”고 답한다는 점이다. 아역 때와 다름없는 ‘동안 미인’ 배우 김민정은 최근 한 방송에서 세안 뒤 기초화장품을 딱 2개만 바른다고 해 화제가 됐고, 피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배우 고현정도 피부가 숨쉴 틈을 줘야 한다며 때때로 베이비로션 하나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과나 피부관리실에서 전문가의 도움도 받겠지만, 일상생활에선 최소한의 화장품만으로 피부를 관리한다는 것이다.
절반 이상 “기초화장품 5개 넘게 써”
‘도자기 피부’ 연예인은 “적게 쓴다”
유해성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
안 쓸 화장품 골라낼 때 유용 패션잡지에서 오랫동안 뷰티 에디터로 일했던 피현정 브레인파이 대표가 실제로 경험한 일을 들어보면, 제아무리 좋은 음식도 많이 먹으면 살이 찌는 것처럼, 화장품도 많이 바르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임상실험에서 주름이 없어졌다는 제품, 미백 성분으로 특허를 받았다는 제품 등 좋다는 신제품인데도 실제로 써보면 별 차이가 없어서 늘 의문을 갖고 있었어요. 그때는 클렌징 제품을 비롯해 기초화장품은 10여개를 사용했고요. 그런데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피부가 점점 안 좋아지더니, 임신을 하고 나선 발라도 발라도 피부가 까칠해지고, 붉어지고, 건조해지면서 트러블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약산성 클렌저와 토너, 크림 타입 모이스처라이저 세 가지만 쓰기 시작하면서 주름이 눈에 덜 띄고 피부 탄력도 높아졌어요. 그게 10년 전인데, 요즘은 세안하고 나서 아무것도 안 발라도 피부가 안 땅겨요.” 왜 그럴까? 그가 찾아낸 문제는 바로 화장품에 들어 있는 과도한 화학성분이었다. 화장품 하나에 들어가는 화학성분은 적어도 30가지, 많게는 100가지가 넘는다. 피부에 꼭 필요한 성분도 있지만, 단순히 화장품의 향을 좋게 하거나 보존 기한을 늘리려고 넣은 성분도 있다. 이런 성분이 피부에 지나치게 많이 공급되면 피부가 더 나빠질 수 있다.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인 임이석 임이석테마피부과 원장은 “많은 종류의 화장품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자극과 화학성분에 노출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화장품은 아무리 많이 발라도 흡수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이 바르면 모공을 막아 여드름 등이 악화될 수 있다”며 “피부 타입에 맞게 꼭 필요한 화장품 위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화장품을 아예 쓰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살이 찌면 음식 섭취량을 줄여야 하는 것처럼, 화장품을 바르는 데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실 매 끼니 식당에서 사먹는 음식이나 마트에서 사온 적지 않은 식재료에도 엄청난 양의 인공조미료와 방부제 등 화학성분이 들어가 있지만 아예 ‘끊고’ 살 순 없잖은가. 기본적인 영양 섭취를 하려면 먹어야 하되, 되도록이면 나쁜 첨가물을 줄여 먹으려 애쓰는 것처럼 화장품을 바를 때도 이런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초화장품이 크게 세안제, 보습제, 자외선 차단제의 세 가지로 이뤄져 있다는 점만 기억한다면 ‘화장품 다이어트’는 그리 어렵지 않다. 무조건 클렌징 오일 뒤 클렌징 폼으로 닦아낼 게 아니라, 비비크림 정도만 발랐다면 클렌징 폼 하나로도 충분하다. 클렌징을 잘 했다면 각질 제거 기능을 하는 토너도 매번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다음엔 에센스, 로션, 크림 가운데 자신의 피부 상태에 맞는 것으로 하나만 골라 바른다. 지성 피부라면 워터 에센스나 젤 타입 로션, 건성 피부라면 크림을 바르는 식이다. 이런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제품의 묽기 등 제형만 다를 뿐, 보습이라는 기능은 같기 때문에 여러 개를 바르는 것보단 하나를 골라 피부에 충분히 흡수시켜주는 게 낫다. 부분적으로 땅기는 곳이 있다면 그 위에만 같은 제품이나 오일을 조금 덧발라주면 된다. 주름이나 미백 등 특별히 고민되는 문제가 있다면 그에 맞는 기능성 화장품 한 가지 정도는 추가해도 좋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건 자외선 차단제다. 자외선 차단제에도 화학성분이 많이 들어 있지만, 자외선을 직접 받아 피부가 손상되는 것보다는 차단제를 바르는 게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래도 전면적인 ‘화장품 다이어트’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면, 우선 ‘간헐적 뷰티’를 실천해보라는 게 피현정 대표의 조언이다. 저녁에는 평소 바르던 대로 충분히 바르는 대신 아침에는 단계를 줄여본다든가, 주 5일은 그대로 바르고 주말 이틀 동안엔 두세 개만 발라보는 식으로 천천히 습관을 바꿔보라는 것이다. 그는 “피부는 습관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화장품 20개를 쓰다가 2개로 줄인다고 바로 좋아지는 게 아니다. 최소한 2주에서 한달은 해봐야 피부가 달라진 걸 느낄 수 있으므로 부담없이 시작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화장대에서 덜어낼 화장품을 고르는 법도 어렵지 않다. 발랐을 때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자극이 심한 제품을 피하면 된다. 그보다 더 쉬운 방법은 화장품을 고를 때 뒷면에 쓰인 ‘전성분’을 확인하는 것이다. 소듐라우릴설페이트(SLS),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SLES) 같은 합성계면활성제, 파라벤류의 방부제, 성기능 장애와 암 유발 성분으로 알려진 벤조페논, 인공향료 등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고르면 된다. 이걸 언제 다 외우냐고?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된다. 무료 앱인 ‘화해’, ‘화장품멘토’ 등은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화장품의 전성분을 분석해 화학성분 가운데서도 유해성분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알려준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도자기 피부’ 연예인은 “적게 쓴다”
유해성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
안 쓸 화장품 골라낼 때 유용 패션잡지에서 오랫동안 뷰티 에디터로 일했던 피현정 브레인파이 대표가 실제로 경험한 일을 들어보면, 제아무리 좋은 음식도 많이 먹으면 살이 찌는 것처럼, 화장품도 많이 바르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임상실험에서 주름이 없어졌다는 제품, 미백 성분으로 특허를 받았다는 제품 등 좋다는 신제품인데도 실제로 써보면 별 차이가 없어서 늘 의문을 갖고 있었어요. 그때는 클렌징 제품을 비롯해 기초화장품은 10여개를 사용했고요. 그런데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피부가 점점 안 좋아지더니, 임신을 하고 나선 발라도 발라도 피부가 까칠해지고, 붉어지고, 건조해지면서 트러블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약산성 클렌저와 토너, 크림 타입 모이스처라이저 세 가지만 쓰기 시작하면서 주름이 눈에 덜 띄고 피부 탄력도 높아졌어요. 그게 10년 전인데, 요즘은 세안하고 나서 아무것도 안 발라도 피부가 안 땅겨요.” 왜 그럴까? 그가 찾아낸 문제는 바로 화장품에 들어 있는 과도한 화학성분이었다. 화장품 하나에 들어가는 화학성분은 적어도 30가지, 많게는 100가지가 넘는다. 피부에 꼭 필요한 성분도 있지만, 단순히 화장품의 향을 좋게 하거나 보존 기한을 늘리려고 넣은 성분도 있다. 이런 성분이 피부에 지나치게 많이 공급되면 피부가 더 나빠질 수 있다.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인 임이석 임이석테마피부과 원장은 “많은 종류의 화장품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자극과 화학성분에 노출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화장품은 아무리 많이 발라도 흡수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이 바르면 모공을 막아 여드름 등이 악화될 수 있다”며 “피부 타입에 맞게 꼭 필요한 화장품 위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화장품을 아예 쓰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살이 찌면 음식 섭취량을 줄여야 하는 것처럼, 화장품을 바르는 데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실 매 끼니 식당에서 사먹는 음식이나 마트에서 사온 적지 않은 식재료에도 엄청난 양의 인공조미료와 방부제 등 화학성분이 들어가 있지만 아예 ‘끊고’ 살 순 없잖은가. 기본적인 영양 섭취를 하려면 먹어야 하되, 되도록이면 나쁜 첨가물을 줄여 먹으려 애쓰는 것처럼 화장품을 바를 때도 이런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초화장품이 크게 세안제, 보습제, 자외선 차단제의 세 가지로 이뤄져 있다는 점만 기억한다면 ‘화장품 다이어트’는 그리 어렵지 않다. 무조건 클렌징 오일 뒤 클렌징 폼으로 닦아낼 게 아니라, 비비크림 정도만 발랐다면 클렌징 폼 하나로도 충분하다. 클렌징을 잘 했다면 각질 제거 기능을 하는 토너도 매번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다음엔 에센스, 로션, 크림 가운데 자신의 피부 상태에 맞는 것으로 하나만 골라 바른다. 지성 피부라면 워터 에센스나 젤 타입 로션, 건성 피부라면 크림을 바르는 식이다. 이런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제품의 묽기 등 제형만 다를 뿐, 보습이라는 기능은 같기 때문에 여러 개를 바르는 것보단 하나를 골라 피부에 충분히 흡수시켜주는 게 낫다. 부분적으로 땅기는 곳이 있다면 그 위에만 같은 제품이나 오일을 조금 덧발라주면 된다. 주름이나 미백 등 특별히 고민되는 문제가 있다면 그에 맞는 기능성 화장품 한 가지 정도는 추가해도 좋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건 자외선 차단제다. 자외선 차단제에도 화학성분이 많이 들어 있지만, 자외선을 직접 받아 피부가 손상되는 것보다는 차단제를 바르는 게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래도 전면적인 ‘화장품 다이어트’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면, 우선 ‘간헐적 뷰티’를 실천해보라는 게 피현정 대표의 조언이다. 저녁에는 평소 바르던 대로 충분히 바르는 대신 아침에는 단계를 줄여본다든가, 주 5일은 그대로 바르고 주말 이틀 동안엔 두세 개만 발라보는 식으로 천천히 습관을 바꿔보라는 것이다. 그는 “피부는 습관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화장품 20개를 쓰다가 2개로 줄인다고 바로 좋아지는 게 아니다. 최소한 2주에서 한달은 해봐야 피부가 달라진 걸 느낄 수 있으므로 부담없이 시작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화해’
‘화장품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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