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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레브는 지금 한달 내내 크리스마스

등록 2015-12-09 20:23수정 2015-12-10 10:34

자그레브 재림절 축제 상징물을 시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사진 서정민 기자
자그레브 재림절 축제 상징물을 시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사진 서정민 기자
[매거진 esc] 여행
크로아티아 수도에서 내년 1월10일까지 ‘자그레브 재림절 축제’…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이벤트·마켓·공연 풍성
성탄절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건만, 여간해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다. 언젠가부터 거리에 캐럴이 사라진 탓도 있지만, 팍팍해진 사회 분위기 탓도 있으리라. 지구 반대편에선 한달 내내 크리스마스다. 아기 예수가 태어나기 직전 4주가량을 재림절(대림절·강림절)이라 하는데, 유럽에선 이 기간을 축제처럼 즐긴다. 그중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의 재림절 축제를 으뜸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지난달 28일부터 내년 1월10일까지 축제 기간 동안 거리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이벤트, 마켓, 음식축제, 공연 등이 열린다. 지난 4~6일(현지시각) 축제 현장을 둘러보았다.

자그레브 재림절 축제 로고. 사진 서정민 기자
자그레브 재림절 축제 로고. 사진 서정민 기자

거리마다 성탄절, 로어타운

자그레브 중심부는 아래의 로어타운(도니그라드)과 위의 어퍼타운(고르니그라드)으로 나뉜다. 로어타운은 19세기에 형성된 도시다. 자그레브는 1880년 대지진으로 크게 망가졌는데, 이후 새롭게 계획·설계해 만든 곳이 로어타운이다. 그래선지 구획이 반듯하다.

토미슬라브 광장의 스케이트장. 사진 서정민 기자
토미슬라브 광장의 스케이트장. 사진 서정민 기자
우선 자그레브 중앙역에서 출발한다. 역 앞에 크로아티아 국부 토미슬라브 왕의 동상이 우뚝 선 광장이 드넓게 펼쳐진다. 그 뒤로는 미술관이 보인다. 기차역과 미술관 사이 토미슬라브 광장은 겨울이면 거대한 스케이트장으로 변한다. 2000㎡ 넓이 얼음광장이 깔리고 400m 길이 트랙이 붙는다.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히트곡 ‘돈트 룩 백 인 앵거’가 흐르고 19세기 예스러운 건물을 배경으로 알록달록 털모자 쓴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질주한다.

미술관 뒤로도 푸른 공원들이 이어진다. 이맘때면 공원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펼쳐진다. 오솔길 따라 자리잡은 작은 부스들에서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소품, 인형 등과 먹거리들을 판다. 오후 5시만 되면 컴컴해지는 저녁이 되면 작은 무대에서 공연도 하고, 사람들은 소시지가 든 빵과 따끈하게 데운 와인 등을 먹으며 수다꽃을 피운다. 자그레브의 12월, 1월 평균 기온은 5~6℃가량이다. 이곳 사람들은 겨울에도 밖에서 먹고 마시는 데 익숙해 보인다.

산타 할아버지가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서정민 기자
산타 할아버지가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서정민 기자
공원 예닐곱개를 지나면 가장 번화한 곳인 옐라치치 광장이 나온다. 184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침입을 물리친 반 요시프 옐라치치 장군의 동상이 늠름하다. 광장 전체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들썩인다. 한쪽에선 민속 의상을 입은 소년·소녀들의 춤판이, 다른 쪽 무대에선 귀여운 꼬마 산타들의 합창과 밴드 공연이 펼쳐진다. 광장 귀퉁이에선 흰 수염의 산타 할아버지가 사람들과 기념촬영에 한창이다. 그 장면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으니 다가와 사탕을 건넨다. 광장 오른쪽 뒤로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펼쳐진다. 공원의 마켓보다 부스와 사람 수가 훨씬 더 많다. 여긴 벌써 크리스마스이브나 다름없다.

성탄절 분위기 물씬 로어타운
밤 골목은 거대한 노천카페로
13세기에 설계된 어퍼타운
구석구석 시간의 흔적 빼곡

옐라치치 광장에서 민속 의상을 입은 소년·소녀들이 춤추고 있다. 사진 서정민 기자
옐라치치 광장에서 민속 의상을 입은 소년·소녀들이 춤추고 있다. 사진 서정민 기자

골목마다 역사의 숨결, 어퍼타운

옐라치치 광장 오른쪽 뒤 언덕을 오르면 자그레브 대성당을 마주한다. 성 슈테판 성당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1102년 처음 지어졌다. 그러나 13세기 몽골에 의해 파괴됐고, 이후 다시 지어졌지만 17세기 화재와 19세기 대지진으로 또다시 망가졌다. 지금의 형태는 대지진 이후 오스트리아 빈의 성 슈테판 대성당을 지은 사람이 재건한 것이다. 각각 104m, 105m 높이인 두 개의 첨탑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크로아티아 인구의 80%가량이 가톨릭 신자다. 오랜 기간 이곳을 지배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향이다.

자그레브 대성당에서 더 높이 오르면 본격적인 어퍼타운이다. 이곳은 13세기에 설계된 왕권도시다. 이탈리아 도시와 비슷한 형태를 띠는 이유다. 성벽과 탑에 둘러싸이고, 안으로 통하는 관문인 스톤게이트가 있다. 좁은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집과 카페,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어느 하나 시간의 흔적이 스미지 않은 곳이 없다. 가로등으로 쓰는 가스등에도 세월의 그을음이 묻어 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소품을 사고 있다. 사진 서정민 기자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소품을 사고 있다. 사진 서정민 기자
좁은 길을 걷다 탁 트인 광장과 알록달록 타일 지붕이 마치 레고블록 같은 성 마르크 성당을 만난다. 지붕 왼쪽에는 크로아티아·달마티아·슬라보니아를 상징하는 문장이, 오른쪽에는 자그레브를 상징하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성당을 등지고 앞으로 걷다 보면 왼편에 실연박물관이 나온다. 실연당한 이들이 남긴 편지, 반지, 구두, 인형 등을 사연과 함께 전시한 곳이다. 처음엔 뭐 이런 걸 전시까지 하나 싶다가도 사연을 하나하나 읽다 보면 어느새 아픔을 나누게 된다.

좀 더 걸으면 로트르슈차크 탑이 올려다보인다. 그리 높지 않은데도 오르면 자그레브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대가 높아서다. 매일 정오 이 탑에선 대포를 쏜다. 생각보다 소리가 커 귀가 먹먹하다. 탑 아래 케이블카 승차장이 있다. 40m 높이차 나는 아래 로어타운과 연결되는데, 운행 시간이 50여초밖에 안 되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케이블카다. 그래도 제법 운치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큰길로 나가니 다시 옐라치치 광장이다.

로어타운의 밤 골목은 노천카페가 된다. 하얀 천막에 매단 전기 스토브 때문에 온통 붉은빛이다. 자리잡고 앉으니 몸이 스르르 녹는다. 맥주 맛이 시원하고 달다. 마치 우리네 아랫목 같은 곳에서 웃음꽃이 여기저기 피어난다. 우리도 그 꽃들 중 하나가 된다.

자그레브/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여행 정보

항공편
한국에서 자그레브까지 직항편이 없어 유럽의 다른 도시를 경유해야 한다. 자그레브 재림절 축제 공식 항공사인 터키항공은 축제 기간 동안 세계 어느 도시에서든 자그레브로 여행할 때 최대 20% 할인 행사를 한다. 인천에서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자그레브로 가는데, 대기 시간이 6시간 이상이면 이스탄불 무료 투어도 가능하다. www.turkishairlines.com

묵을 곳 자그레브 중앙역 옆에 에스플라네이드 자그레브 호텔이 있다. 1925년 지어진 5성급 호텔로, 국왕이나 유명인들이 즐겨 묵는다. www.esplanade.hr 구도심 외곽인 ‘뉴자그레브’ 지역에는 힐튼 등 현대식 호텔들이 있다. 자그레브관광청 www.zagreb-touristinfo.hr

먹을 것 자그레브에는 특색 있는 음식이 없는 편이다. 육류·생선요리와 이탈리아 음식을 주로 먹는다. 전망과 분위기로 치자면, 어퍼타운 로트르슈차크 탑 바로 아래 있는 식당 ‘포드 그리치킴 토폼’(Pod Grickim Topom)이 괜찮다. 로어타운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www.restoran-pod-grickim-topom.hr 한식이 그리울 때 옐라치치 광장 뒤쪽 한국식당 ‘크로케이’(Cro.K)에 가면 김치찌개, 삼겹살, 소주 등이 있다. www.facebook.com/Cro.K.z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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