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갈비볶음. 사진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요리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주최 ‘2015 한우로 다문화 요리 뽐내기’ 대회 현장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주최 ‘2015 한우로 다문화 요리 뽐내기’ 대회 현장
탁탁!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가 경쾌하다. 베트남을 떠나 한국에서 둥지를 튼 지 5년째인 휜티홍리엔(23)이 한우를 손질하기 시작한다. 세살배기 아들 수빈이가 달려와 엄마 바짓가랑이를 잡아끈다. 수빈이 눈에 하얀 요리사 모자를 쓴 엄마가 예쁘기만 하다.
지난 12일 경기 안산 한국호텔관광교육재단 미래관 5층에서 ‘2015 한우로 다문화 요리 뽐내기’ 행사가 열렸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주최 요리 대회로, 온라인 심사를 거친 20명의 다문화가정 식구들이 고향의 맛으로 경합을 펼쳤다. 휜티홍리엔의 남편 나상수(41)씨는 아들과 함께 아내를 응원하러 왔다. 그는 “아내가 요리를 잘한다. 종종 베트남 음식을 만들어주는데 무척 맛있다”고 자랑스러워한다. 윤영탁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연말일수록 고향이 더 그리운 이들이 바로 다문화가정 여성들”이라며 “한우 농가와 함께 어울리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요리 대회 취지를 설명했다.
사회자가 목청 높여 “한우 요리 시작”이라고 외치자 참가자들의 손이 바빠진다. 주어진 시간은 딱 1시간! 천장에는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등 아시아 국기들이 펄럭인다. 한국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독특한 맛들도 따라 펄럭인다.
휜티홍리엔의 요리는 ‘코꽈 한우볶음’이다. 그는 “코꽈는 베트남에서 즐겨 먹는 채소인데, 여기선 구하기 힘들어 비슷한 맛의 여주로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코꽈는 여주보다 색이 연하고 맛은 덜 쓰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회는 베트남과 중국 음식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두 나라 참가자 수(베트남 7명, 중국 9명)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고수와 라임 넣은 베트남식 갈비
사향나무·파인애플 육수 쌀국수
중국 요리는 색다른 만두가 대세
일본은 유자향 가득한 한우 초밥 “베트남에도 갈비 요리가 있다”고 당당하게 선언하듯 말하는 이진희(30)씨.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이름도 한국식으로 바꿨다. 그가 만든 베트남식 갈비는 양파와 고수가 듬뿍 들어가 독특한 향을 풍기면서도 새콤달콤하다. 갈비를 삶을 때 라임 넣고 액젓으로 간을 하는 점이 한국 갈비와 다르다고 한다. 베트남 하면 제일 먼저 쌀국수가 떠오른다. 대회에서도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이날 베트남 대표 음식 ‘포’(쌀국수)를 비롯해 면 굵기와 육수의 맛, 고명이 다른 3가지 베트남 국수 요리가 등장해 심사위원 입맛을 사로잡았다. 까오다이짱(22)은 한국인들에게 생소한 ‘사향나무’를 들고나왔다. 평범한 베트남 국수 ‘분보후에’에 사향나무를 넣은 육수로 맛을 내 끝맛을 독특하게 마무리했다. 그는 “사향나무 다섯 뿌리를 육수 내는 데 썼다. 재료는 안산 원곡동 베트남 식재료 마트에서 샀다”고 했다. 그의 분보후에 면은 일본의 소바(메밀국수) 면과 비슷하고 사향나무 뿌리 향은 있는 듯 없는 듯,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은은하게 배어 있다. 황수아(42)씨도 한우로 맛을 낸 분보후에를 내놨다. 그도 이진희씨처럼 한국식 이름으로 바꿨다. 한우로 육수 낼 때 파인애플을 넣는 점이 특이하다. 누엔티투하(28)는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베트남 국수 ‘포’로 대결에 나섰다. 면은 분보후에보다 넓고 납작하다. 면이 안 보일 정도로 안심과 사태가 그릇을 뒤덮었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맛이다. 1980년대 전세계로 퍼진 포는 프랜차이즈 식당이 생길 정도로 대중화되었다. 소뼈와 양지로 국물을 우리고 계피, 생강, 고수 등을 넣는 포는 베트남 지역에 따라 면 굵기가 다르다. 북부는 면이 넓적하고, 남부는 가늘다. 누엔티투하의 포는 북부식 포인 셈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한 함박스테이크처럼 베트남 서민 취향을 담뿍 담은 스테이크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지안(43)씨의 스테이크 접시에는 달걀부침개 5장, 넉넉한 감자튀김이 올라가 있다. 커다란 바게트와 토마토 샐러드도 짝으로 나온다. 베트남은 오랫동안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다. 그 영향으로 바게트는 베트남인들에게 친숙한 고향의 빵이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바게트를 흥건한 고기 스튜 등에 찍어먹곤 했다. 이런 풍경을 리엔티난(34)이 그대로 재현했다. 그가 만든 ‘한우 바인미보코’는 쇠고기 스튜에 바게트를 찍어 먹는 음식이다. ‘바인미’는 바게트를, ‘보코’는 고기 스튜를 뜻한다.
독특한 요리로 승기를 잡은 베트남 참가자들을 위협한 이들은 중국인이었다. 손바닥 반만한 삼색만두를 만든 두웨이지에(36), 마치 디저트 밀푀유를 연상시키는, 층층 겹이 많은 납작만두로 대회에 참가한 김예(50)씨, 도톰한 물만두로 대결에 나선 조연리(30)씨는 1시간 내내 만두를 빚었다. 이들은 시계가 째깍째깍 ‘끝’을 향해 달려가도, 옆 조리대의 까오다이짱이 “완성”이라고 외쳐도 느긋하다.
심심한 완자탕도 등장했다. 장동화(34)씨의 완자탕은 이유식만큼 부드러워진 무의 맛이 탕에 퍼지면서 완자를 떠받들고 있다. 그는 “나이 많은 어르신이나 어린아이 모두 잘 먹는 음식”이라고 자랑한다. 유일한 남자 참가자인 중국인 강태삼(60)씨는 한국에 살고 있는 처제 부부를 만나러 왔다가 덜컥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푸짐한 볶음면을 만들었다. 김희(50)씨의 ‘한우 훙사오뉴러우’는 중국 대륙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이들 두 나라 선수들과 외로운 싸움에 나선 이들은 필리핀의 아나벨레(56), 캄보디아의 이나은(24)씨, 일본의 미치자와 요코(42)다. 아나벨레는 필리핀의 독특한 땅콩소스 ‘카레카레’로, 이나은씨는 우리네 불고기와 비슷한 맛의 ‘록락삭코’로 대결에 나섰다. “록락삭코는 캄보디아에서 결혼식이나 잔치 때 먹는 음식”이라고 이나은씨는 설명했다. 미치자와 요코는 ‘유자향 가득한 한우 초밥’으로 참가했다. “고기 상태가 좋다”며 지라시초밥을 만든다. 지라시초밥은 샤리(초밥 밥덩어리)에 생선 조각을 올리는 초밥이 아니다. 잘게 썬 생선, 달걀부침개, 오이 등 각종 채소를 섞어 비벼 만드는 초밥이다. 그의 초밥은 언뜻 보기에 한우비빔밥처럼 보인다.
이날 대상은 누엔티투하, 최우수상은 이나은씨와 미치자와 요코, 우수상은 장동화씨, 아나벨레, 리엔티난에게 돌아갔다. 나머지 참가자 14명도 모두 장려상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고향에 크리스마스카드 보내기, 경품 행사, 명현지 셰프의 명절음식 특강 등에 참여하고, 인디 밴드 ‘여자들 피리피그’의 공연을 보면서 한우 뷔페식을 즐겼다.
안산/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코꽈 한우볶음. 사진 박미향 기자
사향나무·파인애플 육수 쌀국수
중국 요리는 색다른 만두가 대세
일본은 유자향 가득한 한우 초밥 “베트남에도 갈비 요리가 있다”고 당당하게 선언하듯 말하는 이진희(30)씨.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이름도 한국식으로 바꿨다. 그가 만든 베트남식 갈비는 양파와 고수가 듬뿍 들어가 독특한 향을 풍기면서도 새콤달콤하다. 갈비를 삶을 때 라임 넣고 액젓으로 간을 하는 점이 한국 갈비와 다르다고 한다. 베트남 하면 제일 먼저 쌀국수가 떠오른다. 대회에서도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이날 베트남 대표 음식 ‘포’(쌀국수)를 비롯해 면 굵기와 육수의 맛, 고명이 다른 3가지 베트남 국수 요리가 등장해 심사위원 입맛을 사로잡았다. 까오다이짱(22)은 한국인들에게 생소한 ‘사향나무’를 들고나왔다. 평범한 베트남 국수 ‘분보후에’에 사향나무를 넣은 육수로 맛을 내 끝맛을 독특하게 마무리했다. 그는 “사향나무 다섯 뿌리를 육수 내는 데 썼다. 재료는 안산 원곡동 베트남 식재료 마트에서 샀다”고 했다. 그의 분보후에 면은 일본의 소바(메밀국수) 면과 비슷하고 사향나무 뿌리 향은 있는 듯 없는 듯,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은은하게 배어 있다. 황수아(42)씨도 한우로 맛을 낸 분보후에를 내놨다. 그도 이진희씨처럼 한국식 이름으로 바꿨다. 한우로 육수 낼 때 파인애플을 넣는 점이 특이하다. 누엔티투하(28)는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베트남 국수 ‘포’로 대결에 나섰다. 면은 분보후에보다 넓고 납작하다. 면이 안 보일 정도로 안심과 사태가 그릇을 뒤덮었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맛이다. 1980년대 전세계로 퍼진 포는 프랜차이즈 식당이 생길 정도로 대중화되었다. 소뼈와 양지로 국물을 우리고 계피, 생강, 고수 등을 넣는 포는 베트남 지역에 따라 면 굵기가 다르다. 북부는 면이 넓적하고, 남부는 가늘다. 누엔티투하의 포는 북부식 포인 셈이다.
한우 바인미보코. 사진 박미향 기자
중국 물만두. 사진 박미향 기자
한우 완자탕. 사진 박미향 기자
‘2015 한우로 다문화 요리 뽐내기’ 행사에 참가한 다문화가정의 여성들. 사진 박미향 기자
따라 해볼 만한 다문화가정 한우 요리
유자향 한우 초밥(미치자와 요코·일본)
재료: 소 업진살 150g, 소 목심(샤브샤브용) 150g, 우엉 90g, 오이 150g, 무순 6g, 달걀 1.5개, 설탕 50㎖, 소주 30㎖, 간장 45㎖, 유자 30g, 밥 630g, 식초 50㎖, 소금 1g, 식용유 조금.
만들기: (1) 쇠고기는 3×3㎝ 크기로 자른다. 우엉은 연필 깎듯이 자른다. 유자도 자른다. 오이는 4등분 해서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를 뺀다. (2) 데운 밥에 설탕 20㎖, 소금·식초를 넣어 비빈다. (3) 팬에 쇠고기를 80% 정도 익힌다. (4) 3에 우엉을 넣어 볶는다. 설탕 30㎖, 소주, 간장, 유자 조각을 넣는다. (5) 밥에 오이와 4를 섞는다. (6) 식으면 무순과 부친 달걀을 넣는다.
한우 포(누엔티투하·베트남)
재료: 쇠고기 안심 300g, 쇠고기 사태 300g, 쌀국수 500g, 숙주나물 100g, 쪽파 2단, 양파 1개, 매운 고추 2개, 레몬 1개, 고수 넉넉히. 후춧가루 조금, 베트남식 고추장(한국 고추장 대체 가능) 약간.
만들기: (1) 사태로 육수를 만든다. 20여분 조리한 후 고추장, 후춧가루 등으로 간을 한다. (2) 안심을 삶아서 얇게 썬다. (3) 숙주나물, 쪽파를 살짝 데친다. 양파와 고추는 얇게 자른다. (4) 쌀국수를 끓는 물에 익힌다. (5) 그릇에 쌀국수, 양파, 고추, 고수, 쪽파, 숙주나물, 쇠고기, 레몬을 올린 후 육수를 붓는다.
한우 훙사오뉴러우(김희·중국)
재료: 쇠고기 등심 600g, 감자 2개, 양파 1개, 토마토 2개, 대파 1개, 고추장, 설탕, 간장, 소금, 계피, 마늘 약간.
만들기: (1) 쇠고기를 가로 5㎝ 정도로 자른다. (2) 토마토, 양파, 대파를 썰어 볶는다. (3) 1의 쇠고기를 5분 정도 볶는다. (4) 2와 3을 냄비에 넣고 물을 두 컵 정도 넣고 끓인다. (5) 마늘, 계피를 적당히 넣어 마무리한다.
한우 포.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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