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1988 요리 /1988년 외식업계 최신 경향
※ 이 기사는 1988년 신문에 실리는 걸 가정해 쓴 것입니다.
서울 쌍문동에서 금성전자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성균(45)씨는 최근 가족 외식이 잦다. 그가 찾는 식당은 뜻밖에 중국집이 아니다. ‘돈까스’, ‘비후까스’, ‘함박스테이크’가 메뉴인 경양식집이다. 그는 손바닥보다 더 큰 서양식 고기요리인 돈가스를 젓가락과 숟가락이 아닌 뾰족한 나이프와 포크로 잘라 먹는다. 경양식집은 서양식 실내장식과 죽 같은 수프, 빵이나 밥이 같이 나오는 것이 특징.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피엑스 버터’를 주는 집도 있다. 그는 “가족들이 단란하게 외식해서 좋다”며 연신 웃는다. 둘째 아들 정환(18)군은 두 접시나 먹어치운다.
최근 들어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 달라졌다. 한식과 중식 위주의 외식 형태가 7~8년 전부터 서양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졸업식이나 가족 나들이 장소로 서양식 식당들이 인기다 보니 바다 건너 독특한 식당들이 앞다퉈 한국에 상륙했다. 햄버거 전문 식당은 젊은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올해 서울 압구정동에 1호점을 연 미국 햄버거 전문 식당 ‘맥도날드’는 방학을 맞은 10대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쌍문여고 2학년 성덕선양도 집에서 1시간 넘게 걸리는 이곳까지 친구들과 방학의 기쁨을 만끽하고자 찾았다고 한다. 맥도날드는 맥안산업이 미국에 3%의 로열티를 내는 조건으로 연 햄버거 전문 식당으로 하루 평균 1500~2000명이 방문하고 있다. 이미 3~4년 전 미국의 ‘피자헛’과 ‘버거킹’이 국내에서 문 연 상황. 이들 식당의 특징 중 하나는 고가라는 점이다. 피자헛의 팬피자 1개 값은 경양식집보다 무려 40~50% 비싼 8400원이다.
돈까스·비후까스·함박스테이크
수저 대신 나이프와 포크로 먹어
패밀리 레스토랑 ‘코코스’ 주차장 완비
서양식 닭튀김집, 국내 통닭집 위협 이뿐만 아니다. 자가용 문화가 생겨나면서 주차가 가능한 서양식 식당들도 생겨났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란 이름을 단 이곳들은 외국 기술을 도입한 체인 형태의 경양식당들로 ‘코코스’가 대표적이다. 햄버거, 피자, 프라이드치킨, 도넛, 스파게티 등을 주로 파는 이들 식당은 주차장 완비가 특징이다. 대농이 운영하는 코코스는 주말에만 손님이 1000여명이 몰려들어 한 사람당 평균 5000원어치를 먹는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햄버거의 값은 무려 3200원. 600~700원 하는 자장면 한그릇 값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고가다. 서양식 닭튀김집마저 국내 영양통닭집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은 수도권에 이미 18개 점포를 갖고 있다. 외국 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패션기업인 논노는 자체 기술을 도입한 패밀리 레스토랑 ‘투모로우 타이거’를 열어 경쟁에 나섰다. 로열티를 지급하는 코코스보다는 저렴하지만 햄버거 한개 2970원, 콜라 한잔 720원으로 일반 식당보다는 비싸다. 식당업계는 집으로 배달되는 우유를 먹으며 자라 좀처럼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청소년층인 ‘우유 세대’로 인해 앞으로도 서양식 식당의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본다. 이렇다보니 중국집들은 울상이다. 대만 대사관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 이연복(29)씨는 “요즘 정말 경양식집을 많이 간다”며 “중국집을 운영하는 화교 친구들이 울상”이라고 말한다. 중식 요리사인 그조차 가족들과의 외식은 경양식집에서 한다고 하니 서양식 식당의 인기는 상상 초월이다. 그는 경양식집에 가는 이유를 “폼 잡고 먹기 좋아서”라고 한마디로 정의한다. 이상은 도서 <우리 생활 100년>, 1988년 <경향신문> 기사를 참조한 것입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이미연-이선희 ‘껌 전쟁’ ※ 이 기사는 1988년 신문에 실리는 걸 가정해 쓴 것입니다.
하이틴스타 이미연과 강변가요제로 떠오른 가수 이선희가 껌으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이미연은 롯데제과의 ‘노타임껌’, 이선희는 해태제과의 ‘노노껌’의 광고모델이다. 최근 몇년간 껌이 충치의 온상이라는 비난이 일자 이들 업체는 설탕의 함량을 줄인 기능성 껌을 출시했다. 3년 전 출시된 노노껌이 그해 단일 품목으로는 처음 월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자 롯데제과도 올해 노타임껌을 시장에 내놨다.
국내 껌 시장은 연간 800억원의 규모로 총 과자 시장의 12%를 차지한다. 더구나 손님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식당의 껌까지 합쳐 시장에 공급되는 껌 물량을 따져보면 국민 1인당 하루 3~4개씩 껌을 씹는 꼴이기에 양사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껌 전쟁에 돌입했다. 올해 롯데제과가 졸음방지용 껌인 블랙블랙껌을 시판하자 뒤이어 해태제과가 같은 기능의 쇼킹껌을 생산했다. 이 졸음방지용 껌들은 200원대의 고가로 소비자들의 환영은 받지 못했다.
껌 소비가 매년 느는 이유로 제조업체들의 치열한 판촉 전략과 싼 가격을 꼽는 전문가가 많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씹다 버린 껌이 보도와 역사, 극장 주변의 길바닥을 더럽혀 거리가 시커먼 껌딱지 세상이 됐다. 씹은 껌은 종이에 싸서 버려야 한다는 상식도 안 지켜지고 있다. 이런 여론에 제조업체는 껌떼기 운동을 펼치는 동시에 저가당 껌 등 기능성 껌 출시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상은 1988년 <한겨레신문>, <매일경제신문>, 1990년 <한겨레신문> 기사를 참조한 것입니다.
박미향 기자
사진 맥도날드 제공
수저 대신 나이프와 포크로 먹어
패밀리 레스토랑 ‘코코스’ 주차장 완비
서양식 닭튀김집, 국내 통닭집 위협 이뿐만 아니다. 자가용 문화가 생겨나면서 주차가 가능한 서양식 식당들도 생겨났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란 이름을 단 이곳들은 외국 기술을 도입한 체인 형태의 경양식당들로 ‘코코스’가 대표적이다. 햄버거, 피자, 프라이드치킨, 도넛, 스파게티 등을 주로 파는 이들 식당은 주차장 완비가 특징이다. 대농이 운영하는 코코스는 주말에만 손님이 1000여명이 몰려들어 한 사람당 평균 5000원어치를 먹는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햄버거의 값은 무려 3200원. 600~700원 하는 자장면 한그릇 값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고가다. 서양식 닭튀김집마저 국내 영양통닭집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은 수도권에 이미 18개 점포를 갖고 있다. 외국 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패션기업인 논노는 자체 기술을 도입한 패밀리 레스토랑 ‘투모로우 타이거’를 열어 경쟁에 나섰다. 로열티를 지급하는 코코스보다는 저렴하지만 햄버거 한개 2970원, 콜라 한잔 720원으로 일반 식당보다는 비싸다. 식당업계는 집으로 배달되는 우유를 먹으며 자라 좀처럼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청소년층인 ‘우유 세대’로 인해 앞으로도 서양식 식당의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본다. 이렇다보니 중국집들은 울상이다. 대만 대사관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 이연복(29)씨는 “요즘 정말 경양식집을 많이 간다”며 “중국집을 운영하는 화교 친구들이 울상”이라고 말한다. 중식 요리사인 그조차 가족들과의 외식은 경양식집에서 한다고 하니 서양식 식당의 인기는 상상 초월이다. 그는 경양식집에 가는 이유를 “폼 잡고 먹기 좋아서”라고 한마디로 정의한다. 이상은 도서 <우리 생활 100년>, 1988년 <경향신문> 기사를 참조한 것입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이미연-이선희 ‘껌 전쟁’ ※ 이 기사는 1988년 신문에 실리는 걸 가정해 쓴 것입니다.
이미연-이선희. 한겨레 자료사진
왼쪽부터 노타임껌, 노노껌. 사진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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