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요리
전문가들이 내다본 2016년 음식업계 트렌드
전문가들이 내다본 2016년 음식업계 트렌드
‘쿡방’, ‘먹방’ 열풍이 뜨거웠던 2015년이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스타 셰프는 계속 배출될 것인가? 채널마다 넘쳐나는 요리 프로그램의 인기는 여전할까? 전문가들은 1인가구와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의 증가로 인해 올해만큼은 아니어도 먹방·쿡방 열풍이 여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음식업계 전문가 의견과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2016년 음식업계 트렌드를 전망해봤다.
반조리식품의 반란…간편식의 고급화
올해도 간편가정식(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이 뜨거울 전망이다. 한국은 인구의 4분의 1이 1인가구로 추산되는 사회로 진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23.9%였던 1인가구 비율이 2020년에는 31.3%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1인가구 성향 중 하나는 ‘홈 엔터테인먼트’를 즐긴다는 것. 그들은 비용이 적게 드는 집안에서 타인들과 심리적 충돌을 빚지 않는 ‘혼자 놀기’를 즐기고, 집안 꾸미기(인테리어)와 ‘혼자 먹는 멋진 밥’에 매달린다. 조리는 간편하지만 고급 레스토랑의 풍미가 가미된 듯한 맛을 선호하는 그들 취향에 맞춰 고급 간편가정식이 뜨고 있다.
조선호텔 주방장 등을 영입하거나 유명한 맛집과 연계한 이마트의 고급 간편가정식 브랜드 ‘피코크’는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다. 2014년 56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올해 840억~8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간편가정식이 싼 가격과 편리성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의 간편가정식은 집밥이나 고급스러운 맛에 승부를 건다. ‘3분 카레’의 시대는 끝났다.
냉동식품마저 고급화하고 있다. 씨제이(CJ)제일제당의 ‘비비고 왕교자’는 일반 교자만두에 비해 22g 무겁고 가격은 1000~2000원 비싼데도 지난해 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안전성과 친환경’을 내세운 친환경협동조합 한살림도 지난해부터 반조리제품을 늘려 재첩국, 장어탕, 스파게티 등 총 75종을 팔고 있다. 합성보존료, 식용색소 등을 빼고 식품첨가물과 수입재료 사용을 최소화한 한살림의 반조리제품은 일반 대형마트에 비해 10~20% 이상 비싼데도 찾는 이가 많다.
‘집에서 혼자 밥 해먹기’ 열풍에
비싸도 맛있는 반조리식품 인기
고령화시대 맞아 장수식 뜨고
중식선술집·디저트카페도 활황
셰프도 매니지먼트 시대
지난해 7월 최현석 셰프는 레스토랑 ‘엘본더테이블’의 총괄 셰프를 겸임하면서 ‘엘본더테이블’에서 마케팅을 맡았던 김진표씨와 ‘플레이팅’을 설립했다. 이는 셰프들의 매니지먼트, 커뮤니티 모임 관리, 교육사업 등을 주업무로 하는 법인이다.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지난해 셰프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했다. 방송사는 이들의 또다른 일터가 됐다. ‘주방’과 ‘방송’이라는 이질적인 두 영역의 활동을 조율할 필요성이 셰프들 사이에서 대두되면서 마치 연예기획사처럼 매니지먼트와 홍보 업무를 주업으로 하는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미 2012년 설립된 ‘핌 씨앤씨’(FIM C&C)는 셰프와 레스토랑의 홍보와 마케팅을 전담하는 회사로 지난해 비로소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현재 ‘스파카 나폴리’의 이영우 셰프, ‘르지우’와 ‘비스트로 누’의 정호균 셰프, ‘유노추보’의 유희영 셰프 등 17명의 홍보를 맡고 있다. 최현석 셰프는 플레이팅의 설립 이유로 “세프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그들의 권익 보호에 나서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매니지먼트가 주업무는 아니다. 온라인 요리 교육 등 다채로운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식, 일식, 서양식 등을 가르치는 아카데미 과정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플레이팅 소속 셰프는 ‘줄라이’의 오세득, ‘슈밍화’의 신동민, ‘테이블스타’의 남성렬, ‘아자쓰’의 김소봉, ‘라미띠에’의 장명식 등이며 3~4명을 추가로 접촉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최현석 셰프는 회사 첫번째 활동으로 ‘노쇼’(NO SHOW·예약부도) 캠페인을 벌였다.
장수식 매크로비오틱
2000년대 중반 한국에 소개된 매크로비오틱은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음식 분야다. 생명철학에 기반을 둔 식생활법 혹은 식이요법으로, 장수식으로 알려져 있다. 조리법은 최대한 간편하면서 뿌리나 껍질조차 버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식탁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나 제철 음식을 먹고, 음양의 조화와 자연생활을 지지한다. 조청이나 꿀 등으로 맛을 내고 인공 화학조미료는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매크로비오틱의 창시자는 일본인 사쿠라자와 유키카즈다. 1930년대 일본 영양학의 한 방법으로 고안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홀대받던 매크로비오틱은 유명 인사들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로 소개되면서 10년 전부터 대중화됐다. 매크로비오틱은 마돈나, 톰 크루즈 등의 건강식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중식 선술집 강세
지난해 초 서울 서교동에 문을 연 신개념 중식당 ‘진진’은 몇달 전 인근에 별관을 추가로 열었다. 기존 중국집보다 음식 가짓수를 대폭 줄이고 고급 중식당과 비슷한 맛을 내면서도 가격을 20~50% 정도 내린 진진은 가성비(가격 대비 효용)가 높다고 소문나면서 손님이 몰렸다. 중식당이라기보다는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에 가까운 중식 주점이다. 배달 위주의 동네 중국집보다는 고급스럽게, 호텔이나 유명세 떨치는 중식당보다는 문턱을 낮춘 중식 선술집이 인기다.
진진의 성공으로 비슷한 형태의 중식 선술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서울 연남동의 ‘대만야시장’은 이미 2호점과 3호점이 영업중이다. 새해가 밝기 무섭게 서울 연희동에 ‘건일배’가 개업해 눈길을 끈다. 중식 스타 셰프로 유명한 이연복 ‘목란’ 대표가 차림표를 짠 중식 선술집이다. 케이블 방송 <강호대결 중화대반점>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진생용 중식 셰프도 연남동에 비슷한 형태의 ‘진가’를 최근 열었다. 지난해 초 국내에 상륙한 미국식 중식당 ‘피에프창’이나 외식업체 에스지(SG)다인힐이 서울 광화문 인근에 연 ‘메이징에이’도 중식 선술집은 아니지만 성업중이다. 중식의 화려한 부활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저트, 더 깊고 빠르게!
대형 백화점의 디저트 상품군 매출액은 이미 4년 전부터 조리 식품 매출액을 상회하고 있다. 올해도 ‘작은 사치’에 매달리는 디저트 마니아족의 활동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고객층이 변화에 민감한 20~30대 여성이어서 디저트 시장의 트렌드는 매우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디저트 시장을 달군 추로스와 팝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등장해 유명해진 매그놀리아(판교 현대백화점 입점)의 컵케이크가 프랑스 디저트 마카롱의 인기를 밀어냈다.
2014년 서울 이태원동에 1호점을 낸 스페인 디저트 추로스 전문점 ‘스트릿츄러스’는 1년 만에 매장 68개를 거느린 프랜차이즈 디저트 카페로 성장했다. 몽상클레르, 레이디엠, 라메종뒤쇼콜라, 피에르 에르메 등 이미 유럽, 미국, 일본 등의 고급 디저트 브랜드들이 상륙한 상황인데도 말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추로스와 시카고 명물 가렛팝콘 등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전문성을 내세워 하반기 시장을 평정했다. 서울 강남, 이태원 등에 최근 생겨난 디저트 카페들도 고급화·전문화 전략을 내세워 성업중이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한겨레>자료사진
피코크 초마짬뽕
한살림 매장
비싸도 맛있는 반조리식품 인기
고령화시대 맞아 장수식 뜨고
중식선술집·디저트카페도 활황
최현석 셰프
진진의 사희완자
스트릿츄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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