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스포츠가 선보인 애슬레저 룩.
[매거진 esc] 스타일
‘생활 속 운동’ 인식 퍼지면서 일상복과 운동복 경계 허무는 ‘애슬레저 룩’ 열풍
‘생활 속 운동’ 인식 퍼지면서 일상복과 운동복 경계 허무는 ‘애슬레저 룩’ 열풍
‘애슬레저 룩’의 인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운동(Athletics·애슬레틱스)과 여가(Leisure·레저)의 합성어인 애슬레저 룩은 일상복으로도, 운동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옷을 일컫는다. 캐나다 요가복 업체인 ‘룰루레몬’의 레깅스가 2010년 미국 뉴욕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대중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이 스타일은 최근 몇년 사이 패션 경향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열쇳말이 됐고, 지난해부터는 패션계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고, 캐주얼과 디자이너 브랜드, 외국 고가 브랜드에서도 애슬레저 룩을 주력 상품으로 내놓을 정도다. 하나금융투자가 지난해 말 내놓은 분석 자료를 보면, 한국 의류 시장은 스포츠의류의 성장과 더불어 애슬레저 룩의 인기 덕분에 전체 규모가 2013년 40조원에서 2018년 6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투자 쪽은 의류 시장의 중심이 여성복에서 애슬레저 룩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애슬레저 룩 열풍은 ‘일은 일, 운동은 운동’ 또는 ‘운동은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 하는 것’이라던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방식이 ‘생활 속 운동’, ‘운동이 곧 생활’이라는 쪽으로 바뀐 데서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예쁜 얼굴’보다 ‘예쁜 몸’에 더 관심을 갖게 된 흐름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탈리아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 마케팅 담당인 허윤선 대리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자기관리와 건강한 삶, 웰빙에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이런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이 운동과 레저, 일상생활의 경계와 구분을 없애면서 애슬레저 룩 시장이 확장됐다”고 말했다. 스포츠 브랜드 ‘헤드’ 의류 디자인실 김은영 차장은 “애슬레저 룩의 인기는 개성을 중시하고 몸매와 건강미를 드러내며 자기관리를 하는 현대인의 특징이 반영된 현상”이라며 “건강을 중시하고 자신의 삶을 즐기는 싱글족과 1인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애슬레저 룩의 인기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트레이닝복, 후드티, 조거팬츠, 운동화
퇴근 뒤 곧바로 운동할 수 있는 차림새
지나치게 편하게 입으면 결례 될 수도
차분한 색상 바탕에 포인트 주면 좋아
애슬레저 룩이라 해서 대한민국 중·노년의 ‘피부’와도 같은 등산복이나, 무릎 나온 ‘추리닝’을 떠올리는 건 곤란하다. 편안하면서도 예쁜 옷, 사무실에서 일을 끝낸 뒤 옷을 갈아입지 않고도 바로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거나 요가 센터에 들러 땀을 흘릴 수 있으면서도 세련돼 보이는 옷이 바로 애슬레저 룩이다. 대학생 장예솔(24)씨는 애슬레저 룩 마니아다. 편한 스타일을 좋아해 맨투맨 셔츠에 트레이닝복 차림, 조거팬츠(조깅할 때 입는 바지처럼 바지의 발목 부분을 신축성 있게 만든 것)에 재킷, 레깅스에 코트 등을 즐겨 입는다. 또 구두보다 운동화를 더 좋아한다. 장씨는 “편하고 다른 옷과 코디하기 쉽다는 게 애슬레저 룩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이렇게 입었다고 얼굴까지 ‘프리’해지면 집 앞 슈퍼마켓에 나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화장이나 머리 손질을 공들여 하는 게 좋다”고 귀띔했다.
장씨의 얘기처럼 애슬레저 룩의 가장 큰 특징은 편안함이지만, 지나치게 편하게 입었다간 무례한 옷차림이 될 수 있다. 멋스럽게 애슬레저 룩을 소화하려면 스타일링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된다. 트레이닝복, 폴로셔츠, 라이더 재킷, 테니스 스커트, 레깅스, 조거팬츠, 후드티셔츠, 운동화 등은 애슬레저 룩의 기본이다.
여성이라면 구두 대신 운동화나 스니커즈처럼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것만으로도 애슬레저 룩을 시작할 수 있다. 조거팬츠를 입고 흰색이나 검은색 바탕에 포인트 색상이 들어간 운동화를 신으면 활동성이 있어 보인다. 품이 넉넉한 후드집업 재킷이나 야상 점퍼에 레깅스나 롱스커트를 받쳐 입고 스니커즈를 신어도 세련된 느낌을 낼 수 있다. 여기엔 몸에 꼭 붙는 스타일의 조거팬츠도 잘 어울린다. 중요한 건, 지나치게 캐주얼해 보이지 않도록 차분하고 단순한 색상을 기본 바탕으로 하되 한 곳에만 포인트를 주는 것이다. ‘헤드’의 김은영 차장은 “애슬레저 룩 연출의 기본은 함께 입는 옷과 신발 등의 색상과 소재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라며 “(상의든 하의든) 여러 옷 중 강조하고 싶은 한 곳에 색상이나 디자인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스타일리시해 보인다”고 말했다.
남성의 경우 셔츠와 재킷에 조거팬츠와 스니커즈를 조합하면 출근 복장으로도 손색없는 애슬레저 룩을 연출할 수 있다. 후드 카디건, 스웨트셔츠에 재킷이나 코트 등을 입는 것도 쉬운 방법이다. 레깅스 위에 반바지를 덧입으면 젊고 세련돼 보인다. 캐주얼 브랜드 ‘디자인 유나이티드’ 유문봉 팀장은 “활동성이 좋은 레깅스에 반바지를 겹쳐 입고, 그래픽이 돋보이는 스웨트셔츠나 후드티를 함께 입으면 스타일리시한 애슬레저 룩으로 안성맞춤이다. 여기에 요즘 같은 간절기에는 보온성이 좋은 항공점퍼를 걸쳐주기만 해도 일상생활은 물론 요가, 달리기, 농구 등 다양한 활동에도 제약이 없는 편안한 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애슬레저 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스포츠브라와 머슬셔츠 같은 기능성 속옷이다. 운동을 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기능성 속옷은 메시, 아쿠아엑스, 쿨맥스처럼 땀을 잘 흡수하고 잘 마르는 기능성 소재로 만들어진 속옷이 적합하다. 스포츠브라의 경우 요가·필라테스처럼 움직임이 크지 않은 운동을 할 땐 와이어와 후크가 없는 러닝형이 좋고, 조깅·에어로빅 등 움직임이 많은 운동을 할 땐 와이어나 밴드로 밑가슴을 받쳐주고 어깨끈과 옆날개의 폭이 넓은 디자인이 좋다. 남성용 머슬셔츠는 어깨 부분이 보통의 러닝셔츠보다 넓어 격하게 움직여도 안정적인 착용감을 준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브루넬로 쿠치넬리가 선보인 애슬레저 룩.
디유 아이엔지(DU ING)가 선보인 애슬레저 룩.
타미 힐피거가 선보인 애슬레저 룩.
퇴근 뒤 곧바로 운동할 수 있는 차림새
지나치게 편하게 입으면 결례 될 수도
차분한 색상 바탕에 포인트 주면 좋아
헤드가 선보인 애슬레저 룩.
리자(LIJA) by 더랩 108이 선보인 애슬레저 룩.
유니클로 후드 집업.
레이첼 콕스 스니커즈.
마이클 코어스 스니커즈.
마이클 코어스 백팩
비비안 스포츠 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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