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정구호. 사진 조혜정 기자
[매거진 esc] 스타일
정구호 총감독 인터뷰
정구호 총감독 인터뷰
2016 가을/겨울 헤라서울패션위크는 디자이너 정구호가 총감독을 맡아 진행한 두번째 행사다. 회의나 미팅이 없는 시간이라면 거의 모든 쇼에 다 참석했다는 그는 행사 기간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패션위크가 한창이던 지난 25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그를 만났다.
총감독으로서 이번 헤라서울패션위크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제 시작이니까 평가랄 게 없다. (그의 총감독 임기는 2년으로, 아직 2번의 행사를 더 치러야 한다.) 저번에 못 했던 부분을 이번에 보충하고 개선하는 단계다. 외국 바이어와 기자들은 저번보다 많이 찾아왔다. 나도 파리나 뉴욕 같은 외국에서 컬렉션 많이 했지만, 거기엔 나보다 더 유명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바이어나 기자들이 내 쇼에 찾아온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패션위크에 참가한) 한국 디자이너들은 운이 좋은 것 같다.”
한국 디자이너들의 옷을 외국에 판매하는 길을 넓히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지난가을에 발표한 ‘텐 소울’(디자이너 10명을 선정해 외국 진출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지난가을 권문수, 김지은 등이 선정됐다) 디자이너들의 옷이 오는 9월 이탈리아 밀라노 컬렉션 기간에 맞춰 밀라노의 백화점급 편집매장인 ‘엑셀시어’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숍인숍’ 형태로 2주 동안 판매한다. 파리, 홍콩, 런던의 유명 백화점 등과도 팝업스토어 개설 논의를 하고 있다. 이번 패션위크를 보고 그런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고, 쇼룸도 없는 디자이너에게 판매를 문의한 바이어도 꽤 있다. 지금까지 ‘비투비’(기업 대 기업의 거래) 형태는 많았지만, 소비자한테 직접 판매되는 ‘비투시’(기업 대 소비자의 거래)는 별로 없었다. 실리적으로 보면, 많이 판매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한테 보여지고 실제로 입고 다니게 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어떤 디자이너의 쇼가 가장 마음에 들었나?
“누구 한 명만 콕 집어 고르기는 어렵고….(웃음) 제너레이션 넥스트(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신진 디자이너가 참가하는 쇼)에 있다가 서울 컬렉션(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중견 디자이너가 참가하는 쇼)에 진출한 젊은 디자이너들이 자기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면서도 입을 만한 옷을 보여주는 게 특히 인상적이었다.”
헤라서울패션위크 운영이 미숙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문래동 폐공장을 트레이드쇼 행사장으로 만든 아이디어는 신선하지만 불편하다는 불만도 적지 않은데?
“발전차 갖다놓고 전기를 끌어오고, 이동식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그건 그 공간의 특징을 살려서 행사장으로 이용하는 거다.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이해해줘야 한다. 이런 경우엔 외국도 똑같이 춥고 불편하다. 중요한 건 개성있고 인상에 남는 트레이드쇼를 하는 것 아닌가.”
휠라코리아 부사장을 맡고 있고, 여러 공연도 연출하고 있다. 헤라서울패션위크와 같이 진행하는 게 힘들지 않나?
“전혀.(웃음) 항상 이렇게 일해왔다. 동시에 7개, 10개의 일을 진행할 때 오히려 더 집중이 되는 것 같다. 회사에 출근한다고 하루 종일 일만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여기 안 와도 문자로 끊임없이 일한다.(웃음)”
다시 쇼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디자이너가 옷을 안 하고 싶다는 건 거짓말이고,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게 옷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 역할은 이거(총감독 등)니까 이걸 해야 한다. 한국 패션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 패션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만드는 거다. 국민 세금으로 이런 행사를 하는 거니까 결과를 잘 내야 되지 않겠나. 개인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은 없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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