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숯을 피워 익히는 바비큐. 사진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요리
브라질 전통 스테이크 전문점의 고기썰기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바비큐 비법
브라질 전통 스테이크 전문점의 고기썰기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바비큐 비법
중랑캠핑장, 노을캠핑장 등 서울 도심 속 캠핑장이 개장 준비를 마쳤다. 꼭 캠핑 마니아가 아니어도 봄바람 살랑 불고 꽃향기 퍼지면 누구나 캠핑장 나들이에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캠핑의 큰 재미는 역시 먹을거리. 집에서 좀처럼 해 먹기 힘든 거창한 바비큐는 캠핑장에서 특히 인기다. 맛깔스러운 바비큐를 만들려면 섬세한 요리 기술이 필요하다. 브라질 전통 스테이크인 ‘슈하스쿠’ 전문점 ‘텍사스 데 브라질’의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카버’(고기 썰기 전문가)들이 바비큐 요리 초보자를 위한 비법을 귀띔해줬다. 텍사스 데 브라질은 18년 역사를 가진 미국의 바비큐 전문점으로, 지난해 9월 서울 반포동에 매장을 열었다. 슈하스쿠는 육식을 즐기는 브라질인들의 전통 고기 요리로, 1.2m의 긴 쇠꼬챙이에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의 다양한 부위를 꽂아 구워 조금씩 잘라 먹는 음식이다.
고기는 결 반대로 잘라주세요
고기 종류, 등급, 부위, 조리법, 익히는 정도 등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된다. ‘썰기’다. 고기를 써는 방법에 따라 식감이나 양념이 배는 정도가 달라진다. 고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근섬유(고기섬유)는 익히면 더 조밀해지고 건조해지면 질겨진다. 조리 전에 횡(근섬유의 방향과 직각)으로 잘라야 양념이 잘 배고 씹기에 좋다. 이를 보통 ‘통썰기’라고 하는데 스테이크, 바비큐 등 구이용에 적당하다.
썰기에도 여러 방식이 있다. 돈가스 등에 쓰는 가스썰기는 통썰기를 한 다음 고깃결대로 한 번 더 자르는 방법이다. 통썰기만 한 것보다 질기지만 조리 뒤에 형태를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어슷썰기는 통썰기와 비슷한 방법인데, 고기의 단면이 더 잘 보인다. 깍둑썰기, 중국요리에 적합한 막대썰기 등도 있다. 중국요리는 원재료의 형태를 중요하게 여긴다. 주로 결 방향대로 써는 방식을 애용한다.
고기 살 때 “결 반대 방향으로 잘라주세요”라고 외치자. 연육제가 필요 없을 정도로 부드러워진다. 지방 함량이 적은 고기나 근섬유 비율이 높은 토시살, 치마살 등은 특히 결 반대로 잘라야 한다. 결 반대로 자르면 힘도 적게 든다. 고기썰기 전문가 알레샨드리 알비스는 “이미 구운 고기도 썰기 방식에 따라 같은 부위라도 다른 식감과 맛을 즐길 수 있다”며 “결 반대로 잘라서 먹는 편이 좋다”고 조언한다. 양념에 재운 고기를 익힌 뒤 도마에서 재빨리 결 반대로 잘라도 부드러워진다.
고기는 결과 반대로 잘라야
양념 잘 배고 부드럽게 씹혀
무슨 고기 어느 부위냐에 따라
익히는 온도와 시간 달리해야
조리 온도와 시간, 고기 따라 달라요
텍사스 데 브라질 주방에 들어가니 삼단으로 구성된 커다란 바비큐 기구 맨 아래에서 국내 ‘유명산 참숯’이 열을 뿜어낸다. 카버들이 고기가 꽂힌 1.2m의 꼬챙이들을 뒤집으면서 고기를 익힌다. 꼬챙이에는 쇠고기 등심, 소갈비, 치마살, 양다리 등 다양한 고기들이 꽂혀 있다. 카버들은 부위별로 조리 시간이 달라야 맛있다고 말한다.
10㎝ 두께 쇠고기 등심 70g과 5㎝ 두께 쇠고기 치마살 2.4㎏을 고온에서 5~10분 정도 겉을 익혀서 자른 다음, 중간 온도에서 서서히 익히면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고 부드럽게 익어 맛있다고 한다. 양갈비 40g은 10분가량 중간온도에서 익히고, 통양다리 4㎏은 중간 온도에서 1시간30분~2시간 정도 서서히 익히는 것이 좋다. 먹기 직전 센 불에 겉면만 바싹 구워 마무리한다. 텍사스 데 브라질의 심우겸 영업팀장은 “정확한 온도를 말하긴 어렵지만, 삼단 바비큐 기구에서 숯과 가까운 맨 아래칸 온도가 가장 뜨겁고, 카버들이 얘기하는 중간 온도는 그 위 두번째 칸의 온도”라고 설명했다.
이런 삼단 바비큐 기구가 없는 캠핑족들은 보통 작은 바비큐 기구를 사용하는데, 쇠고기 립의 경우 기구 내부 온도와 굽는 시간을 섭씨 130도-3시간30분, 140도-3시간, 150도-2시간30분 등의 조합으로 맞추는 걸 권한다. 돼지고기는 기구 내부 온도 140~150도에서 1시간30분 정도 익히면 된다. 이를 위해선 기구 내부와 고기 살의 온도를 재는 온도계를 사용해야 한다. 고기 살 온도는 돼지고기 74도, 닭 83도, 쇠고기 72도가 적당하다.
양념과 소스도 다채롭게
쇠고기는 소금으로 간을 하고,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소금으로 밑간을 한 뒤 파르메산 치즈 가루와 허브를 뿌려 맛을 내면 잡내가 없어지고 풍미가 증가한다. 양고기는 레몬후추와 소금을 섞어 만든 양념을 뿌린다. 캠핑 마니아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럽(고기 누린내를 없애고 맛과 풍미를 내는 일종의 양념)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후추, 소금, 파프리카 가루, 허브후추, 양파 가루, 마늘 가루 등을 사용해 만든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텍사스 데 브라질’의 양고기(왼쪽)와 소 안심 바비큐. 사진 박미향 기자
양념 잘 배고 부드럽게 씹혀
무슨 고기 어느 부위냐에 따라
익히는 온도와 시간 달리해야
‘텍사스 데 브라질’의 삼단 바비큐 조리 기구. 사진 박미향 기자
잘 조리된 바비큐 음식들. 사진 박미향 기자
바비큐 전용 조리 기구에서 잘 익은 닭고기와 돼지고기. 사진 박미향 기자
바비큐 상식 & 레스토랑
바비큐? 직화? 로스팅?
바비큐는 숯으로 만든 뜨거운 공기를 이용해 밀폐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익히는 것을 말한다. 불에 직접 고기를 굽는 직화구이와 다르다. 타이노족(카리브 지역 원주민)에서 유래한 바비큐는 본래 고기나 생선 등을 불이나 숯 위에서 익히도록 만든 나무 막대와 틀을 가리킨다.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스페인 정복자들이 카리브 원주민 전통음식 ‘바바코아’를 퍼뜨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불과 숯불 등을 이용해 고기를 익히는 방식에 바비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릴링(고기 아래에서 불이 올라옴)과 브로일링(고기 위에서 불이 내려옴)은 고기에 불이 직접 닿는 방식이다. 직화다. 이는 잘게 썬 고기나 스테이크, 가금류의 여러 부위, 생선 등에 적합하다. 고온의 열이라 내부가 익는 동안 겉이 지나치게 탈 수 있다. 자주 뒤집어주는 게 예방책이다. 로스팅은 꼬챙이에 고기를 꽂아 불 가까이에서 돌리면서 굽거나 오븐 등에 넣어 익히는 방식이다.
추천 바비큐 레스토랑
텍사스 데 브라질 브라질 전통 스테이크인 ‘슈하스코’ 전문점. 양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등의 다양한 부위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뷔페식당이다.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205.
올 댓 미트 쇠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등을 직접 훈제해 선보이는 미국 뉴욕 스타일의 바비큐 펍이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170길 24.
겐지 더 그릴 일본 선술집 ‘겐지’가 운영하는 바비큐 전문집으로 굴전복구이, 바닷가재구이, 새우구이 등이 있다.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15길 22.
빌 스트리트 홍대 앞에서 유명해진 미국식 바비큐 전문점. 바비큐 모듬이 인기가 있고 정통 미국식으로 조리하는 곳.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19길 5.
맥퍼슨스바비큐펍 돼지고기와 치킨 전문 바비큐 펍. 서울 양천구 목동동로 228-4.이밖에 라이너스바베큐 등이 있다.
박미향 기자, 참고도서 <음식과 요리>도움말 김은조 <블루리본서베이>편집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