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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고효주처럼 ‘롱보드와 춤을!’

등록 2016-05-18 20:21수정 2016-05-19 10:55

조종빈 선수가 공중에서 회전하는 빅스핀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이정국 기자
조종빈 선수가 공중에서 회전하는 빅스핀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이정국 기자
[매거진 esc] 라이프
‘춤추는 보더’ 고효주씨 영상 화제로 롱보드 관심 폭증…직접 타보니 의외로 쉬워
얼마 전 고효주라는 롱보드 보더의 영상이 화제가 됐다. 달리는 롱보드 위에서 발랄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고씨의 영상을 본 한 외신기자가 기사를 썼고, 이것이 국내에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사뿐사뿐한 그의 몸짓에 “한 마리 나비를 보는 거 같다”며 열광했다. 영화평론가 ‘듀나’가 칼럼을 통해 “지난 몇 달 동안 내가 극장에서 돈을 주고 본 영화들 중 고효주씨가 무료로 올린 이 1분짜리 영상만큼의 가치에도 도달하지 못한 작품은 수두룩하다”고 할 정도였다.

누리꾼의 관심은 롱보드로 이어졌다. “롱보드 매력있다”는 댓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롱보드는 우리가 아는 스케이트보드의 한 종류다. 스케이트보드의 정식 명칭은 ‘스탠더드 보드’인데, 롱보드는 그보다 긴 것을 말한다. 용도에 따라 길이가 조금씩 다르지만 스탠더드 보드 길이의 1.5배 정도인 46인치(117㎝) 내외다.

롱보드는 고효주씨 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춤을 추는 ‘댄싱’용과, 공중회전 등의 기술을 할 수 있는 ‘트릭’용, 일반 주행 용도인 ‘크루즈’용으로 나뉜다. 높은 곳에서 활강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다운힐’용도 있긴 하지만, 목숨을 내놓고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당연히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좋다.

롱보드를 체험하고 있는 이정국 기자. 조종빈 선수 제공
롱보드를 체험하고 있는 이정국 기자. 조종빈 선수 제공

기존 보드보다 길고 무거워
주행성·안정성·조작성 탁월
무턱대고 제품 먼저 사기 전에
동호회 통해 꼼꼼하게 공부해야

‘고효주’처럼 되려면 3년은 타야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된 고효주씨의 동영상 갈무리. 유튜브 제공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된 고효주씨의 동영상 갈무리. 유튜브 제공
기자도 스탠더드 보드는 타본 경험이 있다. 초등학생 때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 주인공인 마이클 제이 폭스가 영화 속에서 스탠더드 보드를 타고 다녔다. 학생들 사이에서 대유행이었고, 내 무릎도 성할 날이 없었다.

‘초딩’ 시절 추억도 되살릴 겸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롱보드에 도전했다. 13일 경기 수원시 화성행궁 앞 광장에서 롱보드 선수인 조종빈(24)씨를 만났다. 그는 2014년 롱보드 대축제 프리스타일 부문 1위, 2014년 독일 오스나브뤼크 대회 프리스타일 부문 1위를 한 내로라하는 롱보드 선수다. 직접 수원에서 롱보드숍을 운영하고 있다. 군 복무 때 우연히 잡지를 통해 롱보드를 접한 그는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고, 이제 아예 직장을 포기하고 전업의 길로 들어섰다. 조씨는 “고효주씨 영상이 화제가 된 뒤 문의하러 오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었다”며 롱보드 인기를 전했다.

타는 법은 스탠더드 보드와 비슷했다. 오른발 또는 왼발을 보드 앞에 올리고 뒷발로 힘껏 ‘키킹’을 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다만, 정지할 때 스탠더드 보드의 경우 뒷발을 눌러 보드를 땅에 마찰시켜 세우는 것과 달리 롱보드는 뒷발을 땅에 끌면서 정지시킨다. 길이가 긴 롱보드의 특성 때문이다.

“어어어어어어어.”

첫 키킹을 하자마자 비명이 나왔다. 균형도 균형이지만 너무 잘 굴러갔기 때문이다. 초딩 때 탔던 스탠더드 보드보다 훨씬 부드럽게 나가는 느낌이었다. 키킹 한 번에 10여m를 질주했다. 부드러운 주행은 롱보드 특성 가운데 하나다. 바퀴를 만져보니 스탠더드 보드보다 훨씬 탄성이 좋았다 세게 누르면 들어갈 정도였다.

아슬아슬하게 보드 위에서 버티는 데 좀 익숙해지니 의외로 균형이 쉽게 잡혔다. 조금씩 속도를 올렸는데도 안정감이 느껴졌다. “어라, 이거 의외로 쉽네요”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속도가 쉬 줄어들지 않아 무서운 생각은 들었지만, 스탠더드 보드처럼 ‘몸은 땅으로 향하고 보드는 하늘로 향하는’ 사고는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무게도 스탠더드 보드의 2배인 4㎏ 이상이어서 하체가 묵직하면서 안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스탠더드 보드는 바퀴가 작고 단단해요. 주행보다는 기술을 하기에 좋은 거죠. 하지만 롱보드는 기본적으로 크루즈 비중이 크기 때문에 주행성이 더 좋아요.” 조 선수가 설명했다.

스탠더드 보드가 원래 타기 어려운 것이란 얘기였다. 짧고 가볍고, 바퀴마저 작으니 균형이 쉽게 잡힐 리가 없다. 초등학생 때 그렇게 많이 넘어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방향 전환도 의외로 잘됐다. 상체가 힘을 주는 방향으로 보드가 약간 휘청이더니 방향을 서서히 바꿔나갔다. 초보자들은 넘어질 거란 공포심 때문에 보드가 나가는 방향 반대쪽으로 힘을 주다가 되레 넘어지는 경우는 종종 있다고 했다. 그것만 주의하면 방향 전환도 문제없어 보였다.

계속 타보니 안정적인 느낌은 들었지만, 고효주씨처럼 달리는 보드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은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 정도 하려면 적어도 3년 이상은 타야 한다고 했다. 롱보드는 누구나 탈 수 있었지만, 아무나 ‘고효주’가 되는 건 아니었다.

운동 효과도 좋은 것 같았다. 일단 하체에 힘이 들어가고, 상체도 균형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였다. 조 선수는 “오래 탄 사람 가운데 살찐 사람은 거의 없다”며 웃었다.

다양한 종류의 롱보드를 조종빈 선수가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정국 기자
다양한 종류의 롱보드를 조종빈 선수가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정국 기자

지역기반 동호회 활동 활발

초보자들은 어떻게 롱보드에 접근해야 할까. 무턱대고 숍에 가서 보드 먼저 사야 할까. 조종빈 선수는 동호회 활동을 추천했다. 그도 수원 지역의 롱보드 동호회에서 처음 활동을 시작했다.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포털의 카페에서 롱보드를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단 자주 참석하고 교류할 수 있는 지역 기반의 동호회가 좋다. 처음부터 대형 동호회에 가입하면 자주 참석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서울은 한강시민공원을 거점으로, 10개가 넘는 지역 동호회들이 활동 중이다. 대부분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에 한강공원에 모여 보딩을 즐긴다고 한다.

보드는 처음부터 사지 말고, 동호회를 통해 알아보는 게 좋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용도에 따라 골라야 한다. 주행 위주면 크루즈용을, 춤을 추고 싶으면 댄싱용을 사면 된다.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다용도 보드도 있다.

재질이나 보드 형태에 따라 수백 가지의 형태가 있으니 사전에 동호회에서 공부를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한 대형 롱보드 동호회에는 최근 인기 때문에 가입이 급증하는 여성 회원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 판매가 일어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공지가 올라가 있을 정도다.

너무 싼 것은 안정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검증된 제품 가운데 고르는 게 좋다. 보통 입문자용은 30만원에서 60만원 사이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중급 이상으로 가면 데크라고 부르는 몸체와 바퀴 부분을 따로 사서 조합을 하지만 초보자들은 완제품을 사는 게 간편하다. 여기에 헬멧과, 무릎보호대 등 필수 안전장구를 추가하면 된다. 안전장구는 보통 개당 3만~5만원 정도다.

“안전이 가장 중요해요. 특히 헬멧 등의 보호장구는 필수입니다.” 조 선수는 모든 운동의 기본인 안전을 재차 강조했다.

자신과 다른 취미를 가진 이들을 위한 배려도 중요하다. 한강시민공원에서 질주를 하면서 행인을 위협하는 자전거족들에 대한 문제는 이미 많이 지적됐다. 롱보드도 분명히 타인을 불편하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 선망하는 취미활동을 하기 위해선 남을 먼저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수원/글·사진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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