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셰프의 요리’ 사진 박미향기자 제공
최고의 맛을 내는 요리사가 되고자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좌절을 겪는 여성들이 많다. 선배 여성 요리사들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10년 넘는 경력의 전문가인 레스토랑 ‘품’의 노영희 오너 셰프, 한식레스토랑 ‘콩두’의 한윤주 대표, 캐주얼한 한식당 ‘락희옥’의 김선희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먹는 이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을 갖춰야 합니다. 남성보다 우리가 유리하죠. 책임감도 필요합니다. 맡은 일은 꼭 해내고 말겠다는 근성 말이죠.”(노영희) “저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외칩니다. 새벽시장을 찾아 위안과 에너지도 얻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달아납니다.”(한윤주) “여성은 육아와 가사노동에 갇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요리사야말로 여성의 감성과 잘 맞는 적합한 직업이죠.”(김선희)
세 사람이 들려준 또다른 조언을 9가지로 정리했다.
1. 누가 뭐래도 체력은 내가 최고!
10시간 넘게 주방에서 서 있는 일은 기본이다. 튼튼한 체력을 기르는 것이 첫째다. 체력 안배도 중요하다. 용돈을 지혜롭게 쪼개 쓰듯 체력도 나눠 써라.
2. 경험을 늘려 창의력을 길러라.
요리사는 메뉴 개발 등 창의력이 필요한 직업이다. 인문, 예술,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라. 여행 등을 통해 호기심을 유지하라.
3. 오너 셰프는 장인정신과 경영 마인드의 조화가 필수!
섬세한 예술가와 차가운 경영인의 자질을 갖춰라. 각종 강의와 책으로 자질을 연마해라. 김선희 대표는 “외식업은 ‘스몰 비즈니스’다. 자신만의 독특한 콘셉트나 메뉴로 승부하라”고 말한다.
4. 각종 주류에 대한 지식도 쌓아라.
한국은 반주 문화가, 서양은 ‘마리아주’(와인과 음식의 궁합)가 있다. 수익 면에서 다양한 주류 구비는 필수. 정확한 정보로 손님에게 권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5. 요리사로서 적성이 맞는지 따져봐라.
타인과 음식으로 정을 나누는 일이 즐거운가? 내 음식을 좋아하는 이가 가장 사랑스러운가? 먹는 일이 가장 즐거운가? 입문에 앞서 따져봐야 할 것들이다.
6. 소통은 생명!
여러 사람이 한 가지 맛을 만드는 공간이 주방이다. 협업은 필수. 샐러드 파트에서 ‘어’ 하고 외치면 설거지 파트에서조차 ‘아’하고 알아듣는 소통능력이 필요하다.
7. 요리책만 보지 마라.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맛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 한윤주 대표는 “2008년 고 신영복 선생의 추천으로 성공회대 인문학 공부를 시작했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8. 식재료를 찾아 떠나라.
맛은 재료가 80%라는 얘기가 있다. 노영희 오너 셰프는 “좋은 재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야말로 요리사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한다.
9. 늘 처음처럼!
초심을 잊지 마라. 왜 열었는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등을 기억하라. 직원들의 잦은 이직이나 적자 등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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