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밤 아내와 영화 <부산행>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날도 덥고, 영화 감상 수다를 떨 생각에 집 근처 작은 바에 아내를 먼저 내려주고 나는 주차를 하려고 집으로 향했다. 차를 세우는데 뒷유리에 희미한 게 비쳤다. 룸미러를 통해 자세히 보니 주차장 구석에 두 명이 서로 엉켜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조금 전에 본 <부산행>의 좀비처럼 서로를 물고 뜯고 난리도 아니었다. 아무 데나 물어뜯는 좀비와 달리 ‘특정 부위’에 집중한다는 것만 달랐다. 아무튼, 누군가 곧 잡아먹힐 기세였다.
더 보고 있다가는 차에서 못 내리게 될 것 같아, 황급히 내려 쾅 소리가 나도록 문을 세게 닫았다. 한 몸이었던 그들이 빠르게 분리됐다. 그러곤 유유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아내가 기다리는 바로 가고 있는데 그 ‘좀비 커플’이 앞에 보였다. 둘은 불콰하게 취해 있었고,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허리를 계속 끌어당기며 서로를 깨물려고 했다. 체액이 고픈 듯했다. 민망한 마음에 걸음을 빨리해 앞지르려는 순간, 그들이 다른 골목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골목은 깊고 어두웠다.
바에 도착해 아내에게 목격담을 말했다. 아내의 반응엔 쿨내가 진동했다. “모텔로 가라 해.” 아, 그들에겐 부산행이 아닌 ‘모텔행’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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