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놀구 가아~.”

등록 2016-08-17 19:09수정 2016-08-17 19:16

[매거진 esc] 헐~
참, 그렇게 많은 여성들에 둘러싸여본 것도 오랜만이다. 그 골목 그 밤을 잊을 수 없다. 여인숙 골목 사진 찍으러 찾아간, 충남의 한 도시 역앞 뒷골목. 여인숙 20여곳이 들어찬 곳이었다. 불볕더위가 절정에 이른 한낮. 부채질하는 할머니 몇 분 보이고, 가끔 아주머니들이 오갈 뿐 골목은 나른했다. 야경이 좋겠다 싶어 밤에 다시 찾아갔을 때 일이 터졌다.

색색의 간판들로 불야성을 이룬 골목은 활기차 보였다. 여인숙 문 앞마다 할머니들이 앉았고, 행인도 많았다. 조심스레 셔터를 누르며 걸어가는데, 앙칼진 소리가 들려왔다. “야, 왜 찍어!” 방금 지나간 ‘행인 1’의 소리였다. 다가오던 ‘행인 2’가 가세했다. “우리 찍었어?” 여인숙 문을 박차고 나온 ‘주인1’이 달려왔다. “그 새끼, 또 왔어?” 행인 3, 4가 다가오고, 주인 2, 3, 4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공포감이 밀려왔다. “저, 그냥 간판 찍었는데요.” “카메라 내놔! 찍은 거 돌려봐!” 순식간에 40~60대 여성 7~8명에 둘러싸여, 찍은 걸 보여줘야 했다. 아, 일부 사진에 행인 몇이 보였다. 행인·주인들은 카메라를 빼앗을 듯 달려들었다. “씨발, 당장 싹 지워!” “이게 어디 와서!” 낮에 찍은 것 몇장 남기고 싹 지운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진땀 흘리며 골목을 나서는데 한 할머니가 다가와 속삭였다. “놀구 가아. 그럼 내 다 찍게 해 줄겨.” 난, 과연, 어떻게 사진을 찍었을까.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