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가 실리는 지면 머리띠가 ㅋㅋㅋ다. ㅋㅋ, ㅎㅎ, ㄷㄷㄷ, ㅇㅇ, ㄴㄴ…. 문자 대화 때 자주 쓰이는 줄임말이다. 놀라운 건(나만 놀라운지 모르지만 ㅎㅎ) 이 ‘단어’들이 네이버·다음 등 포털의 어학사전에 버젓이 올라 있다는 거다. ‘ㅎㅎ: 웃는 소리. 웃음을 표현한 채팅어’(네이버 국어사전), ‘ㅋㅋㅋ: 크크크의 줄임말로, 웃음소리를 나타내는 인터넷 용어’(다음 어학사전).
그런데 신기한(나만 신기한지도 모르지만 ㅋㅋ) 게 있다. 이 ‘단어’를 발음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거다. 몇년 전 한 필자와 원고 관련 카톡을 주고받을 때 그는 말끝마다 ‘ㅎㅎ’를 붙였다. 나는 이걸 ‘흐흐’로 읽었다. 그의 ‘ㅎㅎ’는 살짝 냉소적인 데가 있었다. 어느 날 그게 아닌 걸 알았다. 그가 메일을 주고받을 땐 ‘ㅎㅎ’가 아닌 ‘호호’를 주로 썼기 때문이다. 카톡 내용을 다시 보니, ‘ㅎㅎ’를 ‘흐흐’로 읽을 때와 ‘호호’로 읽을 때 느낌이 확 달랐다. 예컨대 ‘원고 늦어 죄송 ㅎㅎ. 내가 좀 게을러서 ㅎㅎ.’ 이걸 예전엔 ‘난 정말 게을러요. 흐흐’로 느꼈는데, 다시 보니 ‘난 원래는 게으르지 않아요. 호호’로 읽히는 거였다. 이로써 나는 줄임말 웃음이 대화 내용과 상대방에 대한 인상, 그리고 본인의 경험에 따라 달라지며, 느낌까지 담기는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인터넷 사전들도 ‘하하’ ‘호호’ ‘헤헤’ ‘후후’ ‘히히’ 등 다양하게 풀이하고 있었다.
더 놀랐던 건 ‘ㅋㅋㅋ’를 읽는 방식이었다. 흔히들 ‘크크크’라고 발음하겠지만, 편집 디자이너는 ‘당연히 키키키 아니냐’고 주장했다. 나중에 보니 ‘큭큭큭’ ‘카카카’ ‘캬캬캬’로 읽는 이까지 있었다. ㅋㅋㅋ.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시는지. 재미없다고요? 헐~ ㄷㄷㄷ.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